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벌레 냄새를 기억하며 다시 일어선 날
“사람들은 말한다.
용이 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용은 날기보다, 떨어진 뒤에 다시 나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용이 된다는 걸.”
서울살이 6년째.
나는 용기를 내어 첫 이직을 결정했다.
‘이젠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
‘나도 나답게 일해보고 싶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선택이었지만,
나에겐 처음으로 내 의지로 선택한 일이었다.
입사 초기엔 사람들의 기대가 컸다.
“서울대 출신이래.”
“대기업에서 왔다더라.”
“기획서 진짜 잘 쓰더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대는 천천히 실망으로 바뀌었다.
회의 시간에 의견을 냈지만,
“조직 분위기랑 좀 안 맞는 것 같아.”
“좀 더 세게 말해도 돼.”
“너무 순해. 눈치가 없네.”
라는 말을 들었다.
회의가 끝나면 슬랙 채널엔
내가 낸 의견이 빠진 버전의 안건이 올라왔다.
나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매일 ‘내가 부족한 사람인가,’
‘왜 나는 잘 어울리지 못할까’를 자문했다.
일이 끝나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던 예전의 나와 달리,
이젠 사무실에 혼자 남아 조용히 울고 싶은 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10개월도 채 되지 않아,
나는 그 조직을 떠났다.
이직, 실패였다.
화려한 경력을 쌓고 더 나은 미래로 가리라 믿었던
첫 발걸음은, 그렇게 미끄러졌다.
퇴사 후 며칠간, 침대에 누워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커튼을 열 힘도, 친구의 전화를 받을 마음도 없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고 있었다.
그다던 어느 날,
복숭아밭의 기억이 떠올랐다.
햇살도 뜨기 전,
벌레가 우글거리는 그 밭에서
고무장화를 신고 일어섰던 그 꼬마 아이.
벌에 쏘여 울면서도,
다음 날이면 다시 손을 내밀던 그 아이.
“너, 그 벌레 많은 밭도 버텼잖아.”
“거기선 아무도 널 칭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넌 매일 나갔잖아.”
그 목소리는 나 자신이 나에게 던진 위로였다.
나는 실패를 통해
화려한 이력보다 중요한 건 견디는 힘이라는 걸 배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사람보다는
스스로를 부끄럽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때부터 나는, 다시 천천히 나를 세우기 시작했다.
비록 잠깐 날지 못했지만,
나는 여전히 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내가 먼저 믿기로 했다.
다음 편 예고
이제 돌아보니 알겠다.
복숭아밭, 고시원, 일터, 책방…
그 모든 장면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날고 있다.
8화. 나는 아직도 날고 있다에서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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