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꿈과 희망이 있는

그곳은 바로 파리 디즈니 랜드

by 에밀리H

나는 놀이공원을 상당히 좋아한다.


무섭다고 소리 꽥꽥 내지르며 놀이기구를 타더라도 좋아한다. 그동안은 국내 놀이공원만 놀러 다니다가 17년도에 일본 오사카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다녀온 뒤 신세계를 맛봤다. 그래서 파리에 있을 때 혼자라도 디즈니 랜드에 갈 거라고 다짐을 했었다.

몰타에서 쩡A와 얘기를 나누다 프랑스 디즈니랜드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내가 같이 가자고 꼬셨다. 쩡A가 프랑스를 여행할 때 내가 머물고 있는 민박집에 와서 같이 머물다가 디즈니랜드에 같이 가고, 며칠 뒤에 쩡A는 비행기 타고 런던으로 넘어가면 나는 유로스타 타고 런던 가서 같이 돌아다니기로 했다.


디즈니랜드 티켓과 일정은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인터넷 글을 찾아보며 정보를 얻었다. 글 몇 개를 읽어보니 특정 외국 사이트 이용방법이 나왔다. 그래서 쩡A와 날짜를 조율해서 가능한 날짜로 티켓을 구매했다.


티켓의 종류는 디즈니랜드 스튜디오 운영시간과 파크 이용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내가 고른 티켓은 디즈니 랜드 파크와 스튜디오 두 곳 다 이용할 수 있지만, 스튜디오 운영을 짧게 하는 날이었다. 디즈니랜드 스튜디오 운영시간이 짧다고 해도 방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체력이 금방 달려서 스튜디오에서는 잠깐만 있었는데도 아쉬움이 크게 남지 않았다.)


전날에 E-티켓을 프린트했다. 그리고 저녁에 민박집 사장님께 말씀드려 놓고(저녁 식사 준비 인원 파악 때문에) 다음 날 아침을 먹은 후 쩡A와 출발했다.


숙소 앞 역에서 7호선을 타고 chatelet역에서 RER A선을 갈아탔다. 정말 귀여웠던 건 RER A 환승구간에서 열차를 기다리면서 도착정보 모니터를 봤는데 행선지 역 이름 옆에 미키마우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열차에 올라탈 때까지 우리가 뭘 놓쳤는지 잊고 있었다. 그냥 이것만 타면 디즈니랜드에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만 가득한 상태였다. 그렇게 디즈니랜드가 있는 역에 내려서 입구까지 걸어가다가 저 멀리에 디즈니랜드 성을 보고 뭘 까먹었는지 생각났다.


민박집 열쇠를 받아와야 하는 걸 깜빡했다.


디즈니랜드 야경에 폭죽 터지는 것까지 보면 자정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민박집 열쇠를 받아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는데, 까먹고 그냥 나왔다. 껄끄러운 몇몇 일 때문에 민박집 사장님과 최대한 말 안 섞으려다가 중요한 걸 놓치고 말았다.


놀이공원 안에서 사 먹는 것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민박집에서 미리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두었다. 그리고 역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초콜릿 과자와 봉지에 들은 마들렌을 샀다.


파리 디즈니랜드


놀이공원 입구에서 각자 티켓 QR 코드를 찍고 드디어 입장을 했다. 파리 디즈니 랜드는 옛날 느낌이 났다. 내가 어릴 적에(90년대 중후반)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구버전인 자연농원에 간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신기했던 건 국내 놀이공원이나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달리 어르신 방문객들이 많았다. 거기에 계신 어르신들 머리에는 스팽글 등의 소재로 만든 머리띠를 하나씩 착용하고 계셨다. 사실 먼저 디즈니랜드를 방문하고 온 갭퍼 나블링이 미니 마우스 머리띠를 하고 있는 걸 봤을 때도 별 감흥이 없었었는데, 여기 계신 어르신들을 보니 사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홀린 듯 근처 상점에 들어가서 스팽글이 박힌 머리띠를 구매했다.


파리 디즈니랜드_연못가를 걷다가 UP의 칼 할아버지와 수다쟁이 러셀을 만났다.


쩡A와 나란히 머리띠를 하고 돌아다녔다. 다 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머리띠를 가방에 꼭꼭 숨겨 갔지만 디즈니랜드에서만큼은 시선에 상관하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했다.


이런 자신감으로 잘 돌아다니기 위해 실물 지도 한 장과 쩡A 핸드폰에 파리 디즈니랜드 앱을 깔아서 실시간으로 대기시간을 확인했다. 사실 어느 놀이공원이 다 그렇듯 대기 없이 어트랙션을 탈 수 있는 티켓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만큼은 돈을 더 들여서 악착같이 타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그냥 운과 주어지는 기회에 맡겼다.

디즈니랜드 파크에서 스튜디오 파크로 넘어가는 통로


이 테마파크의 세계관은 모두가 알다시피 확실하지만 뭔가 구성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어트렉션 대부분 재밌기는 했지만 탈 것이 그렇게 많다는 느낌은 없었다. 스튜디오 파크에 가서 둘러봐도 그렇게 흥미를 돋우는 것들이 없어서 미련 없이 금방 둘러보고 나왔다.


어트렉션 타는 것에 흥미를 잃었을 때쯤에는 상점에 들어가서 쩡A 조카 사줄 옷을 골라보기도 하고, 예쁜 모양의 마그넷을 고르기 위해 열을 올렸다. 하지만 판매하고 있는 굿즈들도 뭔가 구미를 당기는 것들이 잘 없었다.


사고 싶은 것이 가득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것이 너무 없어서 고민을 하다가 시간이 훅훅 지나가버렸다.

파리 디즈니랜드_ 그렇게 복잡한 미로가 아니었는데도 나 혼자서 메이즈 러너 찍을 뻔했다.


그래도 나와 쩡A가 가장 흥분한 시간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퍼레이드 안무와 노래를 보고 있는데 우리 앞에서 퍼레이드 안무가들과 똑같은 춤을 추는 외국인 한 명이 있었다. 그 사람은 분명 직원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칼 각으로 직원들의 춤을 소화하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직원들도 엄청 고생이었지만, 그 열정 가득히 칼근무를 하는 그 손님 덕에 잠시 동안 볼거리가 생겼다.


파리 디즈니랜드_Remember me ♪♬


나머지 한 번은 어트랙션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어디서 많이 듣던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익숙한 것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애니메이션 <코코> 테마로 꾸려진 식당이었다. 그곳에는 코코에 나온 것처럼 만국기 같은 것들이 걸려 있었고 입구에는 기타 모형 두 개가 매달려 있었다. 쩡A와 그 모습을 보고 소리를 꺅 질른 다음 들어갔다. 사진만 찍고 나올 목적으로 들어갔다가 결국 각자 먹고 싶은 거 하나씩 주문했다. 나는 피시 앤 칩스 그리고 쩡A는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토르티야였다.


그렇게 뜻밖에 늦은 점심으로 배를 채우니 만사가 귀찮아지고 어트랙션에 대한 욕심이 사라졌다.

파리 디즈니랜드_이날 비는 오지 않았지만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거기서 생긴 집착 하나가 있었다. 어느 상점에서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미키 머리 모양의 미니 백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예뻐 보였던 나머지 상점이란 상점은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놀이 공원에 온 궁극적인 목표를 놀이기구가 아닌 다른 것에 두니, 야경과 불꽃놀이에 대한 열정은 이미 사라지고 없어져버렸다.

파리 디즈니랜드_이만하면 충분히 즐겼다. 불꽃놀이 빠잉


어트랙션은 적당히 타 줬고 이 정도 즐겼으면 됐다 싶어서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다음에 유유히 빠져나왔다. 불꽃놀이를 보지 않았는데도 마치 끝까지 다 보고 나온 사람처럼 체력이 바닥났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충분히 재밌었다. (어트렉션 타다가 너무 무서워서 괴성을 지르는 바람에 목소리를 잃었다.... 마치 우르슬라에게 목소리를 빼앗긴 에리얼처럼...?) 방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 지금도 가끔씩 미니 마우스 머리띠를 바라보고 있으면 코코 기타에 열광했던 그때가 기억나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일 때가 있다.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열정적으로 돌아다니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장기 버킷 리스트를 굳건하게 다졌다. 나는 40살이 되고 50살이 돼도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그곳에 있는 꿈과 희망의 땅을 찾아가리라!


파리 디즈니랜드 방문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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