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vs패라글라이딩vs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셋 중에 가장 무서운건 뭘까?
내가 주변에 물었을 때 대부분 이렇게 얘기했다.
당연히 높을 수록 더 무섭지 않을까?
번지보단 패러글라이딩이 더 무섭고, 패러글라이딩보단 스카이다이빙이 더 무섭겠지.
그런데 세 가지를 여러 번 경험해본
나는 오히려 반대였다.
내게 가장 무서운 건 번지점프였고,
그 다음이 패러글라이딩,
그리고 의외로 스카이다이빙이 가장 덜 무서웠다.
왜일까?
내가 찾은 이유는 '의지'의 차이였다.
스카이다이빙은 뛰어내릴 때 사실 내 의지가 거의 필요 없다. 전문가에게 몸을 맡긴 채, 등 뒤에서 밀리는 힘에 따라 그냥 비행기 밖으로 떨어질 뿐이다. 싫어도, 무서워도, 결국 나는 그 사람과 함께 떨어진다.
패러글라이딩도 마찬가지다. 출발 신호와 함께 앞으로 달려야 하지만 등 뒤에서 전문가가 같이 뛰어주니 내가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은 크지 않다.
하지만 번지점프는 다르다.
출발선에 선 나는, 누구의 손도 붙잡을 수 없고
등을 떠미는 사람도 없다. 수십 미터 아래로 뛰어내리는 순간, 오로지 내 의지 하나만을 믿고
내 두 발로,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내가 떨어져야 한다.
우리는 높이라는 환경 때문에 겁을 먹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나를 지배하는 것은 환경이 아닌 나의 의지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삶도 비슷하다.
우리는 환경 때문에 두렵다고 말한다.
상황이 어렵고, 주변이 불안하고, 조건이 불리해서
겁이 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우리를 주저앉히는 건
환경 그 자체가 아니라 "내 의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황을 이겨낼 힘이 아니라
내 의지로 한 걸음 내딛는 용기 아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