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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May 15. 2024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해줘

-<호텔 헤르메스> 2화.




냉동 창고처럼 얼어붙은 채 블랙아웃된 분식집은 중력이 사라진 우주 공간 같았다. 천천히  몸이 뜨더니 공중에서 두 바퀴 회전을 했고, 바닥이 갈라지면서 발밑의 땅이 꺼졌다. 나는 곧 조종능력을 상실한 우주비행사처럼 좌충우돌 흔들리며 아래로 아래로 추락했다. 굴뚝같이 깜깜한 통로를 내려가면서 위를 올려다보니 무수하게 겹쳐진 정사각형 모양이 위로 위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빠른 속도로 내려가다가 덜컹!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오른쪽으로 수평 이동을 시작했다. 벽을 뚫고 계속해서 한참을 갔다. 덜컹! 다시 멈추었다가 또 아래로 방향을 바꾸어 한참을 내려갔고, 한 바퀴 빙그르르 회전했다가 다시 수직 하강했다. 이 정도면 정신을 잃을 만도 한데 나의 정신은 더욱 또렷해져서 이 모든 과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두 눈을 부릅떴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깊은 바닷속 지하 세계인 것 같았다. 모아이 석상 같은 커다란 돌로 된 성이 보였고, 그 앞에 서양미술사 책에서 본 고양이 석상과 초록의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분명히 처음 온 곳이었는데, 언젠가 초록의 식물이 바닥에서 싹이 돋아나듯이 내 발목 정도 높이로 자라나 있는 장면을 본 것도 같았다.

성 문 앞으로 다가가자 붉게 부식되어 있는 커다랗고 무거워 보이는 철문이 열리고, 열리고, 열렸다. 녹슨 철문 여러 개가 차례로 열려서 나타난 곳은 온통 황금으로 번쩍이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천장까지 뚫려있는 높고, 크고, 넓고, 밝은 공간이었다.



순간, 내가 와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이 고대 이집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벽화 속 그림처럼 2차원의 평면적인 모습을 한 사람들이 윤기가 도는 물빛 실크 소재의 옷을 입고 각 층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지금 천국에 와 있는 것일까? 생각하자마자 네모난 관들이 늘어서 있는 장면이 보였다. 뚜껑이 닫히지 않은 관 안에는 붕대에 감긴 시체가 들어 있었다. 그곳은 천국이 아닌 지하 감옥이나 무덤 혹은 지옥인 것 같았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길래 지옥에 온걸까? 주어진 삶에 단 하루도 쉬지않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참, 어묵통에서 기어나왔던 거북이는? 단단히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했던 그 태고의 거북이는 저승사자였나? 뭐가 크게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언젠가 보았던 오페라, 투란도트 무대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공간이 눈 앞에 펼쳐졌고, 연극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관객석에 앉아서 수십만 원짜리 공연을 보게 되는 듯한 설렘 속에 무대를 응시했다. 그러나 그것은 연극이 아니라 망자의 재판이었다. 설렘은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무대의 한 가운데는 커다란 저울이 놓여있고, 그 저울 한쪽에는 죽은 자의 심장이 올려지고, 한쪽에는 깃털이 올려졌다. 그 깃털의 이름은 '진실의 깃털'이었다. 저울 앞에 줄지어 늘어서있는 망자들에게 14명의 심판자들이 42개의 죄를 물었고, 자기 차례가 된 망자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자신의 인생을 마치 영화를 보듯이 하나하나 돌이켜보며 항변하고 있었다. 심장이 진실의 깃털과 평행을 이루어 가치 있는 삶을 산 자는 마음을 지켜낸 힘을 인정받아 천국으로 가서 신이 되고,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가치 없는 삶을 산 자는 악마에게 마음을 빼앗긴 죄로 육신이 괴물에게 던져져서 갈기갈기 찢기고 삼켜졌다. 고요한 침묵 속에 모든 과정이 진행되었고, 머리가 새 모양인 학자가 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었다.



한 망자가 진술을 했을 때, 괴물이 그르릉거리며 날뛰는 것으로 보아 망자는 잡혀 먹힐 운명인 것 같았다. 두려운 마음으로 처벌을 지켜보고 있는데, 반짝이는 소재의 하늘색 옷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객석으로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벽을 통과해서 다른 장소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지체 없이 작두 같은 기계에 두 손목과 발목을 밀어넣더니 싹둑싹둑 잘랐다. 손목, 발목 절단의 처벌을 받은 객석에 앉아있던 망자는 다름 아닌 나였다. 저항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절단된 부위에서 피가 흐르거나 육체적인 고통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오직 수족이 잘린 정신적인 충격만이 강하게 느껴졌다.



잠시의 지체도 없이 엘리베이터가 위로 위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철로 된 직육면체의 물질이 아니라, 직접 타지 않아도 몸에 엘리베이터가 장착되어 있는 것 처럼 위, 아래, 앞, 뒤, 옆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층층마다 벽화 속 그림들이 움직이면서 사람들이 벌을 받는 모습이 영화처럼 상영되고 있었다. 흙으로 된 벽에는 손, 발, 눈, 귀, 코, 입...... 육체의 각 부분들이 뜻을 알 수 없는 상형 문자와 함께 새겨져 있었다.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없는 눈
남의 말에 끌려다니는 귀
아무거나 아무 때나 폭식하는 입
질투를 말하는 혀
맹인을 따라간 발
원하지 않는 일을 한 손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어버린 두뇌
공허로 가득해진 심장



육체에 대한 심판의 기준은 옳은 일을 했는지, 나쁜 일을 했는지 혹은 성실했는지, 게을렀는지의 여부가 아니었다. 그 지하 재판장에서는 선악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오직 힘만이 중요했다. 그 힘은 바로 자신의 의지로 행동했는가, 행위의 의도, 동기의 여부, 삶의 자세의 문제였다. 그 의도, 동기, 자세는 아름다워야했고, 그 아름다움이란 스스로의 호기심으로 발견한 지식이어야 했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절로 기도가 나왔다.

'슬퍼하는 자는 복되도다'......

두 개의 방을 통과하자 엘리베이터가 멈추었고, 마지막 방에 들어서자 황금으로 된 벽에 알 수 없는 상형 문자로 빼곡히 글이 새겨져 있었다. 상형 문자를 모르는데도 나는 그것을 읽을 수가 있었다.


나는 너에게 대자연 속에서 일정한 자리도, 고유한 면모도, 특정한 임무도 부여하지 않았노라! 어느 자리를 차지하고 어느 면모를 취하고 어느 임무를 맡을지는 너의 희망대로, 너의 의사대로 취하고 소유하라! 너는 그 어떤 장벽으로도 규제받지 않을 만큼 너의 자유 의지에 따라서 네 본성을 테두리 짓도록 하여라. 나는 너를 천상존재로도 지상존재로도 만들지 않았으니, 이는 자의적으로 또 명예롭게 네가 너 자신의 조형자요, 조각가로서 네가 원하는 형상을 빚어내게 하기 위함이다.



뜨거운 태양아래, 거친 비바람 속에서 온몸으로 걸을만치 걸어서 도착한 곳에서 나는 늘 어리둥절했다. 원하지 않는 곳에 와 있는 것은 원하는 바가 분명하지 않았거나 어디든 상관없다던 내 생각 때문이었다. 원하지 않는 곳에 와 있는 고통은 내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는 형벌이었다. 누군가 부탁하는 것을 거절하지 못하고, 원하지 않으면서도 늘 양보하고, 안 괜찮은데 훈련받은 앵무새처럼 괜찮다고 말하고, 슬픈데도 늘 웃었던 자기기만, 아무거나, 어디라도, 누구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목적 없음, 낮은 자존감, 우유부단함, 책임을 회피하는 세상에의 의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안았던 거짓된 외로움이 그 원함 없는 나약한 존재를 아무 데나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BIGBANG - LOSER





카르마는 원인에 따른 결과다.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모두 내가 창조한 결과물이다. 마음에 안 드는 이 환경이 내가 창조한 거라고?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진실을 명확하게 이해할 때까지 지하에서의 수업은 계속되었다.



심장이 아프도록 생각하다가 손을 보자 어느새 잘린 손과 발이 다시 자라나 있었다. 잘리기 전과 똑같은 모양이었으나 아직 잘렸던 부분에 미열과 얼얼한 통증이 남아있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 나는 지하감옥의 마지막 방에서 보았던 그 시가 15세기 학자 '피코델라 미란돌라'가 쓴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에서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하시는 말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대 이집트 지하 감옥에 어떻게 15세기 시인의 글이 적혀 있었을까? 피코델라 미란돌라도 이집트 지하 감옥의 꿈을 꾸었던 것일까?















기억속에 아름다운 그대 보고 싶어 oh my sharry

살을 스쳐가듯 바람 같은 너에게 난 다시 돌아갈거야

나를 봐 서글프게 너무 병들었잖니

끝없는 상상속에 너를 안고 안은거야

웃음조차 차게 울리는 깊은 우물속에 스러져버린 너와 나의

시간속에 아름다운 그대 보고 싶어 oh my sharry

살을 스쳐가듯 바람같은 너에게 난 다시 돌아갈거야

나를 봐 서글프게 너를 안고 안은거야

웃음조차 차게 울리는 깊은 우물속에 스러져버린 너와 나의

시간속에 아름다운 그대 보고 싶어 oh my sharry

살을 스쳐가듯 바람같은 너에게 난 다시 돌아갈거야

차게 울리는 깊은 우물속에 스러져버린 너와 나의 기억들이




이소라 - Sharry








+ 이미지 출처

pixabay.com

금성출판사 티칭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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