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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Apr 12. 2024

#20200627

“하지 마 난 무조건 반대야” 

“왜? 너무 궁금한데, 어차피 그다음 날 다시 만회하면 된다니까”

“아니야 그래도 난 아닌 거 같다. 그냥 그 궁금증은 넣어둬라”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의 친구의 반응이었다. 무조건 하지 마라. 쓸데없는 짓이다. 

나도 알고 있다. 쓸데없는 짓이고 하지 말아야 하는 짓이라는 것을. 하지만 너무도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하다는 거냐…. 뭐 세상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음…. 그런가?”

“그래 그러다 만약 그 뭐냐 ‘하루 만회 하기’ 그거 안되면 어쩌냐?”

“그럼 뭐 그다음에 싹싹 빌어야지”

“그러니까 왜 굳이 그런 짓을 하려고 하냐고…. 참내 이해를 못 하겠네, 난 무조건 반대야”

“알겠다 그럼”

“알겠다는 무슨 그래도 할 거면서… 난 암튼 절대 반대고 만약 실패하고 나한테 전화해서 징징거리지 마 죽여버릴 테니까”


너무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서 나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어찌 보면, 모든 상담 혹은 논의가 그러하듯이 본인이 결정은 다 해 두고 누군가의 지지 혹은 동의를 얻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다. 나 역시 내가 한 결정에 누군가 동의를 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물어본 것이다. 나 역시 하면 안 되는 짓임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절대 감당 못할 수준의 것을 하면 안 된다. 너 그럼 차인다 무조건”

“그래 나도 그게 고민이긴 하다. 조금 라이트 하면서 혹시 실패했을 경우에 빌면 최대한 빨리 풀릴 수 있는 그런 것”

“아주 지랄을 한다. 안 하면 될 것을 왜 하려고 해서 그런 고민까지 하고 앉아 있는지…. 뭐 난 모르겠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선 그 이야기하지 마라 더 이상”

“ㅋㅋ 알았어 이 자식아”


그렇게 친구와 헤어 지고 집에 오는 동안 머릿속은 계속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어떤 걸로 테스트를 해 볼까?’

‘하루 잠수를 타 볼까? 아니야 리스크가 너무 크고 나도 너무 싫어하는 행동이라 할 순 없어.’ 

'지난 연애를 이야기해 볼까? 음…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전혀 기분이 안 나쁠 수도 있어’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적당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친한 여사친이라도 있으면 한번 물어볼 수도 있을 텐데 난 그러게 친한 여사친도 없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계속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에 버스 옆자리에 앉아 있는 한 커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뭐야? 이 여자 게시물에 왜 좋아요을 눌렀어?’

‘그냥 피드 보면서 누르다가 눌러졌나 본데’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나 봐, 난 이런 스타일 아닌데 왜 만나?’

‘그거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자기를 만나는 거랑 내가 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거랑?’

‘됐어. 뭐 그런가 보지 뭐’ 


물론, 그 남자의 말이 맞을 수도 있긴 하다. SNS의 특성상 피드를 내리면서 기계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 마케터도 그런 기계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 때문에 온라인 마케팅을 할 때 SNS의 좋아요 수는 무의미하다고 항상 주장하고 있다. 

암튼, 하지만 남자는 그렇게 피드를 둘러보다가도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성을 보게 된다면 한번쯤 멈추고 보게 되어 있다. 길을 걷다가 본인 스타일의 여성을 보게 되면 안보는 척하면서 보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이때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난 SNS를 활발하게 하진 않지만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기록해 두는 용도로 사용을 하고 있다. 팔로워수도 몇 안되기 때문에 피드에 많은 게시물이 업데이트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SNS의 알고리즘 특성은 잘 알고 있어서 몇몇 사진에 좋아요만 눌러도 검색에 그와 연관된 사진들이 뜨기 시작을 한다. 하지만 슬이는 나의 프라이버시를 지켜 주려고 하는 이유에서 내 폰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나 역시 같이 있을 때는 폰을 보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같이 나의 폰을 볼 일이 없다. 특별히 어딘가를, 무언가를 찾아보는 편도 아니고. 


‘오빠 집에 가고 있어?’ 

그녀의 메시지에 죄지은 사람 마냥 화들짝 놀라서 폰을 손에서 놓칠 뻔했다. 

‘응~ 방금 헤어지고 버스 타서 연락하려고 했는데 통했네’

‘뻥치시네 ㅋ 조심히 들어가요 난 이제 팩 하려고’ 

‘알겠어 더 이뻐지시겠군’ 

‘뭐래~ 말은 참 이쁘게 하네 울 남자 친구, 조심히 들어가’ 

‘응~’ 

‘아 나 내일 거기 가보고 싶어 오빠가 종종 간다는 그 경기도에 있는 카페’

‘응? 아 거기~ 그래 알겠어 사장님한테 메시지 보내 봐야겠다. 보내보고 알려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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