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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n 09. 2021

홀어머니 + 아들 - 며느리의 입장

워킹맘 이야기

나에게는 어머니 혼자 아들을 키운 집에 시집을 간 친구가 둘 있다.

- 아버지가 자녀를 혼자 키우는 경우는 내 주변에서는 아직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남자들은 대게 재혼을 하는 것 같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인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경우다.

모두 연애결혼이다.

아마도 선이었으면 걸렀겠지?

- 그리고 나는 지금도 거르는 게 맞다고 굳게 믿는다.

이런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어머니'까지 고려해야 하는 게 사실인걸.

둘 만의 문제로도 사네 마네 하는 판에 '+어머니'는 쉽지 않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은 걱정의 말들을 주변에서 건널 때,

한결 같이 어머니를 나중에 모셔야 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사람이 괜찮다고 했다.


1. 건실하단다.

기실 건실하지 않기가 힘들다.

어리광 피워도 받아줄 곳도 없으니 일찍 철드는 수밖에.

엄마가 고생하는 걸 보고 자라기도 하고,

스스로 인식하건 인식하지 않건 엄마가 고생하는 이유가 자신이라 생각하기에 더 조심한다.


2. 배려심이 있단다.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안쓰럽다 느끼고 자신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자기 몫을 하는 아이라면

당연히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과 배려하는 마음이 있지 않겠는가?


친구들 역시 건실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들이었다.

좋은 사람들끼리 만났으니, 그들도 내심 걱정은 되지만 잘 헤쳐나갈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난 내 성격에 그냥 시어머니도 편하게 친엄마처럼 살 줄 알았어."

동기들 중에서 가장 성격이 털털했던 아이가 한 말이다.

본인도 자기 성격이 좋다는 걸 알았는데, 결국 자만했음을 깨달았다.

결국 동기는 몇 년을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나중에 따로 살았다.


고등학교 때 친구는 둘째 며느리였는데 큰 형님이 시어머니를 모시다가 가출을 했다.

결국 큰 형님은 그 일을 계기로 이혼을 했고 아주버님은 혼자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당시 둘째 며느리였던 친구는 남편을 따라 일본에 있어서 여파가 덜했는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는 아이 사진을 카톡 프로필 올리는 것조차 시어머니 간섭을 받으며 살고 있다.

- 한참 이쁠 나이인데 아이 사진이 카톡 프로필에 없어서 물어보니

시어머니가 아이 사진밖에 보이게 프로필에 올리는 거 아니라고 해서 못 올린단다.

이 친구도 범생이 중에 상 범생이였는데, 그게 도리라 생각해서 그러는 건지,

적적하실 시어머니를 생각해서 수시로 연락을 드린다.

뭐 받을 게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 자신의 선택이니 감내하고 사는 것이지만 나는 아이 프로필 사진까지 간섭한다면 못 견딜 것 같다.


나도 내 엄마랑 같이 못살겠는데,

하물며 싫어도 싫은 소리 못하는 시어머니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엄마면 싸우더라도 말이라도 하고 말지.

게다가 아들을 혼자 키운 어머니라니!


지금도 힘들지만 그 시대에 여자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건 쉽지가 않다.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식당 일이나 가사도우미 등 몸으로 하는 힘들 일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으니, 일을 하러 나가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늘 스트레스가 역치인 상태다.

주변의 곱지만은 않은 시선과 쓸데없는 오지랖도 견뎌야 한다.


그러니 홀어머니들은 고집이 점점 세진다.

자신만을 의지하고 세상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 엄마 역시 나를 혼자 키웠고 보통 고집이 아니어서 친구들의 시어머니가 어떨지 짐작이 갔다.

나는 내가 아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을 중시 여기는 문화에서, 아들 엄마들은 묘한 보상심리가 있어 보였다.

아들 덕 보겠다는 마음까지는 아닐 것이나,

자녀들이 잘 커서 가정을 이루면, 엄연한 독립체로 대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제는 며느리까지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아들에 대한 사랑 내지는 집착이 지나쳐

아들의 독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기 부모와도 같이 살기가 쉽지가 않은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결혼 전에는 남편도 남이었고 남의 부모가 아닌가?

딸 같은 며느리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낯선 사람들이다.

왜 며느리에게 아들에게 못 받은 세심한 배려를 기대하는가?


내 주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결혼한 사람들은 생각이 굉장히 보수적이었다.

어머니 말씀을 신성불가침의 하나님의 말씀처럼 받드느라,

막상 같이 사는 아내에게는 순종과 인내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네가 좀 참아. 우리 엄마 원래 그래."


이러니 결혼해도 명절에는 자기 부모님께 각자 인사드리러 가자는 말이 나오는 거다.

오랜만에 만나는데 반갑지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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