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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ep 04. 2023

어떤 직장을 고를 것인가

#4. 이직 기업 선택의 전략

주변 사람들의 커리어에 결정적 순간들을 리뷰하면서 어떤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물론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제게 메일 등으로 커리어에 대해 질문해 주시는 것에 대한 작은 대답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커리어 성공의 평가는 철저히 자기만족입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만족과 불만족을 공유드리며 여러분의 커리어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4. 이직 기업 선택의 전략



연봉 추이 (추정)

- 7년 차 6,500만 원

- 8년 차 7,000만 원

- 14년 차 20,000만 원



포인트

어떤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몇 년 뒤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제가 인턴 면접을 볼 때 같이 지원자로 들어간 분 중에서 인상적인 답변을 한 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면접관 :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는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지원자 A : "제 전공은 금융과 관련된 부분으로 자격증 취득을..."


지원자 B : "OO 증권은 업계에서 최초로..."


기억에 남는 지원자 C : "저희 부모님 말씀에 OO 증권은 절대 망하지 않을 회사라고 추천해 주셔서..."



면접을 보다가 옆에서 하는 말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순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있어야 할 소리를 듣게 된 듯한 신선함에 순간 멍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이런 관점으로 직장을 고르는 분들이 지금보다는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여러 회사 중에서 어떤 회사를 가야 할지 고민하는 기준에 연봉, 전공과의 연결, 전망, 그리고 직장의 안정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직장 중 상당수는 지금 남아있지 않거나 예전보다 못한 위상을 가진 곳이 많게 되었죠.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새로운 산업이 생기듯 없어지는 직업과 쇠퇴하는 산업과 회사가 생기는 것을 너무 어렸을 때는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오늘 나눌 지인은 이렇게 변해가는 산업에 대해 빠르게 파악해서 사회생활 첫걸음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들은 지금은 이직한 회사에서 상당히 충족한 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분은 회사 공채로 입사해서 오랫동안 다닐 마음으로 회사를 다녔습니다. 종종 만나 안부를 물을 때마다 회사에 대한 만족이 적지 않았었는데요. 하지만 실무가 손에 잡히고 운영 이상의 기획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지금 조직에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기존 성공에 안주해서 변화는 실제 없지만 보고서로 변화만 외치는 상사들과 투자는 없이 감축만 해서 실제 기획은 일어나지 않는 환경, 단기간 실적을 위해 장기적 투자가 사라지면서 사라진 미래 기회들.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면서 답답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갔습니다.



이때 이직을 결심하게 되는데요. 회사 내부에서는 나쁘지 않은 포지션에 있었지만, 연봉 상승이 기대치보다는 높지 않고 회사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성장이 둔화되며 내부적으로 정체되는 것을 이직을 통해 풀어가 보려고 했습니다. 실제 이 시기에 이 분과 비슷하게 많은 분들이 이직을 선택했는데요. 몇 년이 지난 지금 와서 보면 어떤 회사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현재 만족 정도가 다른 것 같습니다.



당시는 2016년 정도였고 모바일 디바이스 기반의 플랫폼 기업이 궤도에 오르던 시기였고,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태동하는 시기였는데요. 이 분은 플랫폼 기업을 다음 이직할 회사로 선택하면서 당시에는 모험이라고 생각하던 길을 선택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이직한 분 중에서는 이미 사용 고객이 많은 커머스 기업이나 전통적인 제조 대기업 등 이 분이 이직한 회사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오랜 기간 회사가 영위되고 상장한 기업으로 옮기는 것이 안정적으로 더 높은 연봉을 받고 경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되던 시기였으니까요.



몇 년이 지나고 이 분을 다시 만났을 때 왜 그때 이 플랫폼 회사로 이직을 했는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받아주는 데가 여기하고 몇 군데 밖에 없었는데, 그중에서 몇 년 뒤에 더 많이 성장할 것 같은 회사가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사람도 조직도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빠르게 고객이 증가하고 있었고 매출이 증가했는데 막상 써 보니까 남아있는 시장이 더 큰 거 같아서 들어가게 된 거였죠."



지금처럼 이직한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 마치 주식을 하듯이 어떤 회사에 베팅할 것인지를 미래 성장성을 보고 들어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직 조직이 덜 갖춰진 상태였고, 단지 빨리 합류해서 거기서 작은 하나를 맡아서 같이 커오다 보니까 지금은 내부에서 좋은 포지션으로 가게 되었고 그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처우를 지금은 일은 조금 많지만 누릴 수 있게 된 이야기였습니다.



능력은 비슷한 사람들인데 어떤 시기에 어떤 회사를 고르냐에 따라 몇 년 뒤에 가는 길이 모두 달라집니다. 앞서 처음에 말씀드린 것 같이 커리어 성공의 평가는 철저히 자기만족이지만, 자기만족의 기준이 지금 말씀드리는 연봉이나 포지션 등에 있자면 사실 어떤 회사를 골라 이직하느냐는 자신의 시장 가치를 크게 좌우하는 부분이 맞습니다.



기업은 라이프 사이클을 가집니다. 제조업이든 서비스든, 온라인 기반이든 오프라인 기반이든 일정 사이클을 탑니다. 이 사이클의 어느 부분에 나를 던져보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식처럼 자신의 커리어도 달라질 수 있죠.



1단계. 성장, 성장, 성장


처음에 작은 조직으로 몇 명이 시작할 때는 사업의 가설이 실제 수요가 있는 것인지 고객과 매출의 성장을 통해 확인합니다. 투자받은 금액의 지표는 오직 지표의 성장에 집중하고 성장을 잘해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모든 메시지가 집중됩니다. 이런 기업이 오늘 사례에서 이 분이 선택했던 스테이지입니다. 여러 성장 가능성만 갖고 있는 기업에서 어느 기업이 성장할 것인지 커리어의 방향을 '안정성'에만 국한하지 않고 미래에 차별화된 성장을 만들 수 있는 곳을 찾아내는 것이죠. 대체적으로 업무 강도는 높지만 성장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내부적인 분위기는 다음 단계들보다는 파이팅이 넘치는 분위기입니다.



2단계. 정체, 다음 성장


성장이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아이템은 성장의 기울기가 점점 낮아지며 다음 성장을 도모할 아이템을 더 진행하든지 아니면 이 정도 성장 규모에서 이익으로 전환하든지를 결정합니다. 신규 사업을 해 본 사람들,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이 단계에서 기업은 원하게 되고 이때 합류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궤도에 있는 사업에서 자신의 영역을 맡아 모험을 회사 내부에서 한 번 해 졸 기회가 주어집니다. 신규 아이템이 공급자보다는 고객의 수요가 더 많은 상태라면 이직을 통해 보다 좋은 경력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3단계. 이익


상황에 따라 성장보다는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생깁니다. 경기 침체가 오거나 사업의 성장할 여지가 부족해지는 경우, 현금 흐름 등이 더 필요한 상황 등이 벌어진다면 회사는 성장을 위해 벌인 돈 안 되는 아이템을 접고 이익 중심의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직할 회사다 이익 중심의 상황으로 가게 된다면 이직하자마자 신규 사업팀이 사라지거나 조직이 폭파되어 경력이 애매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익 내는 것이 경력인 분들은 성장이 포화에 이른 회사에서 효율화를 한다든지 하는 전문성으로 계속적인 경력의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성장만을 경력의 핵심 역량으로 가진 분들은 다시 1,2단계에 있는 회사를 찾아가거나 새로운 단계에서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지게 되죠.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회사는 사이클을 가지지만, 일부 회사에서 겪는  4단계라고 차마 적지 못한 '쇠퇴'는 회사가 점점 작아지는 단계입니다. 매출도 줄어들고 고객도 떠나고 일 잘하는 직원도 떠나죠. 이직에 대해 열려 있는 분이라면 제 경험상 이런 회사에서는 되도록 일찍 준비해서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 빨리 나오는 게 방법인 것 같습니다. 오늘 사례의 이 분도 빠르게 지금 회사의 장래에 대해 고민해 보고 같이 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지금의 포지션으로 이직할 수 있었던 것이죠.



새로운 외부 환경, 없었던 디바이스의 탄생, 정책적인 변화 등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짧은 시간 많은 것을 해 볼 수 있는 경력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지금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늘 외부의 변화와 기회에 대해 안테나를 세울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땅 위에 있지 않고 늘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타고 있는 커리어니까 말이죠.

  


[다음 연재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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