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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카테리나 Nov 16. 2022

2화 먹은 것도 없는데...순간 토할 뻔 했다.

바라나시의 가트와 뿌자

▲ 철수씨의 보트 철수씨가 운영하는 보트다. 철수씨는 4척의 보트를 가지고 있고 한참 손님이 많을 때는 4척을 다 가동시켜야 할때도 있다고 한다.


보트 주인은 철수씨다. 가트에 철수네 보트라고 크게 씌어 있어서 한국 이름이 반갑기도 하고 어릴 때 국어책에서 봤던 정겨운 이름이어서 망설임없이 예약을 했었다. 타고 보니 주인은 인도인이었다.


보트를 타고 강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참 예뻤다. 저녁이 되면 화장이 마무리 되면서 비위를 건드리는 냄새도 덜하고 연기도 덜하다. 몸은 점점 추워진다. 일교차도 심하고 강바람이 싸늘하다. 작은 배낭에서 오리털 파카도 꺼내 입고 목도리도 두르고 넥워머도 하고 보온할 수 있는 건 죄다 꺼내서 몸을 감싼다.


보는 건 좋은데 장에서 이상한 신호가 온다. 강에서 나 하나땜에 다시 돌아간다고 할 수도 없고 최대한 참아본다. 가트에서 바라보는 바라나시 보다 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게 더 아름답다.


▲ 디아 보트를 타기 전에 산 '디아'다. 강가운데로 나아갔을 때 소원을 빌고 불을 붙여 강에 띄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사실 나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보트를 타기 전에 조그만 여자아이가 오더니 손바닥만한 접시에 꽃을 깔고 그 위에 초를 얹은 접시를 사라고 한다. '디아'라고 불리는 것으로 소원을 빈 다음 불을 켜서 강에 띄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1개당 5루피(한화 약 100원 정도)라 하기에 하나씩 사서 들었다.

철수씨는 노를 저어 강 건너편, 가트의 반대편으로 가더니 내리라고 한다. 우기엔 강물이 엄청 불어 가트가 거의 잠기지만 지금은 건기라 강폭의 반 이상이 바닥이 드러나 모래밭이 되었다. 사진에서 봤던 인도인의 어머니로 상징되는 성스러운 갠지스강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수량도 얼마 안 되고 강폭도 좁아서 갠지스강의 위엄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모래밭에 잠시 앉으라며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한다. 한국인보다 더 유창하게 해준다.


바라나시란 이름은 바루나강과 아시강 사이에 있어서 바라나시란 지명이 붙게 되었고 북쪽의 바룬가트와 남쪽의 아시가트 사이에 80여개의 가트가 생겼다고 한다. 갠지스강이 인도에서 가장 성스러운 지역으로 사람이 죽으면 시신이 다 이곳으로 몰려온다고 했다. 죽은지 24시간 이내에 이곳으로 옮겨져 화장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화장에 쓰이는 장작은 상주의 경제력에 따라 달라지고 장작값이 비싸 가트에 오지 못하고 강 건너 가난한 사람들은 모래밭에서 대략 화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가장 비싼 경우가 3만5000루피(한화 약 70만 원) 그 아래로 2만5000루피, 1만5000루피 정도 등이 있다고 한다. 역시 죽을 때도 돈이 있어야 깔끔하게 해결이 되는 모양이다. 화장을 할 수 없는 경우는 태워줄 사람이 없는 사제들이나 혹은 15살 이하의 어린이들로 염을 해서 성스러운 갠지스강 물에 적셨다가 강에 가라앉힌다고 했다. 동물들의 사체도 강에 넣어준다고 했다.


▲ 석양 보트에서 바라본 석양


사람 시신, 동물 사체 등이 가득 들어 있을 갠지스강에서 목욕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거니와 비위가 상하면서 속에 있는 것이 올라올 것 같았다. 그래도 궁금한 건 많았다.


"인도 인구가 지금 12억이라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다 화장을 하나요? 국가에선 제재를 안하나요? 전염병 등 위생과 환경 오염 등에 미치는 영향도 클텐데요."


"정부에서도 전기화장터를 만드는 등 조치를 취해봤지만 인도들에겐 신앙이고, 정치인들도 그것을 무시할 수 없고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전기화장터는 우기에만 이용을 해요. 우기에는 가트가 다 잠겨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인도 고위층의 유력가나 경제력이 대단한 상류층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비행기로 24시간내에 바라나시 가트로 운반해와서 화장을 해요. 그외의 사람들이나 혹은 바라나시외 지역 사람들은 각 지역의 호수나 강가에 가트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지역내에서 해결을 하지요."


사실 골목가게에서 쇼핑을 하거나 라씨 가게에서 라씨를 먹고 있는 순간에도 시신운구행열이 지나가는 것을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건기나 유속도 느리고 수량이 많지 않아 가라앉아 있지만 우기가 되어 수량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늘고 유속도 빨라지면 시체나 동물사체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떠오르지요. 배를 젓다가 만나게 되면 가운데로 밀어서 떠내려가게 하지요."

"가트 주변이나 골목에 큰 개들이 많던데 시신이 떠오르면 먹는 일은 없나요?"

"먹기도 하지요."


순간 먹은 것도 별로 없지만 토할 뻔 했다. 골목의 개들이 무서워졌다. 갑자기 숙소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 되었다. 덩치 큰 개들이 수두룩하게 있고 가끔 개들끼리 싸우면 더욱 무서워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 가트 풍경 가트 주변의 풍경이다. 개도 있고 한편에 장작도 쌓아져 있고 사람들도 북적거린다.


보트탈 때 시선을 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외모상으로는 평범한 듯한데 철수씨의 아들하고 놀아주는 폼이 굉장히 친한 듯 했다. 철수씨 하고 얘기하는 것도 그냥 관광객은 아닌 듯 했다. 바라나시에 10번쯤 왔단다. 마치 새로울 것도 없는 사람 같았다. 그냥 현지인같은 자연스러운 분위기. K라고 해두자. 쾌활하고 박식하고 호감이 갔다.


설명 듣고 궁금한 것 묻고는 다시 보트에 올랐다. 가트 주변에 가서 힌두교의 제사 의식인 '뿌자'를 보기 위해서였다. '뿌자'는 예전에 80여개의 가트 중 대표적인 메인가트에서만 치러졌는데 이젠 관광객이 많고 관광 상품화 되어 많은 가트에서 치러진다고 했다. 가트 주변에는 이것을 보기 위해 몰려든 보트투어객들로 붐볐다.

▲ 뿌자 사진 왼쪽의 가트에서는 뿌자의식이 치러지고 보트에 탄 사람들은 그것을 구경하려고 가트 가까이 몰려들어 있다.


뿌자는 신들에게 바치는 제사로 5번의 예식이 치러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2시간 가까이 된다고 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뭔지 경이로운 것 같아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었지만 점점 밀려드는 추위와 아랫배로부터의 신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살살 배를 문질러가며 다독거리고 있는데 나만이 아니라 딸도 비슷한 상황이고 딸의 얼굴색이 안 좋은 것을 본 철수씨는 돌아가자고 했다.


시간은 7시 반이 좀 넘었다. 많이 견뎠다. 5시쯤 탔는데. 보트 탈 때 샀던 '디아'에 불을 붙여 소원을 빈 다음 갠지스강에 띄웠다. 불꽃이 작고 소박한 디아는 물결에 흔들리며 점점 멀어져갔다. 소원이 이루어질까?


"엄마 나 먼저 들어갈게요. 힘들어서."

"밤에 깜깜하고 너혼자 찾아가기도 힘들고 걱정돼서 혼자 보낼 수가 없어. 그리고 저녁은 먹고 가야지."

"생각 없어요."

"먹고 가"


혼자라도 숙소로 들어가겠다는 딸에게 밥은 먹고 가야지 않느냐며 같이 식당으로 갔다. K가 맛있는 집을 안다기에 자연스럽게 우리 일행 4명은 그를 따라 갔다. 인도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인데 한국 음식도 잘한다고 했다. 난 야채죽을 시키고 생각없다는 딸에게 스프를 먹으면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워서 속이 편해질 거라며 시금치 스프를 주문했다. 야채죽은 어제 먹은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보다 맛있었다. 그러나 시금치 스프는 짜서 많이 남겼다.


인도에서 들은 말인데 인도남자가 한국여자와 맺어지면 식당을 차리고, 일본여자와 맺어지면 게스트하우스를 차린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사실 한국음식을 하는 식당 중 상당수가 한국여자와 결혼했거나 한국여자를 친구로 뒀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 한국여자들은 인도남자에게 반하는 것일까?


저녁을 먹으면서 짧은 시간에 K와 많은 얘기를 했다. 사진찍는 일을 하는 K씨는 철수씨가 부친상을 당해서 한국에서 급히 입국했다는 것, 상을 당한 후 14일은 일을 하지 않는 게 인도의 관습인데 요즘은 여행 성수기이고 철수씨한테 예약한 손님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식구들한테 양해를 구했다는 얘기. 철수씨의 이름은 누구나 다 아는 오지여행가 한비야씨가 지어줬다는 것 등 참 많은 얘기를 했다. 재미있고 유쾌한 가운데도 장은 점점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었다. 시간은 10시 가까이 되어 우린 일어섰고 K는 숙소까지 바래다주겠다며 앞장서서 가다가 골목 약국이 보이자 우리 대신 통역을 해 지사제와 감기약을 달라고 했다.


인도 지사제의 강력한 효과는 가이드북을 통해서, 이미 갔다온 인도여행자들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약먹고 잠에 빠져 들었다. 참 긴 하루였다. 별일 없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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