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스코리아의 못생긴 딸이었다

나의 외모 콤플렉스

by 정민유


난 이 나이에도 예쁘다는 칭찬이 제일 좋다.

여자치고 예쁘다는 말이 싫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내가 유독 예쁨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 엄마는 미스코리아였고 평생 "예쁘다"는 건 엄마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어딜 가나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내가 봐도 엄마는 빛나는 아우라가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큼직한 이목구비, 무엇보다 쭉 뻗은 각선미에 키도 큰 편이었다. 누구나 찬사를 보낼 만큼 예뻤다. 처녀 때 시내를 걸어가면 보통 10명 정도의 남자가 차 한잔 하자며 쫓아왔다고 한다.


" 커피 한잔만 하시죠"

아빠도 그중 한 명이었다.

'모야 나이도 많은 아저씨 같은 사람이'

엄마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도망가듯 가는데도 아빠는 끈질기게 따라갔단다.( 이 에피소드는 평생 수도 없이 들었다) 집까지 따라오고 일단은 커피를 마시는 데 성공했다. 그다음엔 훌륭한 언변으로 삼촌을 설득하고 할머니를 설득해서 사귀게 되고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다.


10살이나 어린 미스코리아와 결혼한 아빠는 엄마를 공주처럼 추앙했다. 엄마는 우리 집의 여왕이었다. 그런 엄마가 대학을 휴학하고 첫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엄마를 전혀 닮지 않았고 아빠를 쏙 빼닮았다. 외까풀의 눈은 작고 쳐져있었고 피부는 붉었고 귀는 쫑긋 당나귀였다.


"친구들이 놀러 와서 아기를 보여달라는데 너무 못생겨서 보여주기가 창피했어"

엄마 친구들이 아기를 보러 놀러 왔는데 못생겨서 부끄러워서 보여주기 싫었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걸 꼭 나한테 얘기해야 해?'

예쁘다는 칭찬만 들었던 엄마에게는 자신의 딸이 못생겼다는 게 참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난 아빠를 닮은 죄밖에 없는데...

엄마가 날 부끄러워하니 나도 날 수치스럽게 느끼게 된 것이다.


2년 후 남동생이 태어났다. 아들이어서 부모님 모두 기뻐하셨지만 게다가 엄청나게 잘생긴 아이였다.

외모지상주의였던 우리 집에 딱 맞는 아들.

난 그나마 큰딸이어서 아빠에게 받던 사랑도 남동생에게 빼앗겨 버렸다.

남동생은 우리 집의 우상이었다.


그 밑으로 태어난 여동생은 자그마한 얼굴에 검은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딸이었다. 거기다가 난 성격도 순해서 존재감이 없었지만 여동생은 자기가 원하는 건 똑 부러지게 얘기하는 당찬 성격이었다.

거기다가 클수록 얼마나 날씬하고 연예인 같아지는지 보는 사람마다 "자매인데 왜 이렇게 달라?" 하며 비교를 했다.

그리고 막내남동생은 검고 삐쩍 마른 아이였다. 그래도 눈은 쌍꺼풀이 크게 진 큰 눈이었다. 어릴 때 난 쌍꺼풀만 있으면 다 예쁘고 잘 생긴 줄 알았다.




난 내가 못생겼다는 걸 인식하게 되면서부터 더 내향적으로 변했고 못난 내 얼굴이 수치스러워졌다.

예쁘지 않아서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대학교 3학년 때 쌍꺼풀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예쁘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유일하게 들은 칭찬은 '착하다'였다. 난 그나마 착하기 때문에 이 집안에 살 수 있는 아이처럼 부모님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아빠는 공부도 알아서 잘하고 말 잘 듣는 큰딸을 그래도 예뻐하셨다.


하지만 나의 자존감은 바닥이었고 외모콤플렉스가 심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죽기보다 싫었고 누가 내 얼굴을 쳐다보면 눈을 마주 보기도 힘들었다. 내 마음은 심하게 병들어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사회불안증이었다.

이 수치심과 공허감, 외모콤플렉스, 낮은 자존감을 치유하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난 '사랑받기 위해선 예뻐야 된다'란 잘못된 신념을 갖게 되었고 예쁘고 날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30대 때 사람들이 예쁘다고 해도 잘 믿어지지가 않았고 스스로 거울을 보면 못생기게 느껴졌다. 일그러진 안경을 쓰고 나를 바라보니 예뻐 보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정상 몸무게였지만 항상 더 살을 빼기 위해 애를 쓰며 다이어트를 했다.


그래서 예쁘다는 칭찬이 제일 좋았다. 못생겼던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져서인가보다.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날 사랑하게 되었지만 참 오랜 시간 외모콤플렉스는 나에게 벗어나기 힘든 족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