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쿠데타의 차이.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쿠데타 아닙니까!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명언(?)이다. 전공한 역사학에서 이미 유명한 명제였기에 전부터 그 의미를 익히 알았다. 행위의 동기나 양태가 같더라도 결과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단 진리- 예로부터 수많은 인물을 통해 입증된 사실임에 틀림없다.
(영화적 각색을 통한 대사이므로 실제 발화자 여부와는 상관 없이...)
문득 고집과 뚝심도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의 조언...을 빙자한 간섭의 말을 듣고 나서다. 그는 나름의 조언이라 생각했겠지만 받아들이는 내겐 선 넘은 간섭이었다. 나름의 관심이었는진 몰라도 은근한 비교를 통한 자기 과시가 느껴져서 어쩐지 거북스러웠다.
나이를 먹을수록 '고집'을 경계해야겠단 다짐을 자주 한다. 꼰대로 가는 지름길이자 자칫하면 인생 폭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리적 습관이 바로 고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의 말에 귀 닫고 자기 생각에 갇힌 사람치고 발전은커녕 현상유지하는 사람조차 드물다. '고인 물이 썩는다'란 말은 진리 중의 진리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고집을 버릴 순 없는 노릇이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느라 이럴까 저럴까 고민만 하다가 정작 때를 놓쳐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장고 끝에 악수 둘 수 있다는 걸. 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실패했거나, 최악의 경우 사기라도 당한 이라면 더 공감할 테다. 세상에 믿을 건 자기 자신뿐이란 걸.
어떠한 분야든 성공한 이들을 보면 뚝심이 있다. 뚝심이 있다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 같진 않은데, 성공한 사람의 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뚝심을 지녔다.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쉬이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무언가에 몰두했을 때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뚝심이 뭘까? 내가 생각했을 때 확실한 자기 주관을 지닌 이의 고집이야말로 뚝심이다. 한 가지 더, 그 고집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많은 이들은 고집부린 이를 두고 '뚝심이 있다'라고 표현한다. 실패하면 혁명, 성공하면 쿠데타와 마찬가지다. 망하면 고집, 흥하면 뚝심이다.
한 고집 한단 소리를 종종 듣는다. 결국 내 고집을 정당화하느라 뚝심이네 어쩌네 장황하게도 쓴 듯하여 계면쩍은 기분이 드는 이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뜨문뜨문이나마 내가 옳다고 여기는 걸 이렇게 풀어서 쓰는 일을 지속하는 것도 내 고집인 것을.
부디 나의 고집도 뚝심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