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처음 보고 나르시시스트 엄마가 했던 말
" 얘가 뭐가 좋아?"
지금 남편과 사귀고 4~5개월 지났을 즈음 그 당시 운영하던 상담카페에 부모님이 방문하셨다.
남편이 카페 쪽 일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급작스런 부모님의 방문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빠는 나의 남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다. 아빠는 내가 재혼하지 않고 혼자 살길 바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수려한 외모에 연하인 남편이 마음이 드시는지 관심이 많으셨다.
'역시 외모지상주의자야..'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가 남편을 보고 한 첫마디가
" 얘가 뭐가 좋아?"였다.
보통 나를 아는 지인들은 우리 둘이 사귀게 되었을 때 " 남자친구 어디가 좋은 거야?"라고 내 입장이 되어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엄마라는 사람이 이렇게 질문을 하다니!!
엄마가 보기엔 나이도 많고 애가 셋이나 있는 이혼녀를 좋아하는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으셨나 보다.
게다가 평생 " 난 나이 많은 남편이랑 사느라 나도 같이 나이 드는 느낌이다" 란 말을 입에 달고 사셨으니 엄마가 보기엔 예쁘지도 않은 큰딸이 젊은 남친과 사귀는 게 부러우셨겠지.
그 말을 들은 난 '역시 엄마는 날 아직도 별 볼 일 없는 딸이라고 생각하시는구나...' 하며 기가 막히면서도 쓴웃음이 났다.
한편 남편은 도대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할지 난감하고 당혹스러워하며
" 민유가 착하고 예쁘고..." 라며 대충 얼버무렸던 것 같다. 아마 엄마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 거란 예상은 1도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나중에 나한테 조용히 와서
" 남자친구 마음 변하기 전에 빨리 결혼해라" 라며 남편의 마음이 금방 변할 거라는 예상을 하며 얘기하는데 진심 ' 이런 말을 하는 게 진짜 엄마 맞나?'란 생각이 들어 아무 대답도 못했다.
결혼이 결정되고 웨딩촬영 사진을 가족 채팅방에 올리면 엄마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중에 여동생을 통해 전해 들은 말은
"걔는 지 이쁘게 나온 사진 왜 자꾸 올린다니?"였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최고여야 하는데 딸의 예뻐 보이는 모습이 얼마나 부대끼셨을까?
그 이후로도 엄마는 남편에게 호의를 보이며 집에 찾아가면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탐탁지 않아 하시는 아빠에 비해 자신을 환대해 주시는 엄마를 남편도 좋아했다. 그래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친정을 찾아가는 빈도가 많아졌다.
그런데 남편이 나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거나 정원에 나가 날 계속 사진 찍어주면 엄마는 싫은 내색을 하며 참다못해 "그만들 좀 해라"라고까지 하셨다.
그리고 엄마를 "장모님 더 예뻐지셨어요"라고 하면 "다 늙었는데 몰 그래?" 하면서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런 기간은 오래지 않아 끝이 났다.
큰딸로서 별로 받은 건 많지 않으면서 의무와 책임만을 강요하는 부모님의 처사에 남편이 보다 못해서 날 대신해서 엄마에게 카톡을 보낸 것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엄마의 무서우리만치 냉정한 반응이었다. 엄마 입장에서 남편은 엄마의 절대적인 아성에 정면으로 대항한 적군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표현을 하면 바로 바닥으로 내동댕이친다.
그 일이 있은 후 남편이 그래도 친정집에 가겠다고 뭐 드시고 싶으신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장모님 "
" 응 왜? 뭐?"
싸늘한 엄마의 목소리에 남편의 얼굴은 굳어졌다.
" 내일 찾아뵈려고 하는데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하며 애써 밝은 척 대화를 이어갔다.
" 뭐 먹고 싶은 게 없는데... 아무 거나 사 오든지.."
" 장모님 기분이 안 좋으세요?" 남편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 아니, 왜? 아닌데?" 다시 또 찬바람이 쌩 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고 사갈게요."
"그래"
너무 놀란 나머지 급하게 전화를 끊고 남편은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는 엄마의 태도에 믿을 수 없어하며 넋이 빠진 남편에게
"거봐 이제야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겠지? 내가 그렇게 얘기를 해줘도 안 믿더니..."
너무 헌신적이시고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란 남편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지.
결국 그때 친정집에 갔다가 또 다른 상처 하나 추가하고 비참히 돌아왔다.
이제는 남편도 엄마가 나르시시스트라는 걸 알게 되었고 친정에 거의 가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지금까지 고통스럽게 살았던 만큼 지금의 행복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친정식구들이 날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들이라는 게 너무 슬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