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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H Dec 22. 2021

소중히 해주세요.

'장난'이라는 장난 같지 않은 말

사람의 본성이 원래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가 심적으로 편해지면 가끔씩 말이 거칠게 나올 때도 있고 장난도 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어떤 경우에는 다른 곳에서 받아온 스트레스를 꼬장 부리고 싶어 하기도 하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친구한테 기대서 울고 싶기도 하고... 


여하튼 그럴 때가 있다는 거... 뭐... 충분히 이해합니다. 


물론 나의 슬프고 두려운 감정들을 내뱉으면 주변 친구들에게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내가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들 중에서 친구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때만큼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나의 모든 것을 받아줄 수 있는 존재가 '친구'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우리들이 친구에게 하는 이러한 행동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너무도 편한 마음에 친구를 통해서 잘못된 재미를 추구하고 위안을 삼으려 하는 것처럼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게 문제예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친구가 나한테 상처 주는 말을 거침없이 한다거나 본의 아니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게 돼요. 


이럴 때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게 장난이라고? 

이게 장난이라고 말하면서 할 짓인가?


기본적으로 친구관계에서는 상하 계층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늘 동등한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야 해요. 관계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긴장감은 없기 때문에 신경을 덜 쓰게 되기도 하지만, 친구니까 진지한 건 싫다면서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모든 일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면서 어물쩡 넘어가려고 해서도 안 돼요. 


친구가 나에게 무조건적인 이해심을 바라거나 날 막대하는 게 느껴지면 그 관계에 대해서 스스로 위축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지나치게 이상적인 관계의 모습만 꿈꾸는 것처럼, 서로 조심성 있게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이 어쩌면 엄청난 욕심일 수도 있어요. 왜 친구 관계를 복잡하게 생각하고 일을 어렵게 만드냐고 생각할 수 있단 말이죠. 


하지만 내가 누군가의 편안한 친구이기 이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인데 그 자존감마저 무너지게 만드는 언행을 일삼는다면 친구를 향한 마음을 하나둘씩 접게 될 수밖에 없어요.


'야, 장난이야 장난. 뭐 그렇게 심각하게 구냐?'


'이런 것도 이해 못 할 정도로 꽉 막힌 사람이었어?'


'편한 사이인 친구끼리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 뭐.. 이 말이 그렇게 불편해?'


'이런 장난을 너네 아니면 누구한테 하냐?'


 이런 말을 밥먹듯이 하는 친구가 이성관계에서는 그렇게 조신하고 조심스럽고 적절한 긴장상태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그렇게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어요. 얘는 이성한테만 잘하는구나... 하고 말이죠... 


물론 친구들과 평생 같이 살지 않을 것이고 지금의 이성친구가 나중에는 평생의 반려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그 관계에 집중을 하는 것이 맞기는 해요. 하지만 어떤 성격인지, 어떤 성향인지를 잘 알고 있는 친구사이에서도 사려 깊은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면 큰 파도처럼 서운함이 밀려들어와요.


아닌척하면서 하고 싶은 말은 다해놓고... 장난이라고?


오늘만큼은 꼬장 부리고 싶은 날이라면서 모든 걸 이해해 달라고만 얘기하면 어느 한 구석도 진심처럼 느껴지지가 않아요. 


이때 했던 말과 오늘 했던 말이 이렇게나 다른데 내가 뭘 믿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걸까요?


친구가 성격상 다정한 말을 잘 못하거나 이성친구한테도 친구한테 하듯 똑같이 행동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것이 계속 쌓이면 서로의 관계에 대한 의구심만 늘어나게 될 거예요.


장난이라는 말 뒤에 숨겨지지도 않으면서 다른 말로 포장하거나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려 하지 마. 

이미 다 벌어진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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