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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 MeMo Nov 18. 2020

가루야 안녕?

잘 있니?

네가 그렇게 갑자기 떠나고 1년이 지났어. 어제 화장실에 네가 남긴 발자국(?)을 오랜만에 알아차리고 네가 너무 그리워져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이건 이 집에 사는 동안 계속 이렇게 남겨둘 거야. 이렇게 이따금 널 기억할 수 있게.


너를 떠나보내고 나서 나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못 알고 있구나 생각을 했어. 쓰다듬고 예뻐해 주고 궁디 팡팡만 해줄 줄 알았지 말도 못 하는 네가 아픈걸 몇 년 동안 모르고 있었다니... 네게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느낀 것 같아서 정말 할 말이 없다. 지금 있는 곳에서는 몸이 없으니 아프지 않을 테니까 좀 괜찮으려나ㅎㅎ.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로도 난 생각지 못하게 많은 상실을 겪었어. 너와의 이별이 가장 슬펐지만 다른 이별들도 아프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가 되더라. 나를 만들고 있던 세계의 축이 와르르 무너져서 도대체 왜 살아있는지 이유를 모를 지경이었어. 만신창이로 돌아온 밤에는 네가 많이 생각이 났어.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졸린 눈으로 나와서 인사해주던 네가 지난 10년 동안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이제야 알겠더라.


아직은 다른 주인을 만들지 않을 거야. 한 동안은 네 집사로 좀 있을게. 아직 네가 담긴 하얀 도자기 그릇이 그대로 있으니까. 너무 붙잡고 있는 건 아닌가 미안하지만 어디에서 널 보내줘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이 돼. 그래도 너무 오래 미루진 않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라.


너도 갑자기 그곳으로 갔듯이 나도 아무 때나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10년을 더 살지 10일을 더 살지 나는 알지 못하지. 항 죽음이 내 옆에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해. 아직도 널 좀 더 일찍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 그래서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면 내일 죽어도 좀 더 마음 편할만한 쪽으로 걷고 있어.


최대한 잘 지낼게. 혹시 할머니하고 같이 있으면 좀 놀아드려. 고양이는 싫어하신다고 하셨지만 사실은 동물은 다 좋아하셔. 돌아가시기 전에 너하고 같이 있었으니까 조금 틱틱거리시다가 너 머리를 만져 주실 거야.


길에서 만나서 날 잡아주고 그 뒤로 10년이나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곧 갈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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