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켓 주말 거리 예술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지 확인해보지 않았는데 오래전에 부산대 앞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주말 프리마켓에 참여했었다. 이름도 멋졌다. 아마존! 대학교 앞이지만 주말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로 애용되는 이 거리는 장을 열자마자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즈로 만든 팔찌나 목걸이, 손바느질로 만든 동전 지갑이나 파우치, 손뜨개로 만든 머리핀이나 컵받침, 가죽으로 만든 키홀더와 손으로 제본한 가죽 노트, 고객의 얼굴을 직접 그려주는 초상화 화가, 홈메이드 사탕이나 쿠키, 어린이나 연인 고객을 타깃으로 준비한 솜사탕 아트 등등 재미있는 가게들이 줄을 지었다. 나는 몇 번은 나무로 만든 목걸이, 귀걸이, 머리핀 등을, 몇 번은 도자기로 만든 작은 인형이나 액세서리를, 몇 번은 울과 펠트로 만든 바늘 수첩 같은 걸 가지고 나갔는데, 거의 팔리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휴가 나온 남사친이 지원 기타 연주까지 해주러 달려오기도 했지만 밥값도 못 버는 수준이었다. 친구들은 그런 나에게 좀 더 핫한 아이템으로 바꿔봐라. 포장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마케팅이나 다른 유통 과정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해보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자존심이었는지, 그때만 해도 그다지 절박하지 않았었는지, 좋은 날씨에 야외에 나가서 사람 구경도 하고 소풍 가는 기분이 더 컸던 것 같다. 나중에는 아예 어차피 안 팔린다는 생각으로 그림 몇 개만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다가 결국 나의 예술 세계를 인정해주지 않는 그곳에 발길을 끊었다.
고집스러운 간판
그 시절, 나는 안 팔리는 그림을 고집스럽게 들고나가서 집시 스타일을 하고서는 예술가 놀이를 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때때로 초조해지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고집 피우기를 잘한 것 같다. 그 고집은 다른 말로 나에 대한 믿음이었다. 자신을 믿어라. 안된다고? 좋은 점을 발견하고 믿고 또 믿고 더 굳게 믿어라. 나는 간판도 사람들이 보기에는 가독성이 떨어지고 너무 긴, 되게 특이한 걸 내놓았다. 청소를 하다가 그때 간판으로 사용했던 액자를 찾았다. 그때 팔았던 목공예 액세서리, 도자기 인형, 펠트, 울 바늘 수첩, 그림들, 집시 스타일 치마까지 모두 다 사라지고 그 고집스럽던 간판만 하나 남았고, 덕분에 잠시 아마존으로의 추억 여행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