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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Jan 21. 2018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기

덕업일치

시스템이 현대판 노예를 길들이는 수단이 자본주의와 디지털화지만, 이 거대한 힘은 너무나 깊숙하게 우리의 삶에 퍼져있어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공산주의 실패는 역사적으로 증명됐고, 돈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탐욕의 정도가 다를 뿐. 또한, 러다이트 운동 때 부서졌던 공장의 기계와는 달리, 디지털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너무나 방대하다.


결국에 우리는 자본주의와 디지털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처럼, 이를 탈(脫) 노예 하기 위해 이용할 순 없을까? 내 답은 ‘그렇다’인데 디지털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2Z7ozx12Aw&t=50s

게다가 블록체인의 잠재력은 아티스트가 경제적 자유를 얻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중에서 후자를 택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인데, 덕업 일치 (덕후와 직업의 합성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가 가능한 세상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용기 그리고 운이다. 


한편, <부의 추월차선>의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공무원이 되었다고 당신의 인생이 성공했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래 봤자 일주일에 5일을 노예처럼 일하고 노예처럼 일하기 위해 2일을 쉰다!”저자 엠제이 드마코는 평생 뼈 빠지게 일하고 저축해봤자 부자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비유에 의하면, 현대판 노예는 서행 차선을 달린다. 이들은 열심히 오래 일해서 돈을 벌고, 안 쓰고 아껴서 서서히 부를 늘려 나간다. 재테크 수익에 따라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들의 부의 증식 속도는 대개 서서히 진행되는데, 운이 좋은 경우 노인이 됐을 때 부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에도 밝혔듯, 부의 양극화와 기술의 발달로 인한 노동의 종말 그리고 수명 연장으로 인해, 보통의 사람의 경제적 가치는 형편없는 수준으로 격하될 것이다. 따라서 서행 차선의 방식은 20세기에는 일부 먹혔을지 모르지만 21세기엔 통하지 않는다. 단언컨대, 평범하게 살며 인고의 시간 끝에 부자 되는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그거 하면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고 남들에게 무시당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꿋꿋이 하던 아티스트가 부자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은 시대다. 아티스트로서 버는 기대수익이 현대판 노예보다 월등히 높다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엠제이 드마코가 묘사하는 부의 추월차선을 달리는 사람은, 내가 정의하는 아티스트와 무척 유사하다. 이들은 꾸준히 자신의 분야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면서, 돈이 열리는 나무가 자랄 때까지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부는 목적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성취한 결과다. 어릴 때 학교에서 식물을 길러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무를 키우는 것은 분명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단기적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나무가 일정 수준 이상 자라면,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아도 나무는 스스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열매를 맺는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창조의 수단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결국 무엇을 통해 창조를 할지는 스스로 찾아야 하고, 그것은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티스트는 지도에 없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시행착오를 겪으며, 당장의 성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아티스트는 실패하고 좌절하며 수많은 거절을 당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 일을 하며 얻는 기쁨이 고통보다 커야, 시련에 굴하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고, 이것이 감당할 만한 수준의 실패인지 잘 생각해보자. 만약 그 상황에서도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남들이 뭐라 하든 그것이 바로 가야 할 길이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는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 아티스트가 경제적 성공을 거두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프리랜서로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거나, 영리법인을 세워 사업체를 키우는 것이다. 본인의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을 할 수 있는데, 내 생각엔 잠재적 투자수익률이 높고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는 분야는 콘텐츠다.


왜 콘텐츠인가

20세기 말, 빌 게이츠는 “콘텐츠가 왕이다 (Content is king)”라는 말을 남겼고,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인터넷의 특성상 유저들이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는데 드는 전환 비용이 없기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은 이들을 붙잡아 둘만한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 콘텐츠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추가적으로 생산, 배포하는데 드는 한계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 대형 IT 기업들은 모두 자체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 IT업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가히 콘텐츠 전쟁이라 부를 만한다. 가령, 구글은 AI 스피커 시장을 선도하는 아마존의 에코 제품에 유튜브 서비스 공급을 중단했고, 아마존은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 가격을 할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또한, 디즈니는 2019년부터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하는 계약을 종료하고, 자체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선언했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엔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역할이었던 플랫폼이, 생산자로 활발히 영역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며, 앞으로 양질의 콘텐츠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렇듯 우호적인 시장환경과 더불어, 아티스트 개인의 관점에서 콘텐츠가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콘텐츠는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 영화나 게임, 음반 등에 제한되지 않고 실로 다양하며, 얼마든지 개인의 차원에서 한계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콘텐츠는 막대한 자본이나 운영비, 재고 부담이 없는 반면, 성공할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투입되는 것은 본인의 시간과 노력이고, 돈이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위험은 제한적이다.


콘텐츠는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 있으며 적어도 남들보다는 잘 아는 내용을 올려야 하며, 소비자에게 재미/감동/정보 세 가지 중 하나만 줄 수 있어도 성공이다. 맛집, 뷰티, 여행, 영화, 금융, 음악, 독서, IT, 역사 등등 콘텐츠의 주제는 다양한데,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성과 없이 거대한 디지털 세계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져,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하나 둘 자신의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쌓이다 보면 트래픽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때가 됐다 싶으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4b6z8Js6qU&t=201s

블록체인과 콘텐츠의 미래

뜨거운 암호화폐 열기 속, 이를 무작정 사회악으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의 특징 중 하나는 탈중앙화인데, 거래 원장을 분산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매개하는 미들맨의 역할이 축소된다. 아직은 블록체인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것이 미래에 어떻게 진화하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에게 블록체인의 등장은 호재임이 분명해 보인다.   


디지털 콘텐츠의 막강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정당한 경제적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 구조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얻기 어렵고, 수익을 플랫폼과 정산하는 경우,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을 뜯기는 경우가 많다. 가령 페이스북의 경우, 페이지를 개설하고 콘텐츠를 올리면, 이것을 다른 유저들에게 홍보해준답시고 광고비를 낼 것을 유도한다. 유저들이 올리는 콘텐츠 덕분에 생태계를 형성하고, 매년 수 십조의 이익을 내는 기업 치고는, 너무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별 수 없다. 마땅한 대안이 없을뿐더러, 대형 플랫폼이 제공하는 트래픽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발달은, 콘텐츠를 만드는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보상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대형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들의 그림자 노동으로 취득한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떼돈을 벌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데이터의 주권이 없어, 자신들이 제공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단순한 정보의 영역을 넘어 가치를 가지게 되면, 이는 대형 디지털 플랫폼이 독식하는 부의 상당한 부분이 사용자들에게 재분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블록체인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현재 소수의 대형 기업에 권력이 집중된 '정보의 인터넷'에서, 다수의 참여자에게 힘이 분산된 '가치의 인터넷'으로 이행하는 것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가령, 스팀잇은 블록체인에 기반한 SNS인데, 콘텐츠를 올리는 유저들에게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 이들은 스팀이라는 암호화폐를 자체적으로 발행하고, 스팀 사용자들에게 암호화폐를 지급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콘텐츠의 아티스트는 많은 스팀을 보상받는다. 스팀의 독특한 경제 시스템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사용자가 몰리고 있고,스팀잇에 포스팅하고 받는 암호화폐의 가치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실제로 필자도 블록체인 SNS를 경험해 볼 겸, 스팀잇에 글을 몇 개 올렸는데 그렇게 얻은 스팀의 가치가 3달러 정도이다. 물론 아주 미미한 수치이지만, 들인 노력에 비하면 훌륭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은, 다음 및 카카오 채널에 노출돼 트래픽을 올려 자신의 책 출간 및 홍보를 하는 것이 최대의 수확이다. 이때 아무리 많은 콘텐츠를 올리고 구독자를 모아도, 작가에게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금전적 보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스팀잇은 콘텐츠를 통해 암호화폐를 보상받기 때문에 (대부분은 비록 미미한 수준이지만),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스팀 커뮤니티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한다. 물론 암호화폐의 가격 등락은 예측할 수 없고, 현재 스팀잇의 트래픽 또한 기존 대형 플랫폼에 비하면 현격히 떨어지는 초기 수준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 같은 대형 플랫폼은 이미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표했으며, 추후에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해 유저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반 SNS, Steemit

결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블록체인 덕분에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아티스트가 경제적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콘텐츠는 추가 생산 및 배포하는데 한계비용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아티스트는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해 라이브러리를 쌓고 다양한 플랫폼에 배포함으로써, 잠재적 수익원을 다양화할 수 있다. 

 

SNS 및 블로그 

SNS 및 블로그는 가장 보편적인고 진입장벽이 낮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SNS나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람들한테 중요한 것은 매체의 성격을 적절히 파악하는 것과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지 위주 SNS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 8억 명이 넘는 유저가 있고 20억 명이 넘는 유저를 가진 페이스북과 연동이 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SNS 중 하나이다. 국내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기 때문에 토종 SNS인 카카오 스토리나 밴드 대비 더 파급력이 있다. 


한편, 트위터는 텍스트 위주의 SNS로서 전 세계 사용자는 3억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국내 유저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대비 많지 않기 때문에, 파급력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대비 떨어지지만 매체의 특성상 텍스트에 특화된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하다. 


블로그는 국내에 대표적인 검색엔진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다. 네이버 검색 점유율이 70%고 카카오는 10-15%남짓하며, PV (페이지 뷰)도 네이버가 카카오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카카오는 국내 사용자가 4천만이 넘는 카카오톡을 보유했기 때문에, 메신저에서 발생하는 트래픽도 상당하다. 또한, 카카오는 글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인 브런치를 운영하며,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본인이 외국어에 능통해, 외국어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자신의 사이트를 만들어 구글을 통해 전 세계 유저들에게 노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면 국내 플랫폼인 네이버 혹은 카카오를 쓰는 것이 현실적이다. 온라인 유저들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긴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콘텐츠에 적합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삽입해 유저들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SNS나 블로그를 수익화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광고인데,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팔로워들이 많을수록 플랫폼의 영향력도 커지는 법이다. 광고주들로부터 돈을 받거나 혹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홍보하는데 SNS와 블로그를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플랫폼의 성격에 반하는 내용의 광고를 노출하면 방문자들이 싫증을 느끼고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육아에 관련된 정보를 올리는 블로그에 갑자기 건강기기 관련 광고 콘텐츠를 올린다면, 이는 블로그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며 곧 트래픽 감소로 이어진다.  


SNS 및 블로그를 훌륭하게 활용한 예는 개그맨 김재우 씨다. SBS 공채로 데뷔한 김재우 씨는 웃찾사에서 나몰라 패밀리 등의 코너로 인기를 얻었지만, 국민 개그맨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한 수준의 평범한 개그맨이었다. (김재우 씨 본인 및 관계자 분들이 이 글을 보고 기분이 나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나는 현재 김재우 씨의 인스타를 팔로우하며, 그의 인간미 넘치는 삶을 응원하는 팬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인스타그램에 부인과의 소소한 결혼 생활 및 유쾌한 콘텐츠들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고 현재 162만의 막대한 팔로워 (2018년 1월 기준)를 보유한 파워 인스타 그래머가 됐다. SNS에서 입소문이 난 덕분에, 본업인 방송에서 그를 찾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며, 광고주들의 러브콜을 받고 제법 많은 광고를 찍었다. 인스타그램 스타가 된 이후, 현재 그의 수입은 과거보다 훨씬 많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1인 미디어

“코드 커터”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TV 방송 케이블 코드를 끊고 대신 온라인 방송을 보는 시청자를 말한다. 코드 커터는 주로 10-30대 젊은 세대가 주류인데, 이들은 TV 대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유튜브 등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선호한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TV 시청 시간은 줄고 있는 반면, 온라인 동영상 시청 시간은 늘어나고 있다. 훗날 지금 유튜브를 보는 10-20대가 자라 어른이 되고 가정을 이루면, 거실에 상징적으로 놓던 대형 TV가 혼수품 리스트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매체뿐 아니라, 사람들의 소통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문자에서 이모티콘이나 사진 같은 이미지, 그리고 비디오로 소통의 형태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 피처폰 시절에는 문자 메시지 속 텍스트가 주된 소통의 형태였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모바일 메신저가 확산되면서 이모티콘, 사진을 활용해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향후에는 비디오로 생생하게 상대방과 소통하는 방식이 확산될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10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신저 앱은 사진 및 동영상으로 소통하는 스냅챗이며,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셀카 및 동영상을 찍는 카메라 앱(B612, 스노우, 메이투 등)들이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기업들은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 이러한 온라인 동영상의 높은 성장성 덕분에 인터넷 기업들은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의 주 수입원은 광고인데,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구축해서 광고를 노출하면 막대한 TV광고 예산을 뺏어올 수 있다. 따라서 넷플릭스 같은 사업 모델을 참고해 인터넷 기업이 자체적으로 독점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영향력 있는 1인 미디어의 몸값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 기업들의 온라인 동영상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1인 미디어에 상당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의 잡지 Variety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10대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은 전통 할리우드 배우나 팝스타가 아닌 유튜브 스타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튜브 게임채널 “PewDiePie”의 운영자인 20대 스웨덴 청년 펠릭스는 자신만의 유쾌한 콘텐츠로 5천만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리며 연간 100억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TV 스타의 인기를 능가하는 Youtube 스타

국내도 대도서관, 철구, 양띵, 캐리 등 영향력 있는 1인 미디어들은 10대들에게 꽤 유명한 셀럽이며, 이들의 수입 또한 웬만한 연예인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영향력 있는 1인 미디어의 경우 프로 스포츠 선수처럼, 매체에서 스카우트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과거 아프리카 TV가 유력 BJ들의 이탈에 백기를 들고 정책을 변경한 사례는, 유력 1인 미디어의 영향력과 협상력이 플랫폼을 뛰어넘었음을 보여준다.


성공적인 1인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강점이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올려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고 구독자를 늘려야 하며 매체를 선택할 때도 본인 콘텐츠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 가령, 유튜브는 대표적인 온라인 동영상 매체고 전 세계 유저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반면, 트위치는 게임에 특화돼있고, 아프리카 TV는 토종 매체로서 충성도 높은 국내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페이스북도 압도적으로 많은 유저 수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동영상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일정 수준의 구독자가 생기면 매체로부터 정산받는 광고비 및 선물(아프리카 TV의 별풍선 같이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가상의 화폐, 현금으로 변환할 수 있다)을 통해 트래픽을 수익화 할 수 있다. 먹방이나 뷰티, 게임, 코미디 등이 흔한 1인 미디어 콘텐츠인데 이미 이쪽 분야는 경쟁이 과열되어 웬만한 차별화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기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부단히 고민해야 한다. 또한 자극적인 소재로 방송을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1인 미디어를 생각하는 사람은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필자도 한 때 애널리스트로 재직할 당시 온라인 주식방송을 해볼까 고민했었지만, 10-20대 위주인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는 적합한 콘텐츠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만둔 기억이 있다. 대신에 잡다한 지식이나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을 키울 생각인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쪽이 유행을 타지 않고 콘텐츠의 수명이 긴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시로 든 사례를 제외하고도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수단은 무척 다양하기에, 본인의 특질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다만 창조활동을 할 때, 디지털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왜냐하면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자신의 창조물을 알릴 수 있는 대상이 아날로그 대비 압도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령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이 동네에 오프라인 공방을 열어봤자, 도달할 수 있는 잠재적 고객은 기껏해야 근처에 사는 수백 명 정도의 주민에 그친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자신이 만든 공예품을 올릴 경우, 잠재적 고객은 수십, 수백만 이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또한 본인의 창조물을 디지털 매체에 올릴 경우, 실시간으로 타인에게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해본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창조 과정은 지독하게 외로운 일이다. 일단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이 시간이 걸리기에 인내심을 요할뿐더러, 초기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그런데 디지털을 활용해 올리기 시작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타인의 피드백이 있기 마련이고 (좋아요, 댓글, 공유 등)이런 작은 피드백들이 모여 고독한 창조를 하는데 큰 힘이 된다. 때로는 타인의 피드백을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하고,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이 어딘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다.  


결국, 본인이 뛰어난 외모의 배우거나 탁월한 운동신경을 가진 스포츠 선수가 아니어도 누구나 아티스트로서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다. 빼어나게 잘하는 것이 없을 수는 있어도, 분명히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분야는 누구나 있게 마련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성공적인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남들이 좋다는 것 따라가다가는, 창조활동에서 느끼는 순수한 기쁨도 얻지 못하고, 돈이 열리는 나무가 자라는 지루한 과정을 견디지 못해 포기하기 십상이다.  


마지막으로 “저는 좋아하는 글쓰기를 통해 훌륭한 아티스트가 돼서 경제적 자유를 얻었습니다”라고 글을 맺으면 참으로 뻔하고 훈훈한 결말이겠지만, 본인도 아직 한창 담금질 중인 미생임을 고백한다. 퇴사 후 저축한 돈을 야금야금 쓰고 있고 인세로 먹고사는 것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 언젠가 돈이 동나면 적극적으로 구직을 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최근에 새롭게 착수한 동영상 작업은, 글쓰기에 비해 에너지가 수 배는 소요되는 일이고 익숙하지 않던 분야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하지만, 탈 (脫) 노예를 위해 시스템 저 너머에서 창조활동을 하는 것이 너무 좋다. 아직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얻는 기쁨이 고통보다 크고, 설사 실패한다 하더라도 나중에 지금의 순간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두는 것은 죄라는 생각까지 든다. 부디 내가 <현대판 노예>를 쓰는 동기이자 우려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해,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모호해지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 속, 사람들은 인간성을 잃고 점차 로봇처럼 변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연결되는 한편, 완전한 고립에 빠질 것이다. 미래에 현대판 노예는 단지 시스템에 제공하는 하나의 데이터,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평범의 몰락은 개인에게는 불행을, 사회에는 혐오와 갈등을 안겨줄 것이다. 나는 교육을 뿌리째 바꾸는 것이, 이러한 비극을 피할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재의 교육은 노예를 양산하는 체제인데, 다음 파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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