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의 시간> 17화.
하루의 마지막 식사를 끝낸 시간이었다.
모닥불은 불씨만 남아 붉은빛으로 이글거리고, 이따금 주위를 둘러싼 끝없는 하늘로 불똥이 날아올랐다.
나와 부족 사람 몇 명이 어른거리는 모닥불을 둘러싸고 둥글게 모여 앉았다.
많은 미국 인디언 부족들처럼 참사람 부족도 둥글게 모여 앉을 때는 다른 사람, 특히 바로 맞은편에 앉은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당신의 영혼을 비춰 주는 거울이다.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보고서 감탄했다면, 그것은 당신 자신도 그런 특징을 갖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그 사람의 어떤 행동과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 또한 자신의 그런 점들을 고칠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서 그것과 똑같은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과 그 사람은 단지 자기 수행과 표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참사람 부족은 자신 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굳은 결심을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사람은 원한다면 자신의 성격 중에서 무엇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인간은 끝없이 버리고 또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또한 오직 자신의 삶을 통해서만 타인에게 진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하는가에 의해서만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참사람 부족은 날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무탄트들은 나이가 들면 일을 할 수 없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군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사람이 있다니 말이에요."
누군가 덧붙였다.
"사람의 가치란 늙는다고 해서 줄어드는 게 아니지."
바느질 여인이 말을 이었다.
"당신네 무탄트들한테는 사업이 일종의 도박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사업이란 사람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물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죠. 또한 사업은 개인의 능력을 보여 주는 수단이기도 하고요. 이제는 당신에 경제 구조의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어 버렸지요. 하지만 오늘날 사업의 목표는 다른 무엇이 아니라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 그 자체가 되어 버렸어요."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너무도 이상하게 보인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기에 공장에서 만든 물건과 사람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사업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사업은 개념이고 계약일뿐인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사업의 목표가 가업 자체의 유지에 있다니,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에요."
나는 맞은편에 앉은 바느질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러 가지로 감탄하게 만드는 여자였다.
그녀는 글을 읽거나 끌 줄도 모르면서, 세계 역사와 심지어 시사 문제까지 두루 꿰고 있었다.
또한 그녀는 매우 창조적이었다.
그녀는 존재의 이유를 갖고 있는 여자였으며, 그 존재 이유를 삶 속에서 훌륭하게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원을 그리고 앉았을 때 맞은편에 있는 사람을 관찰하면 무언가 배울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둥글게 모여 앉으면 누군가 항상 내 맞은편에 앉게 된다. 하지만 참사람 부족 사람들은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일은 결코 없었다. 오히려 내 앞자리에 앉으면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나의 질문 공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이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때가 되면 나한테도 설명해 주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매번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질문을 퍼부어댔으니, 그들은 그런 나를 성가신 어린애처럼 여겼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잠을 자러 흩어진 뒤에도, 나는 여전히 모닥불 곁에 앉아 바느질 여인이 한 말을 생각했다. 사업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일뿐인데도, 사업의 목적은 사람이나 상품, 서비스에 미치는 결과와 상관없이 그저 사업 자체의 유지에 있다! 평생 신문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라디오를 들은 적도 없는 사람치고는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이 여인의 말을 전 세계가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오지가 아니라, 어쩌면 '세상의 중심'이었다.
16. 세상의 중심 (156-160쪽)
<무탄트 메시지> -호주 원주민 '참사람 부족'이 문명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말로 모건 지음 | 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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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보는 것으로 침묵과 말에 대한 실제적인 차이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