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주기로 한 날이다. 합류할지 말지에 대한.
그간 창업하고자 하는 곳의 개발팀과의 미팅도 가졌고 그들이 생각과 실력은 어느 정도 파악을 한 상태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요청한 사항이었기에 모든 요청 사항에 대한 체크가 끝났으니 이젠 내가 답을 해야 할 차례이다.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난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진 않는 편이다. 이번 일 역시 어느 정도는 결론이 나 있는 상태에서 내가 내린 결정이 옳은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자기 검열을 하고 있었을 뿐. 이미 개발팀과의 미팅 전에 어느 정도는 마음을 굳힌 상황이긴 했다. 그녀의 전폭적인 우려와 내 친구 놈의 절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그런 결론으로.
‘오후에 잠시 보시지요’
오늘은 내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럽시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지루하던 차에 잘 됐군’
‘일을 하십시오~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합류를 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시기는 당장은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아마도 내년 2월이 지나야 풀타임으로 합류가 가능하며 그전에는 주말에 파트타임으로 시작하는 형태로 할 생각이었다. 2월이 되어야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한지도 3년이 되기도 하고 여럿 금전적인-인센티브, 연말정산 등등-이유들 때문에 라도. 이 부분을 어느 정도는 같은 직장인으로서 이해는 해 줄 것이라 여겼지만 받아들여 질지 여부는 의문이긴 했다.
“음…. 일단 합류를 결정해 줘서 고맙네. 근데 시기가 좀…”
“역시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하지만 이유는 충분히 공감하시지 않나요?”
“그렇지 너무 공감해서 뭐라고 더는 못하겠다는 것이 더 기분이 나쁘군 ㅎㅎ”
“뭐 기분이 나쁠 것 까지야. 일단 저의 결정은 그렇습니다.”
“풀타임으로 합류 시기를 조금만 당겨 줄 순 없을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도 여러 가지로 챙겨야 할 것도 있고요”
“그래 그럼 일단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지. 근데 파트로 할 때 급여는 어떻게 하지?”
“그 부분은 제가 감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따로 쓸 랩탑이나 신형으로 하나 사 주십시오”
그렇게 세부적인 처우와 관련된 부분은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고 미팅을 마무리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약간의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당장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