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잘 먹어야 애가 튼튼하지"는 날 걱정하는걸까 그녀를 걱정하는걸까
그녀가 아토피 진단을 받고 나서
난 확실히 좀 예민해졌다.
모유수유를 하고 그녀의 아토피가 더 심해지면
내 모유가 뭔가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녀를 낳고 오랜만에 그녀를 보기 위해 친구가 집에 방문했다.
"아기가 아토피가 있네?"
"응."
"분유 먹어?"
"아니, 모유 먹어."
"엄마가 잘 먹어야 낫겠네."
"왜?"
"엄마가 잘 먹어야 모유가 좋으니까 애가 튼튼하지"
"튼튼하긴 해. 이미 키는 상위권이야."
"밀가루, 설탕 이런 거 먹지 마. 그래야 아토피가 낫지."
"병원에서 모유랑은 상관없다고 했어."
"네가 잘 먹어야 건강하다는 뜻이야."
친구가 떠나고 나눴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엄마가 잘 먹어야 모유가 좋으니까 애가 튼튼하지"
친구는 나를 걱정하는 걸까 그녀를 걱정하는 걸까 싶어
뭔가 마음이 요동쳤다.
나에게는 100일의 기적이 아니라 100일의 기절인 시기가 있었고,
그때는 잠도 부족하고 밥도 서서 먹기 일상이고
머리 감는 것조차 손목이 아픈 시기였다.
내 얼굴은 뭉크의 절규처럼 말라버렸다.
그녀가 생기기 이전보다 몸무게는 더 빠지고,
몸의 모든 유분과 기름기는 다 없어져서 비틀어졌다.
말라버린 나를 걱정해서 잘 챙겨 먹으라는 건지
아토피 걸린 그녀를 걱정해서 엄마인 내가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건지
괜히 미움의 씨앗이 생겨 날랑말랑했다.
"내가 건강하게 안 먹어서 그녀가 아토피 생긴 게 아니거든."
이 말이 계속 입에서 맴돌았고,
결국 이 말을 하지 않은 사실이 계속 후회되었다.
'할걸, 이 말을 했어야 해.'
"그녀가 아토피인 건 내(엄마) 탓이 아니에요."
이 말도 계속 입에서 맴돌았고,
결국 이 말도 하지 않은 사실이 계속 후회되었다.
'할걸, 이 말도 했어야 해.'
혀 끝에서 튀어나갈 준비를 했던 수많은 말들은
그렇게 가슴속에 담아두었다.
차마 입 밖을 나가지 못한 이 말들은
내 마음에 쌓여 있을 듯하다.
아토피로 힘든 그녀도 그녀의 잘못이 아니듯
엄마의 잘못도 아님을 알아줬으면 했던 것 같다.
누가 더 힘드네 덜 힘드네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둘 다 너무 힘들겠다는 위로가 더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아토피는 장기전 레이스라 하루아침에 갑자기 씻은 듯이 낫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도 지치고 엄마도 지치기 쉽다.
물론 간지러움이 고통인 그녀가 제일 힘들겠지만
그걸 지켜보고 끝없이 보습제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엄마의 애간장도 녹아내린다.
그녀가 긁지 못하게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때가 늘어날수록
그녀에게 긁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이 늘어날수록
내 마음의 주름도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