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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May 16. 2021

근무시간 중의 피케팅, 해도 될까?

인사 노무 사례 100개면 되겠니?

상황#1 요새 한유진 부장은 고민이 많다. 회사 정문에 노조가 플랭카드를 붙이고, 피케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노조위원장 혼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출근시간, 점심시간에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는데, 한두 명씩 사람이 모이더니, 이제는 근무시간 중에도 하겠다고 한다.

근무시간 중에 일을 안 하고 피케팅을 하면 어쩌자는 건가?


한유진 부장은 그런 건 근무시간 외 시간에 하라고 노조위원장을 설득하지만, 노조위원장은 한술 더 떠서, 이거 무급으로 처리하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노조 활동은 장소적으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시간적으로는 사용자의 노무지휘권과 필연적으로 충돌을 일으킵니다. 활동 범위가 같기 때문이죠.

따라서 단체협약에 규정이 있거나, 관행이 있다던가, 사용자가 승낙을 해야 인정이 됩니다.


사용자의 승낙이 없더라도,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때는 근무시간에 해당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을 어느 정도 침해했는지 등을 고려하여 정당성을 판단합니다.


판례는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없고 노사 간의 관행이나 회사의 승낙도 없이 근무시간 중 조합 총회 개최를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첫째,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또는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어야 하고, 둘째,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 또는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취업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사업장 내의 조합활동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할 것인 바,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노조는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없고 노사간의 관행이나 회사의 승낙도 없이 근무시간 중에 오랜 시간 동안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각 조합원의 총회는 그 방법의 면에 있어 위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판 2001.11.27, 99도4779)


한편, 회사에 2회에 걸친 서면통보를 하였고, 전체 조합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 중에 개최한 임시총회는 3시간의 투표 후 1시간의 여흥시간을 가졌더라도 전체적으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경우도 있습니다. (대판 1994.2.22, 93도613)


위 판례에서는 목적상 노동쟁의조정법상 쟁의행위를 하기 위한 필수적요건인 조합원의 투표를 위한 것으로, 2회에 걸친 서면통보를 거쳐 개최되어 회사가 이에 대비할 여유가 충분히 있었던 점, 전체 조합원이 참석하기 위해서는 교대시간에 총회를 소집하는 것이 필요하였고, 조합원의 수와 의견교환 등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위 총회가 근무시간 중에 열렸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비록 여흥시간이 포함되었다고 하나 부수적인 것으로, 원 예정 시간 내 총회가 이뤄진 것들을 고려하였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근무시간에 노조활동을 하면 안된다'가 아니라 해당 활동의 목적과 진행과정, 근무시간 중에 할 수밖에 없는 사유,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노무 지휘권의 침해 정도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점입니다.


한유진 부장이 근무시간 중 피케팅은 안된다고 설득한 것으로 보아,

회사의 단체협약은 '조합원이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할 경우, 이를 근무한 것으로 간주한다.' 등의 규정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전에도 근무시간 중에 조합활동을 하였는데, 회사가 이를 유급처리 해왔다는 등의 관행이 있던 것도 아니겠죠.


그렇다면, 노조위원장은 무턱대고 우길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인사실무자 Tip

• 근무시간 중의 노조활동은 '단체협약'에 해당 규정이 있는지, 그러한 관행이 있는 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만약에 둘 다 해당사항이 없다면,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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