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아이의 고백
아이는 두 돌을 지나
세 살이 되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대기하던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이제 자리가 났어요. 다음 주부터 등원 가능하세요.”
기다리던 말이었다.
그런데 막상 보내려니, 마음이 복잡했다.
내 품에서만 크던 아이를
낯선 공간에 보낸다는 게
이토록 무겁게 느껴질 줄 몰랐다.
첫날, 아이는 신발을 벗지 않았다.
선생님이 손을 내밀었지만
작은 손은 내 옷자락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는 금방 올게.”
그 말을 열 번은 했던 것 같다.
아이는 울었고,
나도 함께 울었다.
문을 닫고 돌아서는 순간,
뒤에서 들려온 울음소리에
다리가 휘청였다.
“괜찮아요, 다들 그래요.”
선생님의 말이
그날만큼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보통 일주일이면 된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한 달이 걸렸다.
매일 아침 울었고,
퇴근 후엔 목이 쉬어 있었다.
“오늘은 안 울었어요.”
그 말 한마디 듣고 돌아오던 날,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었다.
그래도 버텼다.
‘지금 포기하면 평생 집에만 있을지도 몰라.’
그 생각 하나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나서야
아이는 스스로 가방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 친구들 좋아”
그 말에 눈물이 날 뻔했다.
적응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워크샵 일정이 잡혔다.
호텔에서 일주일 합숙이었다.
짐을 싸며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았다.
‘이틀이면 괜찮겠지.’
‘아빠가 있으니까.’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5일째 밤,
영상통화 속 아이는 무표정했다.
“엄마 집에 와?”
“응, 곧 갈 거야.”
“엄마가 집에 없어.”
그 말이 그렇게 오래 남을 줄 몰랐다.
워크샵이 끝난 후 집에 들어오자
아이는 나를 한 번 보고는
다시 장난감으로 시선을 돌렸다.
“엄마 왔어.”
대답이 없었다.
아이는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날 밤,
아이는 내 대신 아빠 옆에서 잠들었다.
나는 아이의 머리맡에 앉아
조용히 울었다.
며칠 뒤, 저녁을 먹던 중
아이가 말했다.
“나, 시골 갈래.”
“왜?”
“엄마도 안 오잖아.서울 싫어, 엄마도 미워.”
그리고 방에 들어가 펑펑 울었다.
아이가 낯선 서울에서 엄마 없이 외로웠던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무너졌다.
‘엄마도 사실, 집에 있고 싶었어.’
그 말을 끝내 하지 못했다.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작은 어깨가 덜덜 떨렸다.
그날 이후,
출근 전 아이를 꼭 안아주기로 했다.
단 1분이라도,
그 1분이 우리 하루를 버텨준다고 믿으며.
아이는 천천히 다시 나를 받아들였다.
손을 잡고 어린이집 문 앞까지 걸으며
작게 속삭였다.
“오늘은 울지 않을 거야.”
그제야 알았다.
우린 둘 다 적응 중이었다.
아이는 세 살 세상에,
나는 다시 일과 분리의 세상에.
그때는 몰랐다.
아이의 한마디가
내 삶의 균형을 다시 흔들 줄은.
나는 직장인이었고,
누군가의 엄마였고, 아내였고
그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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