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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Apr 05. 2024

#2020060六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날짜를 확인하고 환호를 질렀다. 

‘2020년 6월 6일 (토)’


그날 이후로 다시 한번 이 이상한 경험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제는 아니 어제의 오늘엔 너무도 극명한 실수를 했기에 오늘 어떻게 해야 할지가 너무도 분명했다. 처음 경험한 날에 비해선 조금은 여유롭기도 했고 즐기는 기분마저 들었다. 어찌 보면 오늘이 평일이 아닌 토요일이라서 더 그런 건 기분 탓일 것이다. 


“오늘은 그럼 뭐 해?”

“응 오늘 학교 여자 후배가 이직 관련해서 뭐 좀 물어보고 싶다고 해서 만나서 커피 한잔 하기로 했어”

“여자 후배? 여자 후배가 왜 오빠한테? 그 사람은 여자 선배는 없어?”

“글쎄? 비슷한 업종에서 비슷한 일을 해서 그런 거 같은데”

“그렇구나 오빠 그런 거 잘해줘? 사람들한테?”

“종종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냥 내가 아는 선에서 말해 주는 편이긴 해. 어차피 선택은 본인이 하는 거니까”

“그렇긴 하지~ 이왕 하는 거 잘해줘~ 너무 뭐라고 하지 말고”

“알겠어 뭐 이상한 소리 하면 뭐라고 할 수도”


그렇게 말하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갑자기 든 생각이 있었다. 어차피 오늘은 어제와 같은 하루가 반복될 것이다. 그러면 난 오늘 후배와 상담을 해 주게 될 것이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다 아는 상태에서 만나게 되니 어제의 오늘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 줄까?라는. 어제(?)는 그래도 해보고 싶은 건 다 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었다. 하지만 오늘은 주어진 상황에서 가능하면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라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갔다. 


“오빠 잘 지내셨어요?”

“어 넌 어때?”

“뭐 여러 가지 고민이 있는 거 같아요. 흔히 말하는 ‘직장인 사춘기’인 거 같아요”

“5년 차 정도 되었나? 그럼 그럴 수 있지…”

어제와 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차피 정답이 정해 져 있는 질문과 고민들이 아니기에 어느 방향성으로 이야기를 해 줘도 무방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직과 퇴사 등 회사와 관련이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해 주면서 난 의식적으로 옆 테이블의 사람을 확인했다. 오늘도 역시 한 번씩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 ‘나를 어디서 본거지? 슬이와 함께 있는 것을 봤을 텐데…궁금하네’ 이란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오빠 내 말 듣고 있죠?”

“어.. 미안 잠시 다른 생각 했네”

“괜찮아요 충분히 오빠가 해 준말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어서, 어떻게든 결론을 내 보려고 해요”

“응 그래 근데 뭐 꼭 결론을 내더라도 실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잘 고민해 봐. 주변에 대부분 직장인들만 있는 건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서. 씁쓸하지만”

“오빠도 비슷한 고민한 적 있어요?”

“난 뭐 1년 차 때? 과연 내가 계속 이런 직딩으로 살면 재미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었지”

“우와 오빠는 되게 빨리 했네요”

“뭐 난 고민하고 실행함을 반복하다 보니 이력서는 지저분해졌지만 만족하고 있긴 해, 어차피 돌아 돌아 또 직딩이지만, 그러니까 일단 한번 해봐”

“알겠어요~ 근데 오빠 나 연애 상담 하나 더 해도 돼요?”

“어? 이건 아닌데”

“네? 뭐가 아니에요? 시간 없으시면 안 하고요”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했던 생각이 말로 나와 버렸다. 지금까지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면서 오늘 같은 경우는 없었다. 모든 게 똑같이 흘러갔다. 내가 실수한 부분을 바로 잡음으로 인한 결과의 변동만 있을 뿐. 이렇게 다른 스토리가 더 생기는 경우는 없었다.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한 체 연애 상담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후배와 헤어 지고 저녁 먹겠냐는 어제의 오늘과 같은 제안을 같은 말로 거절하면서 산책을 좀 했다. 하지만 어제의 오늘과 다른 건 복잡한 나의 머릿속을 조금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이 경험을 처음 시작 했을 때만큼이나 혼란스러웠다. 그럼 앞으로도 이런 ‘하루만회하기’-실수를 만회할 수 있어서 그렇게 부르고 있음- 경험을 할 때마다 세부적인 부분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괜찮아졌어?’

먼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의 답은 전화였다. 

“오빠 후배랑은 헤어졌어?”

“응~ 슬이 몸은 괜찮아?”

“응 약 먹고 쉬고 하니까 나아졌어~ 상담은 잘해 줬어?”

“음… 긍가? 해주고 싶은 말은 다 해 준거 같은데~ 판단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이니”

“그치~ 이제 집으로 가는 거야?” 

“슬이 보러 갈까 하는데 괜찮아? 서프라이즈는 실례일 수도 있고, 오늘 몸도 안 좋다고 했으니”

“응~ 오늘은 실례야 ㅋ 오늘은 그냥 더 쉴래. 어서 들어가”

“알겠어~ 집에 가서 연락할게요~


미리 여자 후배를 만난다고 해서 그런 걸까? 특별히 아는 동생이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한 번은 언급할 줄 알았고, 그러면 어떻게 나를 아냐고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그러면서 점점 더 테스트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이 일찍 죽는 이유’라는 제목의 동영상들이 있는 데 그걸 보면 하나같이 모두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짓을 하려고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 훗날 후회할지언정. 그렇게 난 내 생각의 지지(?)비슷한게 필요해 졌다. 


“난데 너 언제 시간 되냐? 상의할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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