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에 민감한 편이라 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 산 지 오래다. 후각이 의심하거나 시각이 거부하면 시도하지 않으니 산해진미도 그림의 떡일뿐. 노각 역시 내 손에서 음식으로 거듭난 역사는 아주 짧다.초록초록한 오이 두고 굳이 누리끼리한 오이를 먹겠다는 의지가 박약했기 때문에한동안은 절친 먹기를 꺼렸다. 맛과 영양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름과 모양에 가린 본질을 놓친 탓도 크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만들어준 노각 무침이오랜 외면에서 나를 건진 후부터 식탁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음식 외에도 틀 안에 가둔 것들이 많다.무엇이 됐든 기회를 틈타 꺼내 줄작정이다.누런노각에스며든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