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별 Aug 14. 2018

후회하지 않으려면.

일상의 기록#35



더위 때문인지 고민 많은 내 마음 때문인지 잠을 못 이루는 8월의 어느 하루를 보내는 요즘, '이렇게 더울 줄 알았다면 에어컨을 미리 좀 구매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하면서 선풍기 하나로 더운 여름을 버티고 있다. 더위에 유독 약한 내가 작년에 그 더운 여름을 보내고 또 같은 고통을 받는 걸 보면 후회를 통한 반성이 한참이나 부족했거나, 에어컨이 얼마나 위대한 물건인지 제대로 인식을 못 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어쩌면 후회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후회 속에서 하루를 마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잠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잠들기 아쉬워서 또 늦게 잠드는 후회의 반복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아침과 저녁마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전쟁이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가슴속에 후회스러운 일 하나씩은 품고 있다. '그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좀 더 이해하고 용서했더라면' 같이 선택이나 행동에 있어서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과정에서 항상 후회를 동반하곤 한다.


언젠가 이 세상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없는 날이 온다면, 그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덜 후회스러운 걸 선택하며 살았구나 라고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다시금 생각해보고 되돌아보니 덜 후회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에 더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예전에 대학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잠시나마 있었다. 20대라면 누구나 꿈꿔오는 캠퍼스의 로망을 뒤로하고 원치 않는 회식자리에서 억지로 술을 먹고 있노라면, 수업을 듣는 강의실과 캠퍼스 잔디밭은 천국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꼭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행복 가득한 공간은 아니었다. 시험과 과제에 대한 압박,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 등등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도 걱정과 불안은 존재하고 있었다. 대학을 안 가는 것보다 가는 것이 덜 후회스러울 것 같아서 대학교에 입학을 했더라면 과연 내가 행복했을까? 막상 입학하고는 일해서 돈을 버는 게 더 낫다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 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생각과 사실을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들이 객관적으로 내가 해낼 수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스스로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만 밀고 나간다고 해도 당장 몇 번은 될 수도 있겠지만, 꾸준하게 지속되기 매우 어렵다. 그 끝에는 아쉬움과 후회만 남을 뿐.


두 번째로, 더 나은 선택이란 없다고 믿을 필요가 있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회사에 다니지 않고, 대학교에 진학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보이진 않는다. 무엇이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내가 내린 선택이 최고가 될 순 없어도, 최선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여러 가지 중 하나밖에 없으니, 나의 선택이 의심이 아닌 확신이 들 수 있도록 스스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로, 스스로가 만들어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과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못해서 현실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과정 또한 결국은 후회를 남긴다. 열심히 준비한 시험에 떨어졌다고 인생을 실패한 것도 아니며, 갑자기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험에 붙은 이후의 삶이 스스로를 더 괴롭힐 수도 있고, 시험에 떨어져 인생의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결과에 대한 집착이 후회와 자기비하로 이어지면 안 된다.


후회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뒤 後, 뉘우칠 悔를 합친 글자로,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뒤집어서 생각해봤을 때 이전의 일이 잘못되기 전까지 우리는 후회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다.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 지레 겁먹고, 크게 확대 해석해서 스스로를 불행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어떤 결과를 통해 얻게 되는 후회를 통해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면 그 이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으니,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이나 아픔이 훗날 나를 더 멋지게 변화시켜 줄 씨앗이 될 수 있다. 다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꾸준한 물과 관심이 없다면 똑같은 후회를 또 반복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은 일이라면 그것은 멋진 것이다. 나쁜 일이라면 그것은 경험이 된다.

이전 19화 감정과 행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