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화 풀어요
우리 둘이 나누었던 몇 마디 때문에
글쎄,
어떻게 생각하면 별일도 아니야.
그냥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그런 일들이었어.
내 주관적 관점으로 잘 알지도 못한 상황을
내 멋대로 증폭시켜 오해를 만들어 낸 것도
내 그릇이 그 정도여서 그런 거지.
사실 너 잘못은 없어.
그런 일에 투덜거리고 짜증을 냈던
내 쪼잔한 성격을 너에게 들킨 거 같아
그게 오늘 많이 속상하다.
그냥 그때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될 일이었는데,
왜 이렇게 나는 '용서해줘'란 말 한마디를
망설이는 옹졸함을 가졌을까.
지금 네가 많이 보고 싶어.
근데 그 잘난 자존심이 뭐라고
혼자 이렇게 청승 떨면서 우울한 얼굴로
카페에 앉아 있을까.
유리창에 비치는 일그러진 내 모습,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 천치 한 명이
앉아 있는 거 같아.
쓴 커피 한잔 홀짝이며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일까
반성을 하고 있고,
넌 지금 뭐 하고 있을까 궁금해 죽겠어.
휴… 너를 사랑하게 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돼.
그렇게 자존감 세고 쿨하다고
자부하던 내가 이런 옹졸함과 치졸함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니.
가슴 넓은 남자라고
세상 잘난 척은 혼자 다하더니,
이 꼬락서니가 뭐니.
너에게 온갖 마음 어지러운 소리를 쏟아놓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린다.
연애란 그런 건 가봐.
상대방에 대해서도 깊게 알게 되지만
동시에 몰랐던 내 깊은 밑바닥까지 모습도 알게 되는,
미안한 마음을 그냥 말없이 슬쩍 손잡는 걸로
대신하는 내가 좀 비겁하지만,
그걸 뿌리치지 않는 너의 그 관대함을 아니까,
이번에도 또 그럴래.
내 억지스러운 트집에 너도 화가 많이 나있겠지만,
너는 곧 뭔가 '나도 잘못한 게 있겠지?' 하며,
괜스레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착한 사람이란 거 잘 알아.
그걸 이용하지는 않으니까 안심해.
우리 서로 성격이 많이 닮았잖니.
불같이 화를 내기는 해도
끝내 모질지 못한 사람들이란 거 잘 알기에,
이번에도
나도 너를, 너도 나를
또 한 번 안아주는 걸로 용서했으면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