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도면 답을 주지 그래?’
오전에 받은 이 메시지 하나가 나를 하루 종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제 답 드렸잖아요’
‘? 무슨 말이지? 나한테 답을 줬다고? 난 들은 바가 없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지… 하면서 시간을 보고 너무 놀라 육성으로 소리를 지를 뻔했다.
‘2020년 10월 15일 11: 32’
이게 뭐지? 왜 오늘도 15일이지? 분명 어제가 15일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오늘 발생한 것이지?
그렇다. 난 이런 경험을 종종 해 봤기 때문에 당황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분명 내가 그녀에게 무슨 실수 혹은 잘못을 한 경우에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었는데 어제는 아니 오늘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 만나지도 않았고, 통화했을 때도 전혀 그런 상황은 없었다.
‘오후에 잠시 보시지요’
라고 어제와 같은 메시지를 남기고 팀에는 먼저 점심 먹으러 간다고 하면서 사무실에서 나왔다. 이 상황이 이해는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라도 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왜 오늘이지?’
처음 이 경험을 했을 때만큼 혼란스러웠다. 아니 그날 보다 더 혼란스러운 것 같다.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이렇게 당황스러울 수 있다니.
오후에 미팅은 어제의 오늘 했던 것과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임원이 나에게 했던 질문이나 내가 한 답이나. 내가 한 답의 조사 정도는 차이가 있었을 뿐. 내용의 차이는 없었다. 그렇게 미팅을 마치고 오후 업무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퇴근을 했다. 머릿속이 너무도 복잡해서 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바로 앞에서 정차하는 버스를 보내고 좀 걸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걷기에 딱 좋은 날씨라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생각을 하다 갑자기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현재 내린 결정에 대한 그녀의 생각. 자기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
설마 그것 때문에 ‘하루 다시 살기’가 일어났다고? 만약 그 이유 때문이라면 난 기존처럼 한 번의 기회를 더 받은 것이고 오늘 오후에 그 기회를 보기 좋게 써 버린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했어야만 했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