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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Jul 05. 2024

#20201011

‘오늘 좀 봅시다’

‘뭐지? 또 사고 친 거임?’

‘노노 내가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아저씨는 아니다’

‘그렇군 언제 보겠소?’

‘으잉? 오늘은 그냥 시간이 되나 보네. 신기하네 ㅎㅎ’

‘오늘은 그분께서 결혼식이 있어서 외출하시기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 볼라 했더니만’

‘같이 안 가도 되는 결혼식인가 보네. 그럼 오후에 봅시다’


그렇게 친구와 약속을 잡고 슬슬 나갈 준비를 하면서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잘 자고 일어났는지 오늘은 뭐 할 건지 등등. 다른 약속이 없어서 어머님과 스파를 갈 거라고 하길래 난 친구를 만난다는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대충 그녀가 스파를 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 줄 알기도 했고 친구를 만나서 나의 이직과 관련해서 상의를 한다고 하면 괜히 그녀가 서운해할 거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멍청한 착각 일 뿐.


“어 왔어?”

“야 그렇게 많은 커피집들을 알고 있으면서 또 그냥 프랜차이즈 커피집에서 보는 거냐?”

“아저씨 둘이 오기엔 여기가 딱이야”

“아저씨 혼자서는 잘도 가면서 참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회사에서 임원이 했던 제안을 이야기했다. 소개서를 읽어 본 나의 의견과 함께. 그리고 대략 합류를 원하시는 시기까지도. 친구에게 소개서를 보여주니 소개서 대로 사업이 되진 않지만 그래도 일단 소개서 상으로만 보기엔 사업성이 있어 보인다는 나의 의견에 동의해 줬다. 하지만 여전히 paper상의 소개와 계획 일 뿐. 그 친구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나야 뭐 네가 뭐를 하든 그리고 이미 내린 결정에 대해 지지하긴 하지….. 만”

“하지만 뭐?”

“너의 여친은 뭐라고 해? 싫어할 거 같은데”

“귀신이네 ㅎㅎ 너의 예상대로 싫어해 어제 대놓고 지금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더라고”

“이제 너도 어른의 연애(?)를 하는 거다. 받아들여”

“어른의 연애? 난 연애 시작 할 때부터 어른이었는데”

“그게 아니라 멍청아”


친구의 말은 그랬다. 연애는 ‘애들의 연애’와 ‘어른의 연애’로 나뉠 수 있다고. 이건 나이의 많고 적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연애를 함에 있어서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고 그렇지 않고의 차이라고.

“음… 약간 씁쓸한데”

“뭐가? 네가 그럴 나이가 되었다는 게? 아님 현실적인 것을 고려한다는 게?”

“아마도 후자인 거 같다. 그래서 나이가 먹었다는 걸 느끼는 거 같으니까”

“너의 여친이 너랑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냐? 널 뭘 보고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아직 1년도 안 만났는데”


그리고 친구 놈이 나에게 쏟아낸 말들은 나를 한번 더 생각하게 했다. 이 나라는 여러모로 발전을 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남자와 여자에 대한 고정관념 만은 후진적이라는 이야기. 요는 이랬다. 남자가 여자의 외모를 보고 그런 것들을 공공연하게 이야기를 하고 다녀도 사람들은 ‘남자란 애나 어른이나’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볼 때 현실적인 조건-출신 학교, 직업, 자산 정도 등-을 보면 안 좋게 본다. 여전히. 그저 남자가 보는 기준과 여자가 보는 기준의 차이일 뿐인데.


“너 생각보다 열려있다. 유부남 주제에”

“뭐라는 거야… 멍청이 열려 있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그렇다. 당연한 건데 그렇지 않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면서, 아니 남자들이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일 뿐.

“아무튼 난 너가 어떤 결정을 할지 알지만 그리고 너의 결정을 지지하지만 그래도 너의 여친의 의견에 동의해”

“무슨 말이냐 그게 ㅎㅎ 동의한다는 거야? 아님 안 한다는 거야?”

“너가 알아서 판단해. 어차피 니가 내 말 듣냐”

‘그래도 니 말은 듣는 편이다. 이놈아’라고 속으로만 말을 할 뿐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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