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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May 15. 2018

결정

일상의 기록#28



5월 어느 날 부동산 관련된 일을 하시는 이모께서 연락이 오셨다. 오피스텔 청약 신청을 할 수 있으니 기회가 되면 신청을 해보라고 하셨다. 부동산에 대해서 완전히 무지했고, 청약이 무엇인지 어떤 개념인지 조차 모르던 나였지만 일단 시도하기로 결정을 했고, 정말 운이 좋게도 청약에 당첨이 되었다. 당첨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뭐가 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하고 판단해야 하는지 기준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모의 말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이모께서도 그 지역에 대해서는 흐름이나 상권이 어떤지 잘 모르셨고, 자리도 제일 낮은 층이고, 선호하지 않는다는 북향이라 분양권을 처분하길 원하셨다. 처분을 고려할 당시에도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없었고 처분하면 뭐가 좋은 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부랴부랴 분양권이 무엇인지 청약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당첨된 지역이 어떤 곳이고 오피스텔과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경험담도 취합을 해보는 와중에 분양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계약과 관련된 서류를 준비해달라는 말과 함께 내가 당첨된 자리가 많은 사람들이 원했던 자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00세대 중에 딱 2 군대만 있는 서비스면적으로 들어가는 테라스가 있다는 사실과 3층이지만 높이는 아파트 기준으로 7~8층 이상은 된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하지만 문제는 이모께서 이미 근처 부동산과 여기저기 이야기를 마치고 계약금까지 걸어둔 상황이라 되돌리려면 천만 원가량 물어주고 되돌려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대로 분양권을 그냥 넘기고 포기해야 싶은 건가 싶다가도 이대로 놓치기엔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까 부동산과 직접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을까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조금만 더 알아보고 관심을 갖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버렸고 어떤 결론이 나오든 빨리 결정하고 행동해야 했다.


결국은 분양권을 넘기지 않고 천만 원가량을 물어주기로 했다. 조금 더 높은 금액에 분양권을 양도하려고 이쪽저쪽 알아보시던 이모가 중간에서 참 난처하게 되었다. 분양권을 사기로 했던 부동산에서는 이미 계약금이 들어갔으니 구두계약이지만 계약이니 증액 배상을 요구했고, 이모는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아니니 계약금만 돌려주면 문제없다는 주장을 하셨다. 분양권을 넘기지 않고 직접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으니 이미 계약금을 넣어버린 부동산과 어떻게 잘 마무리해야 하는지 또 찾아보기 시작했다.


소비자보호원에 연락도 해보고, 법률 관리공단에 부동산 증액 배상에 대해서 문의도 해보고,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다. 계약을 하지 않았으니 상관없다는 주장도 있고, 구두계약도 계약이라고 보는 사례도 있었다. 법률적으로 다툼이 이어지면 난 법원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렇지 않으면 계약금만 돌려주고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랑은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는 상황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참 노력했다.


이모의 노력 끝에 결국 300만 원으로 물어줘야 하는 금액이 줄어들긴 했지만, 300만 원이라는 금액이 나의 결정 번복으로 일어난 일이라니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고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나를 비롯한 이모와 분양권을 사려고 했던 부동산에 종사하시는 분들까지 피해를 끼친 것 같아서 죄송스럽기도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아보고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다. 


이번 결정의 번복으로 300만 원이라는 금액을 지출하게 되었지만, 나중에 내가 조금 더 큰일을 앞두고 또 번복을 한다면 그땐 300만 원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주 어렸을 때 친구에게 3만 원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 한 이후로 친구와 돈거래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은 이후로 또 한 번의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떤 결정에 있어서 내가 확실하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 스스로가 내린 결정에 확신이 없으면 주변 사람들의 말에 엄청나게 흔들린다는 것도. 


사실 어쩌면 옳은 결정은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내린 결론이 옳은 결정이 되도록 행동하는 과정만 존재할 뿐이다. 어떤 결정으로 인한 결과도 오롯이 나의 몫이고, 책임 또한 나의 몫이다. 내가 짊어지고 갈 수 없는 결정으로 인해서 고통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루고 있고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이고, 나의 행동으로 인해서 돌아오는 책임이 무엇일까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돈이 없다고 해서 훔쳐야겠다는 결정을 한다면 그로 인한 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이 동반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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