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밀리H Dec 22. 2021

난 네 인생의 들러리가 아니야

남들에게 보여주기 식

분명 정기적으로 만나서 밥도 먹고 매일같이 톡으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기는 하지만 그때뿐인 친구들이 있어요. 


친하게 지내는 친구 사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애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겉으로만 '친구 친구'하는 애들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질 때가 있단 말이죠...


평소에 톡을 하면서 시답잖은 말을 하거나 직접 만날 약속을 잡고 대화를 나눌 때를 보면 대놓고 거슬리지는 않지만 은근슬쩍 감정 없는 반응 때문에 서로 소통을 한다거나 집중하는 느낌 하나 없이 벽 보고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정말 희한한 건 그 친구가 SNS 속에서는 누구보다 온 정성 다해 마음을 교류한 사람인척 한다는 거예요.


 이러한 유형의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러합니다.

  

친구들과의 만남과 활동을 통해 주변 사람들한테 사회적 교류를 많이 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고, 어딘가를 놀러 가고 싶은데 혼자 돌아다니기 심심해서 동행인을 구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어요. 아니면 그냥 혼자 돌아다니기 무섭거나 위험할 수도 있으니 그나마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를 찾는 거일 수도 있겠죠? 


물론 친구가 이런 요청을 해왔을 때 상황만 맞으면 충분히 같이 어울릴 수 있어요. 목적이나 의도가 어떻든 상황만 맞으면 상관없이 말이죠. 그런데 친구가 먼저 하자고 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아무런 계획이 없거나, 어떠한 계획도 세울 의지가 없거나, 나머지 사람들이 어렵사리 세운 계획에 태클만 걸고 있는 얄밉게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곤장 백 대를 내리치고 싶을 정도예요.


여행을 예로 들어보면 이러합니다.


친구가 어딘가 놀러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수 있는 사람 있냐고 물어봐요. 그렇게 해서 같이 놀러 갈 수 있는 친구들이 모이면 각자 놀러 가 보고 싶었던 곳들을 추려서 적절한 곳을 선택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먼저 놀자고 했던 친구가 계속해서 딴지를 걸기 시작해요. 여기는 어떤 커뮤니티에서 보니 별로라더라, 여기는 사진도 잘 안 나오고 볼거리도 없고 특별하게 먹으러 갈 곳도 없고 불편하다더라 등 끊임없이 불만을 얘기하더니 결국 본인이 눈여겨봤던 곳으로 결정을 유도를 해요. 이럴 거면 처음부터 말하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 정도 서로의 취향 파악이 되잖아요? 그러면 각자의 의견을 조율해서 여행 경로를 정할 법도 한데 슬슬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고 시동을 걸어요. 이럴 거면 본인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계획한 다음에 따라오기만 하라고 하면 될 것을 본인은 책임을 지기 싫어서 무조건 서로 의논한 과정을 만들려 애를 써요. 그래놓고 정작 여행 당일에는 나 몰라라 수준으로 손 놓고 있을 때면 할 말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어딜 가더라도 핫플레이스 포토존에 가서 본인 독사진 찍어달라 아우성 이질 않나,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인데도 안하무인으로 꼭 여기서 인증 사진을 찍은 다음에 올려야 한다는데... 


그냥 저러는 거 내버려두고 제 갈 길 가버리는 게 나을까요?


이럴거면 혼자서 개인여행으로 올 것이지 굳이 친구들 다 끌어들여서 괴롭히는 걸까? 왜 같이 즐겁자고 시간 맞춰서 온 여행에 본인 혼자의 만족감을 채우려고 하는 걸까?


머릿속에는 이와 같은 생각들로 가득 차버립니다.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남들에게 자신의 번듯한 삶을 보여주고 싶어서 주변 친구들을 이용하는 경우가 꽤 많아요. 평소에는 의무적인 관계로만 지내다가 브라이덜 샤워, 결혼, 자녀 돌잔치, 이사로 인한 집들이 등의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평소와 다르게 친목을 유도하고 그렇게 두텁지도 않은 친근함을 내세우려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치 그들 옆에서 삶의 조명을 밝혀주는 사람들처럼...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내 얼굴 근육에 실을 달아 놓고 마리오네트 연극을 하듯 부자연스러워요. 


전혀 그림이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쪽수를 채우기 위한 임시방편의 들러리이거나 억지로 끼워 맞춘듯한 퍼즐 같은 느낌만 들어서 친구와 관계를 맺는 것이 점점 두려워질 때가 많아졌어요.


나름 가깝게 지내는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난 다른 누군가를 밝혀주는 스포트라이트 조명도 아니고 너를 영원히 지지하는 서포터즈도 아니야...

이전 14화 뜬금없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