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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May 06. 2019

있는 것은 아름답다.

일상의 기록#44




살면서 매일은 아니지만 종종 생각하곤 한다. 사랑이 무엇일까?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 풀리지 않는 숙제를 푸느라 많은 시간과 고민을 쏟는 사람들을 위해 20가지 대답을 담담하게 풀어주셨다.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들었다. 2년의 시간 동안 2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사진을 남겼고, 그들 모두는 사랑과 축복 속에서 또 다른 여행을 떠나갔다.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면서 값진 문장들을 남겨주셨고, 그 문장들을 통해서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었다.


전시회를 보기로 결정하고 제일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는 과연 인생을 살아가면서 제일 중요한 우선순위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었다. 아직도 높은 순위에 돈과 관련된 경제적인 것들이 포함되어 있던 나로서는 물질적인 부분들이 그분들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너무 궁금했다. 혹시 물질적인 가치가 중요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예상을 했지만, 20명의 인터뷰 중에서 돈이 중요했다고 말씀하신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 우선순위를 사랑, 가족, 종교 같은 것들에 두고 있었다.


지금 당장 죽음을 떠올리면 굉장히 무섭고 불안해서 무엇 하나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정작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안해하거나 남은 시간들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으셨다. 다만 조금은 죽음을 마주하는 시각을 조금 달리하셨던 것 같다. 죽음은 슬프거나 아쉽고 여운이 남는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거나 밥을 먹고, 잠을 자듯이 굉장히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계셨던 것 같다. 가족들과 더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운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이뤄놓은 것들에 대해서 만족하는 태도들을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데 인생의 의미가 있어요'

전시회를 보고 나서 가장 닮고 싶은 문장을 만났다. 누군가의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만큼 중요한 가치가 또 있을까? 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을 느낄만한 요소가 있다면 한치의 고민 없이 말이다. 나로 인해서 누군가의 세상이 밝아질 수 있다면 그것 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조금 어렸을 때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 이제는 진심과 마음을 다 해서 사랑을 주고 행복에 바래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생은 기뻐하며 즐길 일이 가득한데도, 우리는 참 즐기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신이 넘치게 많은 걸 주셨음에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없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숨 쉬는 것을 어느 순간 인지하지 못하듯, 죽음에 있어서도 그렇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죽음이라는 사건을 한편에 묻어두고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죽음은 내 삶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착각하며. 삶이 무한하지 않고 한정적이라고 느끼는 순간부터 매 순간이 소중하다고 느끼지만, 그것도 곧 무뎌지기 마련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다는 것조차도 사실 어찌 보면 아주 감사한 일이고, 밥을 꼭꼭 씹어먹을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하고 기쁜 일인데 말이다. 정말 어쩌면 불행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




요즘 매일 한 번씩 읽고 있는 김혜자 선생님의 2019 백상 예술대상 수상소감. 읽을 때마다 마음속에 큰 울림을 주신다. 나도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테고 삶은 정리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가장 빛나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망설임 없이 '오늘 지금'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작은 바렘이지만 모든 날, 모든 순간을 사랑했으니 자신 있게 지금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이 감사한 나날들이고, 사랑이 가득한 순간들이다. 매일 행복할 순 없겠지만, 행복할 수 있는 기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니까.


"돌아가는 상황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거의 85년간 살았으니 지금은 끝내고 싶지 않다고 하면 과욕도 그런 과욕이 없을 것 같다. 좋은 시간들도 있었고, 안타까운 시간들도 있었지만, 불만은 없다. 지금은 일단 작별 인사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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