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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애 Oct 12. 2024

그대가 강이라면

  2023년 11월 27일,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어린이와 청소년, 노동자, 예술가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새만금갯벌 복원을 촉구하기 위해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과 장혜영 국회의원 등이 주최한 집회였다. 나는 한 수녀님 옆에 섰다.

  전북에 있는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방조제로 막아 갯벌을 땅으로 만드는 새만금간척사업은 1991년에 시작됐다. 이 국가정책사업의 결과, 갯벌에 살던 수많은 생물이 목숨을 잃었고, 갯벌에 기대 살던 많은 주민이 일자리와 마을 공동체를 잃었다.

  그리고 두 강에서 흘러와 전에는 바다를 만났던 물은 방조제 안에 갇힌 호수가 되었다. 이 새만금호의 수질이 나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새만금호는 물속 산소가 부족해져 죽음의 호수가 되었다. 방조제 건설 후, 2011년에는 상괭이가 떼죽음했고, 2018년과 2023년에도 수많은 물살이가 죽었다(KBS 추적 60분, 2024년 1월 26일).     


  정부는 새만금호 수질을 개선하려고 2000년부터 2020년까지 4조 원이 넘는 돈을 들였지만 수질은 좋아지지 않았다. 방조제 수문을 하루 중 아주 제한된 시간 동안만 여는데, 이때 호수의 검은 물이 바다로 흘러나온다. 썩은 물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오염된 바다는 결국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다. 내게는 아이가 없지만 조카, 그리고 사촌 동생들의 아기들, 이웃의 어린아이들을 생각하면, 그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11월 집회에서 발언하신 한 연구자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새만금호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는 물질은 원래 갯벌 생물의 먹이였습니다. 강물이 흐르면 수질 문제는 해결됩니다.”     


  잠시 눈을 감고 그대가 강이라고 상상해보자. 그대는 높은 하늘 위 구름이었다 빗방울이었다 작은 시내가 되었고 더 큰 강이 되었다. 굽이굽이 흘러 먼 길을 온 그대, 그대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다.

  지금은 새만금 ‘호수’가 된 강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바다로 자유로이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흐르는 것이 강의 본성임을 모르는 사람 누가 있으리.     


  바다를 메워 서울의 2/3 크기 땅으로 간척하려는 새만금간척사업은 30년 넘게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에 들인 돈만 해도 22조 원이 넘는다. 새만금사업은 2050년까지 계속될 계획이고, 정부는 2024년에 이 사업에 대한 계획을 다시 세울 예정이다. 그 계획은 방조제에 갇힌 두 강을 풀어주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새만금사업이 전북을 위한 것일까? 새만금사업으로 쓴 돈 중 대부분은 현대 등 대형 건설사들과, 서울과 수도권 소재 기업들이 수주했다. 전북도 내 건설업체의 수주액은 0.2%에 불과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진정으로 전북도민을 위한 사업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인 수라에 신공항을 지으려고 하고 있다. 나는 새만금신공항의 경제적 측면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수라갯벌 바로 옆에 있는 기존의 군산공항처럼 신공항도 수요 부족으로 만성 적자가 날 테지만 말이다.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 않다. 기후위기는 중대한 문제고 신공항 건설은 엄청난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테지만 말이다.

  나는 그저, 주위를 둘러보자고 말하고 싶다.     


  그날 집회에 참가하려고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길에 버스 창밖으로 아름다운 가을빛으로 물든 단풍나무를 보았다. 그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잎 나무와 푸른 산과 강 없이 우리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저 멀리 뉴질랜드에서 새만금까지 날아오는 철새를 비롯해 다채로운 동식물과 우리는 지구라는 집에서 함께 사는 식구들 아닌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공항이 아니라 새만금갯벌을 복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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