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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12월이면 찾아오는 병

약 = 책임감.

by MrExfluencer

나는 성인이 된 후, 매년 12월이면 같은 병에 걸린다. 게다가 약사가 된 올해도 어김없이 그 병을 피하지 못했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을 미루는

'1월부터’라는 병이다.


그런데, 지난 15년 동안 이 병에 안 걸린 해가

딱 2번 있었다


2013년 12월.


워홀 6개월 차, 매주 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다양한 나라의 축제를 보다 한국을 알리는 축제가 없음을 알게 되었고 막연히 한국을 알리는 축제를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내 블로그에 나만의 막연한 버킷리스트로 축제를 열겠다고 써 놓았다. 그리고는 같이 일하는 3-4명의 친구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건넸다. 사실 아무런 계획도 가능성도 없었기에 거절하더라도 함께 하자고 설득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가능성이나 방법을 묻지도 않고 재밌겠다며 흔쾌히 함께 해보자라고 해주는 동료들이 생겼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작은 용기를 담은 제안은 무섭게 퍼져나가 어느새 20여 명의 팀원들이 모였고 나는 그 팀의 리더가 되어있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었다.


첫 시작은 내 작은 용기였지만 이젠 20여 명의 목표가 되었고 내게는 무거운 책임감이 되어 반드시 실행해야만 했다.


그리고 5개월 뒤,

모두의 노력과 실행이 결국 성공적인

제1회 Korea Festival을 만들었다.



2018 12월.

"우리 문화기획사 창업 해볼래?"


딱히 무언가 명확한 비전이나 전략은 없었다.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친구들의 반응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그래. 해보자!"


그렇게 또다시 무모해 보이는 내 꿈을 함께 해주는 동료가 생겼고 이번에는 진짜 회사의 '대표'가 되다.


이제 우리에게 기획은 취미가 아닌 먹고살기 위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고, 대표라는 직함은 자랑이나 아닌 너무도 무겁고 큰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거워진 책임감은 또다시 끊임없는 노력과 실행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뜨거운 1년여의 시간이 지나

회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던 그날.

동료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뭘 보고 창업하자는 내 제안에 선뜻 오케이 한 거야?"


"넌 말한 건 어떻게든 지키고 해내는 사람이니까. 그 책임감이랑 실행력을 믿었어.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고."



돌아보니 두 해 모두 실행을 미루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의지의 차이가 아니었다.


날 움직이게 한 건 목표를 이야기하자

내 목표를 응원해 주거나 함께 해주는 동료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나의 작은 용기를 책임감으로 바꾸었고 책임감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다시 2025년.


지난 11월, 하찮은 챌린지를 선언하고 매일 실행을 하며 작은 성공을 하는 습관을 만들었지만 12월이 되자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1월부터'라는 병에 지난 3주를 흘려보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에도 매주 일요일 글을 쓰겠다는 선언을 둔 덕분에 브런치 글만큼은 꾸준히 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며, 올해는 남은 10일이라도 실행하는 12월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어떤 도전을 선언할까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목표를 선언을 하기도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함께 할 든든한 동료들이 생겼다.

그것도 내가 동경하던 크리에이터들이

내 동료가 되어주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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