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란다 프로젝트(김동률, 이상순)
함께 출발한 네 친구들이
어느새 저만치 앞서 달릴 때
닿을 듯했던 너의 꿈들이
자꾸 저 멀리로 아득해질 때
그럴 때 생각해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너를
더욱 빛나게 할 거야
괜찮아, 힘을 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좀 서툴면 어때
가끔 넘어질 수도 있지
세상에 모든 게 단 한 번에 이뤄지면
그건 조금 싱거울 테니
너보다 멋진 네 친구들이
한없이 널 작아지게 만들 때
널 향한 사람들의 기대로
자꾸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
그럴 때 생각해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너를
더욱 빛나게 할 거야
괜찮아, 힘을 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좀 더디면 어때
꼭 먼저 앞설 필요는 없지
저 높은 정상에 너 혼자뿐이라면
그건 정말 외로울 테니
괜찮아, 힘을 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뒤를 돌아봐
벌써 이만큼 온 거잖아
언젠가 웃으며 오늘을 기억할 날에
조금 멋쩍을지 몰라
너도 몰래 어느새
훌쩍 커버린 너일 테니
때로는 뻔한 위로가 그리울 때가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위에는 온통 현실주의자 투성이 아닌가. 나부터가 그렇다. 어릴 땐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건네기를 주저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왠지 낯간지럽고 말랑한 것 같아 삼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러 차례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내게 당장 위로가 되는 이는 '이렇게 일어나서 뛰어 봐'라며 시범을 보이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옆에서 자기도 넘어져 놓고는 아파하다가 툭툭 털고 일어나 마주보며 함께 헛웃음 짓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넘어진 내 마음까지 일으켜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베란다 프로젝트'는 김동률, 이상순이 2010년 결성했던 프로젝트 그룹이다. 사람들에게 쉼이 될 프로젝트 그룹, 베란다에서 듣기 편한 음악을 추구하여 지은 이름이라고. 정재일, 루시드폴, 하림 등도 곡 작업에 참여했으므로 앨범 전체(10트랙)를 쭉 들어보면 좋다.
그중 <괜찮아>는 우연히 알게 되어 듣고 또 들었던 노래다. 20대 후반 무렵이었을 거다. 진로를 바꾸느라 취업이 늦어진 탓에 앞서 출발한 친구들의 뒷모습이 자꾸 보였을 때다. 바빠진 친구들에게 위로받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홀로 마음을 다잡기에는 혼란스럽고 외로운 청춘이었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널 향한 사람들의 기대로 자꾸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가 있었겠냐마는, 실제로 그랬다. 청년들이란 때로는 스스로 규정한 틀마저도 세상의 틀로 착각하고 고통받는 존재들이니까. 슬슬 철이 들어가나 싶던 무렵부터 부딪혀 버린 현실의 벽 앞에서 나는 종종 어디론가 숨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느릿한 멜로디에 '괜찮아 힘을 내'란 김동률의 목소리가 얹힌 이 노래는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후렴구에 이르기까지 읊조리는 가사들도 1,2절 모두 따스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때로는 뻔한 위로조차 아끼느라 서로에게 각박한 우리들에게 '좀 서툴면 어때', '좀 더디면 어때'라고 말해주는 뮤지션이 요새 얼마나 되는지.
빠른 비트로 자기 인생 여정을 토해내기 바쁜 곡들이 대세인 시대이기에 오히려 이 노래를 주위에 한 번쯤 권한다. 조언이든 위로든 돌려서 하는 것보다 핵심을 바로 말하면 한 번에 와닿나 보다. 베란다 프로젝트의 <괜찮아>는 끝까지 우리에게 확실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