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을 꺾은 건 사랑이 아니라 편견이었다
비록 신혼집은 9평 원룸이었지만,
좁은 방에 들어오는 햇살은 충분히 따뜻하게 느껴졌고
둘이 함께라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은 더 크게 보였다.
“앞으로는 조금씩 나아지겠지.”
나는 그렇게 믿었다.
결혼 몇 달 후,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공고됐다.
평소 내가 관심 있던 분야였고, 무엇보다 내 커리어를 확실히 보여줄 기회였다.
회의 자리에서 내가 손을 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 제가 맡아보고 싶습니다.”
순간 회의실 공기가 묘하게 변했다.
팀장은 어깨를 움찔하더니 나를 보며 웃었다.
“결혼도 했는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이제는 좀 내려놔야지.”
그 말에 회의실에 있던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할 말을 잃었다.
결혼 전과 똑같이, 아니 그때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인데
내 의지는 ‘무모한 욕심’으로 바뀌어 버렸다.
아이를 낳지도 않았는데,
이미 내 이력서에는 보이지 않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곧 경력 단절될 사람.
회의에서 제안서를 발표한 날도 그랬다.
발표가 끝나자 상사가 물었다.
“근데, 아이는 언제 가질 거야?”
내가 밤새 준비한 자료,
내가 쏟아낸 노력은 뒤로 밀렸다.
나의 미래는, 내가 아닌 그들의 상상 속에서 이미 정해져 있었다.
결혼 전 나는 ‘능력 있는 대리’였다.
결혼 후 나는 ‘언젠가 떠날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명절에 시댁에 갔을 때였다.
밥상 앞에서 시어머니가 무심히 물으셨다.
“회사는 언제 그만둘 거니?”
같은 대학을 나왔고, 연봉은 내가 더 높았는데도
너무나 당연히 내가 회사를 그만둘 거라 여겼다.
그리고 이어진 말.
“그래도 네 남편이 좋은 회사 다니고, 연봉도 높아서 다행이지.”
나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무너져 내렸다.
내 커리어와 노력은 투명인간처럼 지워지고,
남편의 직장은 온 가족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남편도 나와 같은 시기에 결혼을 했지만,
그가 받은 시선은 전혀 달랐다.
“결혼하니 더 든든하네.”
“이제 가장이 됐으니 승진도 곧이겠어.”
남편은 결혼 후 회사에서 더 안정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책임감이 있다는 말, 믿음직스럽다는 말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아?”
“집에는 신경 좀 써야지.”
남편에게는 결혼이 날개였고,
나에게는 족쇄였다.
남자에게 야망은 칭찬이었다.
“패기 있고, 추진력이 있다.”
그러나 여자에게 야망은 경계였다.
“과하다, 욕심이 많다, 가정에 충실하지 않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문제는 내 야망이 아니었다.
사회가 여자의 야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
결혼 후에도 나는 내 커리어를 꿈꾸었다.
더 배우고, 더 시도하고, 더 성장하고 싶었다.
결혼이 커리어의 중단인 줄 상상도 못했다. 더 성정하고 싶어 시너지가 되고 싶어 결혼을 선택한 것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내게 말한다.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멈추어야 하는 걸까?
멈출 수 있기나 할까?
그러기엔 내 삶은 부유하지도, 여유롭지도 않았다.
남편과 똑같이 공부했고, 똑같이 힘들게 일하며
내가 쟁취해온 자리였다.
그런데도 나는 정말 과한 걸까?
결혼 후, 여자의 야망은 왜 과하다고 평가받는 것일까?
아마도,
여전히,
아름답고,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나는 오늘도 그 질문을 안고, 출근길에 선다.
전쟁터에 서 있는 것은 남편이나 나나 똑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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