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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Oct 19. 2024

Mission, 사랑을 전하는 것

-<사랑의 학교> 최종화.




내 인생 태양의 시기 7년 동안,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고 맡기고 다니면서, 주위의 헌신과 반대에 부딪히면서, 나 조차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강렬한 이끌림으로 깊이 빠져들었던 유리드미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다 하지 못하고 급히 종료하게 되었다. 삶이 요구하는 또 다른 숏숏롱 댄스교습실, 또 다른 사랑의 학교가 서둘러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생동안 늘 배움에 목이 말랐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고, 운 좋게도 훌륭하신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그 선생님들께 들었던 눈물겹도록 따뜻한 말씀과 눈물이 쏙 빠지도록 아픈 가르침을 나누고 싶었다. 졸업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 자리에서 선생님들이 어떤 말씀을 해주실지 무척 궁금했다. '잘했다', '수고했다', '해냈다', '자랑스럽다'와 같은 칭찬을 듬뿍 받기를 기대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한국 최초의 유리드미스트이신 연세가 지긋하신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혹평을 하셨다. 발가락에 피가 나도록 뛰고, 심장이 터질 듯이 달리고, 비 오듯이 땀을 흘리며,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낸 고도의 집중력으로, 하나의 실수도 없는 완전한 피니쉬였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유리드미스트는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한 분의 인형처럼 예쁜 얼굴의 덴마크인 선생님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유리드미를 통해서 배운 사랑을 세상에 나가 일상생활 속에서 전하라'는 Mission을 주셨다. 무대에서 관객에게도 전달하지 못한 사랑을, 세상에 나가 일상생활 속에서, 무슨 수로, 어떻게 전하라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졸업을 하면 세계를 돌아다니며 월드 투어 콘서트를 하는 딴따라를 꿈꾸었철부지 나였다. 그런데 졸업 공연이 끝나고 무대의 화려한 조명이 꺼지자, 이제 끝났고 '각자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라'는 말씀이 졸업사의 전부였다. 그날은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그 말씀은 오랫동안 깊이 가슴에 박혀 있었고, 힘겨운 시절일수록 새록새록 살아나 새로운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유리드미뿐 아니라 삶 전체를 통틀어 손발에 군살이 박도록 성실하게 일하고, 호흡이 가쁘도록 열심히 사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정말로 사랑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랑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갖게 했다. 그리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했다.



졸업공연 피날레 작품은 비발디의 '사계'였다. 풀타임 근무를 하면서 매일 저녁, 휴일, 방학 틈틈이 수년에 걸쳐, 사계 중 봄 1, 2악장, 여름 1, 2, 3악장, 가을 2악장, 겨울 1, 3악장을 연습했고, 봄 3악장, 가을 1,3 악장, 겨울 2악장을 하지 못하고 남겨두었다. 미완의 사계는 언젠가 다시 재기에 성공해서 완성하고 싶은 꿈으로 남겨졌고, 벌써 그 꿈을 꾼 기간이 유리드미를 했던 기간 보다 더 길어졌다. 이제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아니라, 포기가 아니라, 할 수 없어도, 하지 않아도 아쉽지 않은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보다는, 그만큼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내 안에 음악이 흐른다면 그곳이 곧 숏숏롱 댄스교습실이고, 무대에 다시 서더라도 내 안에 음악이 멈춘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세상에 사랑을 배우기 위해서 왔다. 그것을 배움에 있어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시간들에 빚을 졌다. 롤러코스터 같은 파란만장, 우여곡절의 삶의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에서 이제는 더 이상의 빚을 지지 않고 아나가고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시각각 변화하는 계절 속에서, 일상의 여행에서, 매일의 무대에서, 더 이상 흔들림 없는, '아름다운 리듬'을, 내가 만나는 사람과 사물들에, 작지만 확실한 사랑을 전하며, 나의 사계를 완성하려 한다.







 그동안 사랑의 학교를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의 또 다른 자기 교육 인생학교가 시작되어 사랑의 학교는 급히 종료합니다. 사랑의 학교는 지속가능한 다른 형태의 기획으로 변형하여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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