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N 년 전 그때

추억 팔이의 시발점

by 에밀리H

스마트폰은 참 친절하다.


가끔 핸드폰 잠금 화면을 잘못 건드리다 보면 n 년 전 사진을 보게 된다.


수많은 n 년 전 과거 사진 중 나에게 옅은 미소라도 짓게 만드는 건 바로 '유럽 방문기'이다.


그리고 나의 미소를 더 크게 만들어주던 그때,


2021년 2월 어느 날


3년 전부터 인연이 닿은 지지 언니 인스타 스토리에 플레이 모빌 한정판 사진이 올라왔다. 거기에는 나와 같이 구매한 몰타 기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하트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것을 계기로 한참 동안 지지 언니와 DM으로 추억 얘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지 언니가 영상 하나를 보내줬다. 그건 내가 몰타에 있는 플레이모빌 펀파크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내가 뭐라 주절주절 얘기하면서 올라가다가 미끄럼틀을 타고 꺄악- 소리를 내며 내려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그때의 모습을 보니 고민도 없어 보이고 티 없이 해맑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웃겨서 웃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해서 돌려보는데 뭔가 마음이 시렸다. 고민 한가득인 지금의 모습과 상반된 과거를 보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사실, 도망치듯 유럽에 가서 힘들었던 감정들을 털어내기 위해 노력했었고, 유럽에 놀러 간 관광객의 입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했었다.


심지어는 놀고 있는 와중에도 이러면 안 된다고 나 자신을 질책하기도 했었고, 긴 여행이 끝나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또다시 전쟁 같은 일상이 반복될까 두려워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유럽에 가기 전에는 '깊게 생각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라고 다짐했건만... 가끔 행복에 겨워 울컥거리는 감정 기복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사진과 인연 그리고 내 마음속에 추억이 남아있다.


문뜩, 각자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을 몰타에서 만난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했다. 몇몇 친구들은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그러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어쩌다 한 번씩 마음이 허할 때면 그때 당시에 남긴 블로그 글과 사진들을 본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들이 많이 빠져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3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기억이 더 가물가물해지기 전 생생하게 되살려 놓기로 결심했다.


영화 <타이타닉> 주인공처럼 할머니가 되어서도 과거의 물건을 보면서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생생하게 기억해 냈듯이 나도 먼 훗날 유럽에서의 3개월을 그렇게 기억하고 싶었다.


엄청 대단하지도 않다.


대단히 특별하지도 않다.


단지 나만의 추억이고 기억일 뿐이다.


누군가는 내가 이러는 것이 추억팔이로 볼 수 있는데...


추억팔이 맞다.

충분히 성숙해진 줄로만 알았던 한국 나이 서른에 뜬금없이 유럽으로 떠났고, 갔다 와서도 여전히 빈틈이 많은 어리숙한 존재임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 여행은 엄청나게 대단한 의미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소소한 변화를 일으킨 건 분명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여행을 목적으로 마음껏 떠나지도 못하는데, 이김에 추억여행이나 잔뜩 떠나볼 생각이다.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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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팔로 팔로 미!


지지 언니와 쩡에이와 함께 간 몰타 플레이모빌 펀 파크 (Playmobil F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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