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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Jun 14. 2024

#20201001

‘김팀 오늘 오후에 커피 한 잔 합시다’

‘네 몇시에 어디서요?’

‘음… 오랜만에 회사 밖에 커피 마십시다. 2시에 엘베 앞에서 봐요’

‘네 알겠습니다’


어제 오후에 커피 마시자고 했던 임원이 아침부터 메신저를 보내왔다.

‘밖에서 마시지고? 왜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오전에 해야 할 팀 월간 미팅을 준비하고 미팅을 진행했다. 점점 연말이 다가오면서 해야 할 아니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매해 이 맘 때쯤에 하는 일이지만 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 작업이다. 미팅을 마무리하면서

“올해도 3개월 남았으니 다른 생각하지 마시고 연차를 어떻게 모두 소진할 건지 고민들 해 보시길”

그나마 내가 팀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말 중 하나이기에 항상 빼먹지 않고 하려고 한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엘베 앞에서 엘베의 숫자를 보면서 멍 때리고 있는데 임원이 옆에 와서 섰다.

“점심 뭐 드셨나? 오늘도 혼자서 드셨나?”

“뭘 알면서 물어보시나요. 앞에 백반집에서 먹었죠”

“왜 그리 맨날 혼자 먹는 거야? 내가 같이 먹어줘?”

“전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팀원들이랑도 가끔 먹는데 굳이 아저씨 둘이서 먹을 이유가 ㅎㅎ”

“참내… 혹시 팀 내에서 따돌림당하나?

“네 맞습니다~”


그렇게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회사 앞 커피집으로 향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조금 보면서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에

“김팀은 언제까지 이 회사를 다닐 생각이야?”

“저요? 글쎄요~ 언제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 짜르시게요?”

“뭔 소리야 ㅋㅋ 자를 구실이 있어야 자르지. 물론 종종 나한테 대들어서 그렇지 그게 자를 사유는 아니지”

“대들다니요? 오해십니다. 직언 정도로 해 주시지요 ㅎ”

“뭐 암튼 난 더 늦기 전에 나가서 내 사업을 해 볼까 생각 중이야. 창업을 해 볼까 생각 중”

“그러세요? 스타트업 대표가 되어 보시겠다는 거네요. 쉽지 않으실 텐데”

“그렇지 근데 더 늦어지면 진짜 못 할거 같기도 하기도 해서,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나랑 같이 해 볼 생각 없어? 김팀도?”

“저요? 왜 저예요?”

“솔직히 김팀이 나한테 대들고 뭐 직언이라고 둘러대서 말은 하지만 내가 회사 20여 년 정도 다니면서 김팀 정도로 일을 잘하는 사람도 보질 못하기도 했고”

“저야 뭐 일 잘하지요, 그게 제 직장인으로서의 목표기도 하니까”

“그래서 나랑 같이 한번 창업해 보는 건 어떤가 해서”

“둘이서요? 설마?”

“아니지, 내 후배 중에 꽤나 잘하는 개발자가 있는데 그 친구랑 그 친구를 따르는 몇몇 개발자들이 개발을 맡아 줄 거고 나랑 김팀이랑 둘이서 비즈니스 쪽 업무를 하면 될 듯해”

“음… 아이템은요? 급여는요? 지분은요?”

“뭐 이리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난리야, 아이템은 김팀 메일로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 소개서 보내줄 테니 한번 검토해 봐. 그 이후에 처우에 관련된 이야기는 해 보도록 하지”


알겠다고 답은 하고 회사로 돌아와서 자리에 앉았다. 앉아 있다 보니 메일로 소개서가 날아왔다. 난 일단은 그냥 둔 상태로 남은 업무를 진행했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뒤엉킨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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