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카테리나 Nov 16. 2022

13화 타지마할 만든 로맨틱 가이... 정말 멋지군

아그라 타지마할

▲ 타지마할 묘당 무굴제국의 건축형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건축.


출국하기 하루 전날, 인도 여행의 대미인 타지마할을 보러 갔다. 지금까지 인도 여행은 타지마할을 보기 위한 전초전이었다고 할 만큼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가 갖는 의미는 컸다. 인도에 처음 오는 여행자들은 사실상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타지마할은 인도 여행의 대명사다.


직접 보니 생각보다 별로라는 둥, 바가지가 심하니 아그라에서 묵지 말라는 둥, 펀자비를 입고 설정샷을 찍어야 한다는 둥, 인도의 어느 여행지보다 정보가 넘쳐난다. 정보를 정리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리라.


우리는 출국 하루 전날 당일치기로 타지마할에 다녀오기로 했다. 새벽 5시 반. 알람소리는 들었으나 눈이 안 떠진다. 잠을 깨려 안간힘을 쓰고 겨우 일어나 씻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전날 챙겨놓은 짐을 들고 허겁지겁 역으로 달렸다. 이젠 기차 타는 것도 익숙하다. 우리가 탄 칸은 CC(chair car)이다. 깨끗하고 좋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말쑥하다. 얘기하는 목소리도 조용조용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승무원은 모두에게 생수 1병과 신문 1부씩을 준다. 또 얼마 안 지나서 과자와 차주전자를 들고 왔다. 차는 한 컵씩 따라 주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티백과 잔을 주고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를 한 사람당 하나씩 주었다. 이 많은 승객들에게 주전자를 하나씩 주다니 놀랍다. 


차를 마시고 있으니 식사가 나왔다. 비행기도 아닌데 식사까지. 기내식이 아닌 차내식? 기차표 살 때 채식주의자인지 아닌지를 이래서 물었구나! 밥 먹고 얼마 안 지났는데 아그라역이라고 내리란다. 우다이뿌르에서 잘 못 내렸던 기억 때문에 묻고 또 물었다. 옆에 앉은 현지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내린다. 우리도 내렸다. 아그라역에는 여행자보다 릭샤꾼이 더 많았다. 수많은 릭샤들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부르는 릭샤를 탔는데 그것은 낚시였다. 릭샤꾼은 우리를 태우고 가면서도 계속 흥정이다. 아그라 전체를 둘러보는데 300루피에 해주겠다고. 안 한다고 했더니 이번엔 타지마할 앞에서 기다릴 테니 역으로 돌아갈 때 자기 릭샤를 타란다. 뒤돌아보고 흥정하느라 속도가 안 나거니와 위험해 보였다. 안 할 거라고 단호하게 말을 한 뒤에야 앞을 보며 운전을 한다.

▲ 타지마할 남문 타지마할 남문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입구이다.


8시 반쯤 되어 타지마할에 도착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줄 서 있었다. 서둘러 표를 끊는데 1인당 750루피다. 입장료 250루피와 보존기금 500루피 포함해서다. 물론 외국인에게만. 내국인은 20루피면 되는데....


외국인에게는 신발 위에 씌우는 덧신과 생수 500ml 1병을 준다. 비싼 입장료가 미안한 탓일까? 우린 갑자기 물부자가 됐다. 기차에서 받은 2L와 타지마할에서 받은 1L, 합해서 3L의 물이 생겼다. 잘 마시지도 않는데.... 줄을 서서 검색대를 통과하자 우릴 보고 반색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 전 델리역 외국인전용창구에서 만난 H다. 아는 사람도 없고 입장료도 비싸서 망설이고 있던 차에 우릴 만나 반갑다고 했다.


"우리랑 같이 보시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엄마가 사진찍는 걸 좋아하시고 건축이나 조각 등 세부적인 거 감상하는 걸 좋아하세요."

"괜찮아요. 저도 오늘 무계획인걸요."


이렇게 해서 셋이 같이 다니게 되었다. 딸은 가지고 있던 가이드북을 덥석 H에게 주어버렸다. 델리 여행이 하루 더 남았는데.... H에게 준 가이드북은 아그라와 델리에 관한 소개책자였다. 아그라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만 델리는 하루 더 남아서 이 자리에서 대뜸 줄 줄은 몰랐다. 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딸은 책을 분철하는 것도 못마땅해 했고, 읽던 페이지를 접어놓거나 줄치는 것도 싫어했다. 더우기 누구에게 주는 것도 달가와하지 않아 했었는데 웬일일까? 딸의 말로는 아그라 오기 전날 델리역 외국인전용창구에서 H를 만났을때 "다음에 만나면 우린 여행 끝나가니까 가이드북 드릴게요"라고 했는데 진짜 만나게 돼서 약속을 지킨 거라고 했다. 책이 아쉬울 것 같았지만 이미 줘버린 터라 어쩔 수 없었다.

▲ 타지마할 타지마할을 손에 들고 있는 설정샷을 찍었는데 손높이가 안맞아 실패했다.


안에 들어서자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서서 우리도 자리를 차지하고 찍었다. 많은 사진에서 봤던, 타지마할을 드는 듯한 손동작, 타지마할을 둘이서 떠받드는 동작 등. 그러나 그 사진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우린 성공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더 이상 찍어볼 수도 없었다.          

▲ 타지마할의 회랑 묘당을 둘러싸고 있는 회랑


입구에서 타지마할 묘당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었다. 중간에 영국의 다이애너비가 앉아서 찍었다는 최고의 포토존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찍느라 빈틈이 없었다. 우리도 몇 장 찍고는 타지마할 묘당으로 갔다. 하얀색 대리석 건물. 그 위용에 압도당하고 아름다움에 입이 벌어지고. 천천히 건물을 살펴보았다. 눈부시게 하얀 건물.           

▲ 타지마할 묘당 파란 하늘에 하얀 대리석 건물이 눈부시다.


경비원도 많았다.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건물을 한 바퀴 돌며 보는데 코너에 있던 여자 경비원이 부른다. 내손을 끌며 자기자리에서 보라고 서있던 자리를 비켜 주었다. 타지마할 상층부에 반짝이는 부분이 있다고. 햇살을 받으면 아름답게 반짝인다고. 정말이었다. 그자리에서만 보인다. 그녀 아니었으면 놓칠 뻔했다.


이른 아침 동틀녘이나 석양에 붉게 비치는 타지마할은 정말 환상적일 것 같았다. 아쉽지만 이번 일정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폴라로이드카메라로 그녀와 함께 사진을 찍어서 기념으로 주었더니 좋아한다. 우리가 먼저 그녀와 찍고 H도 그녀보고 같이 찍자고 했더니 남자와는 안된다고 피했다. 인도에는 아직도 여성의 자율권이 완전치 않은가보다.        

▲ 타지마할 타지마할 서문


타지마할 내부로 들어갔더니 가묘가 있었다.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타지마할을 지었던 황제 샤자한은 수백 년 후의 일을 걱정했는지 지상에는 가묘를 만들고 진짜 무덤은 지하에 따로 해놓았다. 지하묘당은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


가묘가 있는 방은 장식이 화려했다. 하얀대리석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양각으로 조각하거나 파내고 다른 색으로 메꾸는 상감기법까지 동원해서 지은 건축물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건축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해도 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황홀했다.            

▲ 묘당 타지마할 묘당 안의 세부적인 모습


샤자한은 타지마할을 짓느라 국고를 탕진한 탓에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유폐되는 비극적 삶을 살았지만, 이를 보려 몰려드는 세계인들로 인한 수입이 국가의 경제에 보탬이 되니 후손들 입장에서는 황제가 고마울 수도 있겠다. 이런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극성스런 바가지 상혼 때문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난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며칠 더 있으면서 해뜰 때, 해질 때, 보름달 뜰 때의 야간개장시간에도 와보고 싶었다. 다양한 시간대의 타지마할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시간에 여유가 더 있었다면.


출산하다 죽은 왕비를 위해서 22년간이나 걸려 국고를 써가면서 이러한 무덤을 지은 샤자한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여자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진정한 로맨틱 가이다. 제국을 통치하는 위엄있는 황제가 죽은 왕비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전심전력을 다하다니. 죽은 다음에도 못 잊어서 이럴 정도면 살아 있을 때는 더 잘해주지 않았을까?

▲ 야무나 강 타지마할과 아그라성 사이에 있는 야무나강. 우기에 수량이 늘면 보트를 타고 석양에 물든 타지마할이 절경중의 하나라고 한다.            

▲ 타지마할 묘당 주변의 건축물 벽에 새겨진 부조와 강가에 서있는 망루 및 천정


황제 샤 자한의 왕비를 향한 절절한 사랑이 한없이 부러웠다. 타지마할의 눈부신 아름다움은 며칠이라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싼 입장료도, 극성스런 바가지 상혼도 많은 관람객도 타지마할을 감상하는 데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사진을 찍기 불편했을 뿐이지. 감동하고 감동하고 또 감동하고.

이전 11화 11화 인도에서 맛본 김치... 감동에 또 감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