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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Jun 28. 2024

#20201010

“생각은 좀 해 봤어?”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던 중 그녀가 나에게 불쑥 물었다.

“뭐를?”

“지난주에 말한 이직 하는 거 관련해서”

“응 계속 생각 중인데 영 결론이 안 나네”

“이미 결론은 지었는데 계속 고민하는 건 아니고?”


내 마음속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 사람의 질문이었다. 난 어느 정도는 결정을 짓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행을 함에 있어서 해도 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좋게 말해서 신중한, 나쁘게 말해서 쫄보인 상태이다.

“쉬운 결정은 아니라서~ 고민이 좀 되네”

“뭐야~ 뭐 먹을지는 잘도 정하면서 이건 그 정도 수준은 아닌가 보네”

“응 쉽지 않네~ 지난주에 슬이는 마음의 결정은 했다고 말을 했는데 알려 주면 안 될까?”

“그래? 알려 주면 오빠가 결정하는데 더 도움이 되려나?”

“그럴 거 같아 꽤나 많이 도움이 될 듯해”


반추해 보면 여자친구의 생각과 의견에 따르려고 노력은 한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따른 경우는 그다지 많진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 그녀의 의견을 따랐다면 우리는 달라졌을까?

“음… 난 그냥 오빠가 지금 다니는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좋겠어 근데 솔직히 난 오빠가 나의 생각과 다른 결정을 할 거 같아서 조금 불안하긴 해”

“아 그래? 이유를 물어봐도 돼?”

“그건… 오빠가 나를 소위 말하는 속물(?)이라고 생각해도 별수 없지만….”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대단히 조심스럽게. 본인은 '나'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무슨 일을 하든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는 이야기. 당장 내 생일에 갑작스럽게 만난 그녀의 부모님들 역시 내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회사를 다니는지를 가장 먼저 물어보셨다고 한다. 그러기에 내가 나온 학교는 그냥 누가 들어도 알 만한 학교이다.

그리고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역시 업계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회사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도 조금만 찾아보면 바로 아는 그런 회사이다. 즉, 추가적으로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긴 하다. 세상엔 추가적으로 설명이 필요 없는 직업들이 있다. 가장 좋은 예가 소위 전문직이라 불리는 직업이다. 의사, 변호사 등등. 추가적으로 무슨과인지 어떤 로펌에 있는지, 어떤 사건을 주로 다루는지 등을 추가로 물어보는 경우가 크게 없다.


그와 비슷하게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는 회사들도 있다. 소위 말하는 대기업들. 누구나 들어도 아는 대기업을 을 다닌다고 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어떤 계열사인지를 크게 궁금해하진 않는다. 내가 현재 다니는 곳이 그 정도의 대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설명을 많이 추가해야 할 곳은 아니다.


“난 오빠랑 더 오래 동안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은데 굳이 그런 걸로 고민하는 사이가 되고 싶지는 않아”

역시 그녀는 여전히 대단히 솔직하며 군더더기 없이 말하는 타입이었다. 처음엔 그게 너무도 매력적이었는데 오늘은 그 부분이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계속 믿어 줄 순 없는지’라는 부질없고 이기적인 생각들.


“응 솔직하게 말해 줘서 고마워~”

“기분 상한 건 아니지? 그랬다면 미안하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정확하게 말해 줘야겠다고는 생각했어”

“응 솔직히 조금은 서운하긴 한데 그래도 솔직하고 명확하게 말해 줘서 고마워”


다시 생각해 봐도 마지막 말은 하는 게 아니었다. ‘서운하다는 말’ 그녀에게 이와 비슷한 표현을 연애하는 동안 처음으로 사용한 것 같다. 어쩌면 이 말을 입 밖으로 낸 시점이 우리 연애의 변곡점이 되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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