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봤자 커피'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자주 한다. 커피를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이유로.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커피에 애정이 깊은 분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거래처 관계자에서부터 업계 종사자, 커피 유튜버에 이르기까지. 어느 분야나 그렇듯 알면 알수록, 파면 팔수록 커피의 세계는 깊고, 그 안에는 이미 수많은 고수들이 존재한다.
한 번은 꽤 큰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을 소개받은 적이 있다. 주선자는 내게 좋은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거라며 기대를 잔뜩 심어줬고, 나 역시 겸손한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예상과는 달랐다. 커피에 대한 깊은 통찰보다는 오히려 '진상 손님'에 대한 이야기였다. 식사를 다녀오는 카공족, 막아놓은 콘센트를 뜯어가며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들, 결국엔 카페 영업을 언제 그만둬야 할지 고민한다는 자조에 이르기까지. 내가 고견을 받아들일 수준으로 보이지 않아서였는지는 몰라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만은 않았기에, 묘한 씁쓸함과 함께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나는 브루잉, 이른바 핸드드립 커피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예전에는 6천 원이 넘어가면 비싸다고 느꼈던 커피 한 잔이, 이제는 만 오천 원도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물론 그 이상의 스페셜티 커피도 많지만, 아직은 내가 온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경험을 쌓아가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커피 시장의 흐름도 눈에 들어온다. 핸드드립 전문점과 로스터리, 원두 편집샵이 확산되는 건 분명 커피 산업의 성장을 보여주는 신호다. 동시에 저가 커피와 하이엔드 커피로 양극화되는 흐름이기도 하다.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카페들은 점점 더 살아남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과연 바리스타로서 얼마나 성장했는가. 카페를 운영하며 보낸 2년 동안, 얼마나 커피를 이해하게 되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카페 사장님들이 커피에 깊은 애정을 지닌 건 아니다. 주변에는 수익이나 장사의 관점으로만 카페를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지인 중 한 명은 커피 한 잔 입에 대지 않으면서도 저가 커피 매장을 인수했다가 몇 달 만에 힘들다며 되팔았다. 이후 근교의 큰 카페를 인수해 운영했지만, 그것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커피에 대한 관심 없이 시작한 카페 운영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나는 커피의 고수들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들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나의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카페를 단순한 매출이나 생계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방식 역시 내게는 맞지 않는다. 결국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스스로 납득할 만한 지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것은 단순한 '중간'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균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봤자 커피라고. 커피가 아무리 큰 비중을 차지하더라도 삶의 전부는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여길 대상도 아니다. 중요한 건 그 사이에서 내가 어떤 태도로 이 일을 이어가느냐다. 직업인으로서의 바리스타이자, 생활인으로서의 카페 운영자로서.
나는 오늘도 그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초보 카페 사장'이라는 이름을 조금은 벗어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