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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Nov 06. 2023

헌팅과 마케팅 성공의 공통점

딱 하나를 꼽으라면



  대학 시절 연애를 참 잘하는 친구 P가 있었다. 여자친구가 없는 때가 드물었고, 만나는 이들의 면면(?) 또한 매번 훌륭했다. 솔직히 말해서 P의 외모는 뛰어나지 않았고 재력이 특출난 것도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 모두가 그의 연애 비결을 궁금하게 여겼다. 그런데 P와 술자리를 가져본 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만한 특징이 하나 있었다. 그는 헌팅에 몇 번을 실패하더라도 끝없이 도전해서 성공하고야 마는 녀석이었다.


  P의 화술이 특별히 남달랐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의 말투는 어눌한 편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는 헌팅에 실패하고 돌아와서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기다려 보라’며 다른 테이블에 다녀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기어이 어느 한 테이블 일행과 합석하는 데 성공해서는 마음 맞는 짝과의 연애까지 이어가는 거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친구들은 그를 두고 ‘포기를 모르는 남자 P대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안 선생님...헌팅이... 하고 싶어요...!



  

  이번엔 내가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던 때의 일이다. 새롭게 런칭한 모바일 앱을 홍보하고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프로모션을 맡았다. 온라인이 아니라 야외 행사장이나 축제 등에서 사람들을 직접 대하는 현장 업무였다. 당시의 나는 굉장히 의욕적이었고 자신감 또한 충만했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에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그런데 웬걸, 발로 뛰며 고객을 유치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높은 인지도와 빵빵한 경품을 앞세운 대기업이 아닌 신생 기업에서 나온 직원의 이야기에 쉽게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은 없던 것이다. 앱 화면을 보여주기도 전에 휙 돌아서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길을 걷다 유니*프나 세*브더*드런 직원들이 스티커 좀 붙여달라며 나를 붙잡던 순간이 떠올랐다. 거절할 때 거절하더라도 조금 더 친절하게 굴걸 그랬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객의 쌀쌀맞은 반응만큼 일할 의욕을 떨어트리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프로모션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목표치를 상회하는 회원 가입을 이끌어 낸 비결은 비싼 경품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단지 나는 P의 헌팅법을 떠올리고 이를 업무에 적용했을 뿐이다. 인파로 북적한 장소를 골라 다니며 사람들에게 쉼 없이 말을 걸고 치근댄(?) 결과 제법 많은 수의 고객을 확보했던 것이다.


   그렇다. 세상만사 무엇이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하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변치 않는 성공 비결은 바로 끝없는 시도다. 거창하게 '도전'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무조건 많이 시도하는 걸 말하는 거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라’ 따위의 흔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은 아니다. 프로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몇 번이고 회원 가입을 권하는 건 무모한 마케팅인 동시에 상대에겐 결례가 될 수 있다. 이를 다시 연애의 관점에서 보자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옛말만 믿고 나 싫다는 사람에게 계속 들이대는 일 또한 무모하고 무례하긴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성공의 이면에 남다른 비결이 반드시 있을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주위를 보면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성공은 실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패를 많이 함으로써 ‘마침내’ 이루어지곤 한다.





  물론 거절이나 실패에 마음 다치지 않기가 쉬울 리는 없다. 어떻게 보면 끊임없이 시도하는 멘탈과 체력이야말로 성공을 이끌어내는 비결이라고 할 만하다. 글을 쓰며 모처럼 머릿속에 떠올린 친구 P가 웃는 얼굴로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헌팅 성공 비결? 특별할 건 없어.
난 말이야, 그냥 될 때까지 해!

던지면 어딘가엔 명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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