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날기 위해 버티는 모든 날에게
"개천에서 난 용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진짜 용은 떨어진 날에도 다시 날 수 있는 법을 배운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나는 참 많은 시간을 ‘버티며’ 살아왔다.
복숭아밭에서 시작된 여름방학,
어린 나의 기억 속에서 고무장화를 신고 새벽 다섯 시에 밭으로 향하던 그 시간이 떠오른다. 땀에 젖고, 팔은 벌레 자국으로 얼룩지고, 손끝은 복숭아 껍질의 솜털에 아려왔지만, 그저 '이게 방학이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그때의 고단함이 나를 키워준 첫 번째 힘이었다.
그때 그 고단한 순간들이, 내가 오늘날 살아가게 만든 뿌리가 되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작은 복숭아밭에서 시작된 여름은 내 삶의 첫 교훈이었다. 일은 고되었지만, 내 몸이 강해졌고, 조금씩 더 나아지는 내 자신을 느꼈다. 그 당시의 나는 몰랐다. 내가 이 고단함을 견디며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버티는 힘’을 키워가고 있다는 걸.
서울, 그곳은 꿈꾸던 도시였지만,
그 도시로 향하는 첫 발걸음은 너무나도 낯설고 차가웠다.
고시원의 좁고 창 없는 방, 한 켠에 쌓여 있던 책과 노트, 그 안에서 나는 너무 외로웠다. 서울은 내가 기대했던 도시가 아니었다.
익명의 도시 속에서, 나를 숨기기 위해 ‘서울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숨을 쉬었다. 내가 속해 있지 않다는 느낌은 더욱 깊어갔다.
지하철에서, 강의실에서, 편의점 앞에서 나는 ‘서울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숨 쉬며,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밤이 되면, 그날 하루 동안 내가 숨겨 놓았던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숨기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밤이 되면 찾아왔고, 그 속에서 나를 어떻게든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당시의 나는 나를 숨기면서까지 뭔가를 증명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숨겨둔 나 자신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이었음을, 서울의 일상 속에서 조금씩 깨달아갔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면 다 괜찮아질 줄 알았어.”
그게 나의 10대였다.
서울대 합격은 기뻤지만, 동시에 너무나 외로웠다.
친구들의 질투, 뒷말, 그리고 학교에서의 고립.
빛나는 성적표를 받고 나서도 나는 결국 외로움 속에서 나를 지켜야 했다.
빛나면 모두가 박수쳐 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빛은 누군가에겐 눈부신 것이 아니라, 눈을 찌르는 것처럼 아프게 다가왔다.
그때의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잘나가고 있다고 믿었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구나.”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혼자 섰던 그 순간이 나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주었음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첫 직장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다.
연봉이 필요했다.
부모님의 병원비, 동생의 등록금, 서울의 월세. 꿈을 택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를, 단지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합격 문자를 받던 순간, 나는 기쁨이 아닌, 눈물만이 흘렀다.
그때의 눈물은 ‘성공’이 아닌, ‘서글픔’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현실적인 제약들이 있었다. 내 꿈을 쫓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그리고 첫 이직은 실패였다.
사람들은 내 이력서를 보고 기대했지만, 내 성격은 그 조직과 맞지 않았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조심스럽고, 눈치가 없다는 이유로 나는 결국 밀려났다.
10개월도 채 되지 않아 퇴사한 날, 나는 가방을 들고 회사 건물을 나서며 처음으로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날 밤, 나는 다시 복숭아밭이 떠올랐다.
"너, 그 벌레 많은 밭도 버텼잖아."
"그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넌 매일 거기 있었잖아."
나는 그 순간에 내가 지금까지 버텨온 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나는 중이었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넌 서울대 나왔잖아.”
“넌 성공했잖아.”
“넌 용이 됐잖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이렇게 답한다.
“진정한 용은 1등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무던히 버티고, 쓰러지지 않고, 그리고 한 발짝 성장하는 것이었다.”
“1등이 아니어도, 지금 그 자리에 있는 당신이 진정한 용이에요.”
직장인으로서 매일 버티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그대가 바로 진정한 용입니다.
“나는 아직도 날고 있는 중이야. 날지 못하는 날엔 버티고, 버틸 수 없는 날엔 잠시 숨었다가, 다시 날아. 그게 나야.”
나는, 복숭아밭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가난했고, 외로웠고, 실패했고,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도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직도 날고 있다.”
마무리의 인사
《나는 아직도 날고 있다》 시리즈는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습니다.
이 이야기가 당신의 어떤 날에, 작은 바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버티는 모든 날은, 날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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