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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14. 2021

아이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워킹맘 이야기

아이로부터 카톡이 온 것은 오후 5시가 좀 안돼서였다.

"나, 수학선생님이 오늘 수업 아니고 내일 수업이라고 하고 국어 선생님은 내일 국어라고 해.

교실도 6층, 5층 다 가봤어. 핸드폰도 없어서 집에 갔다가 핸드폰 챙겨서 선생님한테 연락했는데 아니라고 하는 데 어떡하지?"


아이는 4시부터 7시까지 수학 수업이었다.

지난주에 갑자기 학원 일정이 조정이 돼서 국어 수업이 수학 수업으로 바뀌었는데, 수학 선생님에게 통보가 제대로 안된 것이다.


아이는 잠시 고민하다 다시 집으로 가겠다며, 우산 들고 걸어가서 톡이 힘들다고 했다.

어찌 된 일인가 확인해보려고 학원에 전화를 해보니, 담당자가 통화 중이라고 조금 있다가 연락을 준단다.

10여분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고, 갑갑한 마음에 학원 실장님과 수학선생님에게 톡을 보내 상황을 설명했다.


잠시 후에 메시지를 확인한 수학선생님은 아이를 다시 학원으로 보내라고 하는데,

아이가 연락이 되질 않았다.

핸드폰 배터리가 없었는지, 전원이 꺼져있다는 안내만 나왔다.


전원이 꺼지면 구글 패밀리 링크 위치 추적도 안되는데......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퇴근 시간인데, 마음은 급하고, 아이는 연락이 안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친정 근처에 살았다.

어린이집이 6시에 끝나면 내가 집에 올 때까지 엄마가 저녁을 챙기셨다.

가끔 아프다고 연락이 오면, 엄마가 아파트 상가에 있는 소아과로 데려가 주셨다.

큰 아이가 4학년쯤 돼서는, 큰 아이가 둘째를 데리고 병원을 다녔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핸드폰을 일찍 사줬다.

아이들도 준비물이 필요하면 핸드폰으로 미리 연락해서 퇴근길에 사 오라고 알려줬다.

내가 집에 도착해서 이래 저래 정리하고 알림장을 읽을 시간이면, 이미 문방구는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동네 문방구는 9시면 문을 닫는다.)


아이들 동선이 뻔하다지만 가끔 연락이 안 되면 남편이 구글 패밀리 링크로 위치를 추적해 안심하곤 했다.

그런데 전원이 꺼져있으면 구글 패밀리 링크로도 확인이 안된다.

별 일이 없을 건 알지만, 다시 연락이 되기 전까지 마음 한편이 내내 불안하다.

둘째도 초등학교 5학년인 지금도 마음이 이런데, 아이들이 아직 어린 엄마들은 어떨까?


큰 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과외를 했었다.

당시에는 시댁 근처에서 살았는데, 시어머니께 과외 시간만 아이를 잠깐 맡길 수 있을지 여쭤봤다.

1주일에 왕복 시간 포함해서 6시간 정도 되려나?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셨다.

남편은 우리 아이를 봐주기 시작하면 다른 형제들 아이들도 봐줘야 해서 안된다고 하시는 거라고 설명했고 나는 수긍했다. 그럴 법도 하지.


친정 근처로 이사를 가고, 풀타임 일을 구했다.

그 무렵 시누도 일을 시작했는데, 시어머니는 시누 아이는 봐주시더라.

사실 서운한 마음도 없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그저 시어머니도 누군가에게는 친정 엄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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