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새로운 내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세계여행은 20살부터 꿔온 가장 오래된 꿈이다.
처음 세계여행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안시내, 똘끼청년 권준오, 태원준 작가 등 여러 청년 여행가들의 여행기를 읽으면서였다.
당시 '세계여행'은 대단한 일처럼 보였고, 사뭇 '청춘'이라면 그런 '경험과 도전'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대단하고 멋있어 보인다고 떠날 만큼 용감하지 않았다.
1년간의 캐나다 워홀을 통해 해외 생활을 경험하며 세계여행의 꿈을 간접적으로 이루었다. 이후 문화기획이라는 새로운 꿈을 위해 창업에 도전하면서 세계여행의 꿈은 잠시 내려놓았다.
그렇게 찬란한 20대를 보내고, 서른 살의 대학생을 거쳐 약사가 된 지금, 어느덧 세계여행의 꿈을 꾸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흘렀다.
그런데 최근 다시금 세계여행에 대한 꿈이 강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이 아니라면 이제는 정말 영원한 꿈에 머무를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도대체 나는 왜 그토록 오랜 시간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는 걸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여행은 새로운 내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상대방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기대하는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굉장히 내향적이고 유흥을 전혀 즐기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반대로 KAIST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는 상대적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이런 성향은 때로 스스로를 옥죄는 틀로 작용해 왔다. 그런데 여행을 떠날 때면 그런 틀은 사라져 있었고, 처음 마주한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나에 대한 기대나 이미지가 전혀 없는 여행지에서만큼은 그날의 감정과 분위기에 따라 온전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행동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때로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어쩌면 세계여행은 단순히 낯선 곳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10년 동안 이 꿈을 놓지 못한 이유도, 그리고 지금 다시 이 꿈이 강렬하게 나를 부르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그 여정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