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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Jul 03. 2024

시간의 밀도

빠를 때도 느릴 때도




  어느덧 7월, 한 해의 반환점을 돌며 시간이 빠르단 걸 다시 느낀다. 드디어 봄인가 싶다가 여름으로, 푹푹 찌네 싶다가 어느덧 장마철로- 개인사가 많아 어느 때보다 정신없는 상반기였다. 개업, 결혼(준비), 이사... 모든 걸 해야만 했고, 해냈고, 하는 중이다. 1월에서 7월로 훌쩍 뛴 느낌일 수밖에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반면 시간이 느릿느릿 흐르던 작년 이맘때를 떠올려 본다. 계획했던 일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고, 계획해야 할 일은 계획되지 않아 초조하면서도 무료했다. 그때 든 생각이 시간이란 주어지면 주어질수록 늘어나는 풍선 같단 거였다. 언제까지 부풀어 오를지 모르겠는데 반드시 뻥! 하고 터질 걸 알아 불안한 느낌이었달까.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수험생이나 취준생, 구직자처럼 시간을 얼른 보내고 싶은 사람의 시계는 더디 흐를 거다. 전역을 손꼽아 기다리는 군인이나 그를 기다리는 가족, 질병을 앓는 환자처럼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이에게도 시간은 자꾸만 팽창하는 풍선 같지 않을까.


  인고의 시간은 그토록 느리게 흐른다. 순간순간 어떻게 채워 나갈지 막막해 굼뜨고 더디게 가는 듯한 시기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힘겨웠던 시간도 지나고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저만치 흘러가 있기도 하다.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만 돌이켜 보면 더디 흐른 시간은 없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시간도 보내고 나면 어느새 잊어버려 이따금 추억할 과거가 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고통이 끝나야 할 것, 또는 고통이 끝날 거란 희망이 보일 것. 이 둘 중 하나인 상태여야만 비로소 '시간 참 빠르네'란 말이 절로 난다.


  이처럼 우리는 시간의 밀도에 차이를 느끼며 살아간다. 무언가에 몰두할 때, 무엇이든 하느라 분주할 때의 시간은 아주 촘촘하고도 신속하여 빠르게 흐르는 고밀도 속성을 갖는다. 반면 무언가로부터 방해받을 때, 무엇이든 해 보고자 헤맬 때의 시간은 엉성하게 부풀어 올라 둥둥 떠다니는 듯한 저밀도 속성을 보인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든 느리게 흐르는 시간이든 일정히 귀한 시간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밀도가 다른 이유는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상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너무 빨리 흘러버려 아까운 시간도 때로는 느리게 느껴져서 답답한 건 오로지 체감하는 시간의 밀도 차이 탓이다.


  따지고 보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게 시간 말고 또 어디 있으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껴져서 아쉬울 것도, 느리게 흐른다고 느껴져서 조급할 것도 없는 이유다. 밀도 있는 시간이든 그렇지 않은 시간이든,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지 깨닫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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