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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May 20. 2024

무지개 유치원 오리엔테이션

-<사랑의 학교> 3화. 무지개 유지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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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학교>를 연재하려고 했을 때의 첫 마음을 돌이켜본다. 어쩌다 보니 나는 늘 배움에 목이 말랐고, 다행히 살면서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그분들과의 일화와 주옥같은 말씀을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쓴 글 곳곳에 그 이야기들이 흩어져 있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해보고 싶어서 연재 브런치북을 만들어놓고 이래 저래 생각을 확장해 나가던 중, 전 생애 중에서도 특별히 7년간의 여행, 그 꿈같은 시간을 집중적으로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7년이란 발도르프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유리드미 트레이닝을 받았던 태양의 시기 30대에 걸쳐져 있다. (연수를 받으면서 준비 기간까지 다 합치면 10년을 거뜬히 채운다.)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곳에서의 일을 쓰기 힘들었던 이유가 있었다. 모든 것을 갈아 넣어 청춘을 불태웠던 것만큼 마지막에 공동체가 와해된 충격과 아픔이 너무 컸고, 한 마음으로 이상적인 교육 운동을 해나가려던 취지에 어긋나게 분열되었기에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사용한다든가, 사람들을 떠올려 글을 쓰기가 마음에 짐이 되었던 것 같다. 없는 것처럼 묻어두고 살았던 그곳에서의 일들은 그 이후, 나의 삶 곳곳에서 팅커벨처럼 반짝이며 나타나 영감이 되고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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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명 작가도 아니고, 이 공간에서 쓴 글로 누군가 관련된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일도 없을 테고, 그렇다 해도 나의 자유의지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저했던 것은, 역시 오염된 감정이라는 내 마음의 감옥이었음을 인정하면서 빛으로 걸어 나가려 한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세요.
혹여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면, 대신 그것 자체에의 것만 생각하세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이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이야기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이나, 나쁜 영향을 주겠다는, 혹은 주게 될까 봐 우려하는 마음의 짐 조차 내려놓고, 오직 그것 자체, 하고 싶은 이야기, 반짝이는 우리들의 무지개 빛만을 따라가며 써나가려고 한다. 



여기서 사용하는 '무지개 유치원'은 내가 일했던 실제 유치원 이름이 아니라 가상으로 지은 이름이다. 사진에 등장하는 아기들은 벌써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대한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은 조심해서 사용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할 예정이다) 

지금의 나는 발도르프 교육에 몸 담고 있지 않고, 교사도 학부모도 아니기 때문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과거의 경험을 객관화된 시선으로 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공간도, 이름도, 사람도 모두 변했고, 이것은 기억이니 어차피 이야기일 뿐이다. 이야기는 시작될 것이고,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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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일할 때, 나는 현실에 굳건하게 뿌리내린 선명한 꿈이 있었다. 발도르프 유치원의 인자한 할머니 선생님으로 늙어가는 것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커서 세상을 살아나갈 때, 무의식의 튼튼한 뿌리가 되어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큰 기쁨과 보람으로 여겼다. 나아가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인 부모, 특히 엄마, 그중에서도 육아를 힘들어하는 젊은 엄마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혜로운 멘토가 되고 싶다는 어마어마하게 큰 꿈이 있었다.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구원자 콤플렉스쯤 되는 것 같은, 팽창된 자아이거나 드높은 현자를 꿈꾸었다. 그 꿈은 무산되었지만, 그 꿈은 또 다른 재료가 되어 여기 이곳, 브런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다행인지 어쩐지 아직 할머니는 되지 않았다. 



내가 일했던 유치원은 영국 발도르프 학교에서 오랜 기간 공부하고 오셨던 선생님 두 분이 설립하신 학교의 부속 유치원이었고, 나는 어떤 운명적인 계기로 그분들을 도와서 초기 유치원, 학교 학부모로, 유치원 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학교의 터를 잡기 이전, 초기 유치원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우리 집 거실에서 시작했다. 오전에는 원장 선생님을 도와서 유치원 시범 운영을 하고, 하원 후 오후에는 원장 선생님은 이 공간을 떠나 학교 준비 일을 하시고, 나는 같은 공간을 환기한 후, 이름과 역할을 바꾸어 발도르프 유치원에 다니기에는 교육적인 결단을 하기가 힘들고, 발도르프 유아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미술학원 형식으로 수업을 하면서 아이 교육비와 내 수업료를 벌었다.



발도르프 유치원은 사립으로 교육비가 꽤 비쌌고, 당시만 해도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귀족 교육을 표방한다거나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말도 들어야 했고, 영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 때문에 종교적이라는 이유로, 또 외국에서 들어온 교육이 제대로 토착화되지 않은 것을 추종한다는 식의 다양한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또 정작 이 교육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즉 현직 교사, 특히 특수교사를 비롯해서 가장 교육적인 열의와 고민이 깊은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 모든 문제의 가장 핵심에 서 있었던 나는 누구보다 그 문제들을 잘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때만큼 열정적으로 휘몰아치듯이 세상을 사랑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사랑은 그런 같다. 외부에서 보면 미친 짓이지만 불타오르는 그것일 때만 있는 것. 나의 태양의 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것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추락하면서 좌절되었던 것들, 한때는 쓰라린 상처였던 것들, 이제는 자랑스러운 흉터가 된, 꽁꽁 싸둔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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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이야기도 막상 풀어놓자면 이야기보따리가 수십 개는 될 것 같지만, 필자 스스로의 정리를 위해 스무 개의 이야기보따리, 스무 개의 주제로 요약해 보았다. 



무지개 유치원 예상목차


3화 - 1. 오리엔테이션

4화 - 2. 리듬 활동 - 몸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리듬 (7세까지의 미션) 

5화 - 3. 자유 놀이 - 잘 노는 아이가 건강하다 (놀잇감에 대하여, 허용과 규제, 다툼과 화해, 어른의 역할)

6화 - 4. 정리 시간 - 정리도 다 같이 즐겁게 (맑고 투명한 경계)

7화 - 5. 메인 활동 - 손을 사용한 생활노동과 예술교육 (아이들은 누구나 스스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 간식을 준비하는 일곱 살의 위용)

8화 - 6. 드로잉 - 신체의 발달을 나타내는 의지적인 활동 (드로잉과 페인팅은 다르다)

9화 - 7. 페인팅 - 물과 색채로 감정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활동 (어릴수록 페인팅이 적합하다)

10화 - 8. 링타임 - 시와 노래와 춤으로 하나 되기 (가장 도전적이었던 최고의 예술활동)

11화 - 9. 산책 - 산책의 백미, 비 오는 날의 산책 (달팽이 냄새)

12화 - 10. 네이처 테이블 -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환경, 색채, 괴테 자연관찰, 색채학, 아동 관찰)

13화 - 11. 식사 시간 - 허용의 지옥에서...... 그래도 행복했다

14화 - 12. 스토리 타임 -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이것으로 이야기는 끝이란다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부모님들의 스페셜 이야기) 

15화 - 13. 등원. 하원 - 정확할수록 건강하다 (하루를 결정짓는 등. 하원의 중요성)

16화 - 14. 소풍 - 노는 게 제일 좋아 (황금시대의 보물상자를 만드는 중)

17화 - 15. 생일 - 내 생일이 가장 큰 축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줄 아는 아이들)

18화 - 16.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크리스마스, 도대체 무엇이길래?)

19화 - 17. 창문 열기 - 바라보는 모든 것이 선물이란다 (그토록 좋아했던 우리들의 선물 이야기)

20화 - 18. 부모 교육 (유아교육, 부모와의 교감이 다다)

21화 - 19. 유아 교사 - 신은 모든 아이들에게 갈 수 없어서 엄마와 유아교사를 보냈다 (교사교육, 아동관찰일지, 하일라이트, 로우포인트, 에리카 선생님)

22화 - 20. 내가 사랑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극복에의 의지, 몸의 사용, 놀이, 기쁨, 아름다움, 도움,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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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유치원 연재가 끝나면 이어서 숏숏롱 댄스교습소라는 소제목으로 유리드미 트레이닝 과정을 연재할 예정이다. 



숏숏롱 댄스교습소 예상 목차


23화 - 1. 말할 수 없는 비밀 (하면서도 뭔지 이해하기 힘들었고, 설명하기는 더더욱 힘들었던, 춤이 아닌 움직임)

24화 - 2. 공포의 외인구단 (영국, 스웨덴. 처절했던 2주간의 단기 유리드미 연수, 카르마의 의식)

25화 - 3. 개미의 길, 기러기의 길 (모든 것에의 규칙과 질서, 자유란 무엇인가?)

26화. - 4. 발도르프 교육의 꽃, 유리드미 (움직임이 소리가 된다니!)

27화 - 5. 자유를 향하여 - 그룹, 듀엣, 트리오, 솔로

28화 - 6. 내 꿈은 딴따라 - 사계의 완성을 향한 집념

29화 - 7. 마지막 공연 - 사랑은 참으로 버리는 것 버리는 것 버리는 것

30화 - 8. 천사이야기 - 너의 수호천사에게 물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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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Children


You may give them your love but not your thoughts,

For they have their own thoughts.

You may house their bodies but not their souls,

For their souls dwell in the house of tomorrow,

witch you cannot visit, not even in your dreams.

You may strive to be like them, but seek not to make them like you.

For life goes not backwords nor tarries with yesterday.

You are the bows from which your children as living arrows are sent forth.

The archer sees the mark upon the path of the infinite, 

and He bends you with His might that His arrows may go swift and far.

Let your bending in the Archer's hand be for gladness;

For even as He loves the arrow that flies, so 

He loves also the bow that is stable.


Kahlil Gibran 




어린이들에 대하여


그대는 아이들에게 그대의 사랑은 주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는 마라.

왜냐하면 아이들은 그들 자신만의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그대는 아이들에게 몸이 거처할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거처까지는 줄 수 없으리니.

왜냐하면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들이 꿈에서라도 가 볼 수 없는 

내일의 집 속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들이 아이처럼 되려고 하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그대들처럼 만들려고 하지는 말라.

삶이란 나아가는 것이며 어제와 함께 머무는 것이 아니기에.

그대는 그대의 아이들을 날아가는 화살처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활이니,

우리를 활 쏘는 분인 "그분"인 하느님께서는 무한한 길 위에 한 표적 놓아두고,

그분의 화살이 빨리 그리고 멀리 갈 수 있도록 "그분"의 능력으로 활을 당기는 것이다.

활 쏘는 분인 "그분"의 손으로 그대가 당겨지는 것을 기뻐하라.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심과 같이 그분은 굳센 활 또한 사랑하심으로.


칼릴 지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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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가 길어져서 오늘은 오리엔테이션으로 하고, 다음 시간에 리듬활동 - 몸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리듬 - 7세까지의 미션 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친구들, 많이 놀아야 하니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무지개 유치원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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