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재밌으니까
그럴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일이 잘 풀려
눈앞에 닥친 일만 보지 말고 더 멀리 봐야지
소탐대실하지 말고 크게 크게 생각해
꼰대들의 조언 같은 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여유를 내고자 다짐할 때 내 안에서 울리는 마음의 소리다. 무언가 조급하거나 초조한 일이 생겨 막 열을 내다가도, 그럴수록 일이 꼬이기 쉽던 지난 경험을 떠올리면 머릿속 전광판에 저와 같은 삶의 진리(?)가 연이어 깜빡이는 것이다.
맞다. 자기계발 명사들이 강연을 통해 강조하는 바가 그렇고, 옛 선인들의 가르침도 그렇고 어떠한 일이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임해야 잘 풀리게 마련이다. 올림픽 경기를 봐도 그렇다. 경쟁자와의 숨 막히는 접전 상황에서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실력 발휘를 해내고야 마는 게 탑티어 선수만의 최대 장점 아니겠는가.
그런데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이미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에게 여유를 가지라 해봤자 마른 수건 쥐어짜기인데, 정작 여유로운 이들은 여유가 있는 덕에 더더욱 여유를 낼 수 있어 보여 부럽기만 한 건 여유 없는 자의 전형적인 자조일까.
간특하게도, 비로소 여유가 생기는 순간은 나보다 여유 없는 이의 초조함을 마주했을 때다. 사람이 대개 상대적인 우위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인하기 때문이라 하면 비겁한 변명이려나. 좀처럼 여유가 없어 꼬일 대로 꼬여 있는 누군가를 보며 '난 저러지 말아야겠다'내지는 '저럴수록 한 템포 쉬어가는 게 오히려 나을 텐데'와 같은 깨달음을 얻고 상대적으로 넉넉한 스스로의 여유를 확인하는 게 보통의 사람들 아닐는지.
그래서 늘 다짐하고 다짐한다. 쫄릴수록 여유롭기, 쉽지 않지만 그래서 인생 참 재밌는 거라며 오기로라도 내 안의 여유를 확보하는 과정은 지난날뿐만 아닌 현재진행형 성장통이다.
경제적인 여유든, 시간적인 여유든 마찬가지다. 여유 없는 상황에서 여유를 갖기란 정말 쉽지 않고 때론 가혹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당장 해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향점'으로 삼고 이뤄가야 할 삶의 태도라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스스로 되뇌는 결심이다. 여유 없는 이를 보며 나 자신 여유를 가져보는 게 죄는 아니지만 어쩐지 미안한 심정이라면, 적어도 그에게 여유를 가지라며 압박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 여유로워 보이는 이의 조언 같은 건 힘이 되기는커녕 질투만 유발하여 여유 없는 이의 여유를 더 깎아 먹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유는 스스로 내고자 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남이 얹어주는 게 아니다. 그래서 더 고독하고 외로울지라도, 쫄릴수록 여유로운 자세로 주어진 고난을 극복하다 보면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기는 게 인생이니까. 오늘도 내일도 쫄리면 쫄릴수록 여유를 갖고, 그러다 여유가 생기면 더 여유를 내서 남도 돕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