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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딧불>

- 중식이

by 차돌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한참 동안 찾았던 내 손톱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돼 버렸지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너무 멀리 갔죠

누가 저기 걸어놨어 누가 저기 걸어놨어


우주에서 무주로 날아온

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

내가 널 만난 것처럼 마치 약속한 것처럼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란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 사이의 간극은 얼마일까. 가끔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듯하여 자신감을 더 가지리라 다짐한다. 그러다 또 가끔은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듯하여 겸손해져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하는 자아 성찰의 나날들.


친숙한 멜로디에 독특한 가사가 얹힌 중식이 밴드의 '나는 반딧불'.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려듣다가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과 '우주에서 무주로 날아온'이란 가사에 꽂혀 몇 번을 다시 찾아 들은 노래다. 알고 보니 슈퍼스타K에서 제법 인기를 얻었던 밴드라고.


가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자기가 하늘의 별인 줄 알던 반딧불이가 벌레임을 자각하지만, '빛날 테니까', '눈부시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내용. 손톱이 초승달이 되었다거나, 우주에서 무주로 왔다는 등의 재치있는 표현은 덤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그러했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난 어떤 특별한 존재(이를테면 하늘의 별 같은)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 한 구석에서 다른 목소리가 커지는 게 아닌가. '알고 보면 나, 별 거 아닌 거 아냐?'하고 말이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된 사람일수록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은 드물다. 자신에게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으니 작은 성취에도 기뻐하기 쉽고, 반대로 자신을 얕잡아 보지 않으니 웬만한 실패에도 주눅들지 않는 덕분이다. 그에 비하면 난 때로는 스스로에게 과도한 기대를 걸었고, 때로는 필요 이상의 자기혐오에 빠지기를 반복했다.


요컨대 나는 별인 줄 착각한 벌레이기도, 벌레라며 상심한 별이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별도 아니면서 별이라고 뻐기는 벌레들과, 실은 별이면서 벌레라고 풀 죽은 별들이 참 많아 보인다.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자기만의 불빛을 환히 밝히고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개똥벌레야말로 우주의 별 부럽지 않은 행복한 벌레가 아닐는지.


별인 줄 알았는데 벌레라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고, 다 같은 벌레라며 바닥을 기는 삶에 만족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나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빛나는지를 확실히 자각하는 일 아닐까?


자신을 향한 과한 기대도 줄이고, 과한 비판도 삼가는 일. 기타 소리가 매력적인 어느 밴드의 재밌는 곡을 들으며 언젠가 실제로 보았던 반딧불이의 반짝임을 떠올려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eM__X0YxW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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