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0일(일) 09:10’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잠에 들었는데 역시 ‘하루 다시 살기’는 두 번 연속으로는 나타나지는 않았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한참을 누워있었다.
‘이번주가 크리스마스인데 어떻게 하지?’ ‘첫 크리스마스인데….’ 등등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포장된 그녀의 선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저 선물을 주지도 못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까지 들면서 생각을 멈춰야 할 필요가 있었다.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나서 옷을 챙겨 입었다. 달리기라도 하면서 머릿속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밖에 나오자마자 겨울 아침의 차가운 바람이 느껴졌다. 동시에 특유의 겨울냄새도. 난 이 냄새와 정신을 번쩍 들게 해 주는 차가운 공기의 느낌 때문에 아마도 겨울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스마트워치에 달릴 거리를 설정하고 워치를 친구 삼고 응원 삼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에 와서 샤워를 하면서 몸에서 나온 불순물들을 씻어 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의 생각들은 정리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씻겨 내려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커피를 한 잔 들고 의자에 앉아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잘 잤어? 기분이 어때?’
그렇게 긴장되는 마음으로 손은 커피를 들고 입으로 향하고 있지만 눈은 책상 위에 폰에 고정하고 있었다.
‘잘 잤지~ 오빠도 잘 잤어? 기분? 은 그냥 더 자고 싶은 기분인데 ㅎㅎ’
역시 잘 못 잔 모양이다.
‘그래? 잠을 잘 못 잤어?’
‘아니~ 잘 잤는데 그냥 더 자고 싶을 뿐이야’
평상시와 다름없는 그녀의 답에 왠지 더 무서운 느낌마저 들었다. ‘난 오늘 진짜 죽었구나’라는 생각만 머릿속 가득했다.
‘오빠는 기분이 어떤데? 갑자기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니 이상한데… 뭐 나한테 잘못했어?’
역시 그냥 나를 떠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현타까지 왔다.
‘아니 어제 내가 팀원 여자친구랑 슬이랑 비교한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지금은 어떤가 해서’
결국 내 입으로 다시 한번 이실직고까지 하게 만드는 그녀가 무섭고 한편으로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난 기분 상하지 않았는데. 물론, 좋지는 않지만 내가 어제 말한 대로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 일뿐’
‘다시 생각하니 기분이 안 좋아지려고 하니 더 이상 이야기 하지 말아 주길 바라’
‘으으응.. 알겠어’
뭐지? 원래대로라면 화를 내면서 나를 무섭게 쏘아보던 모습이 ‘어제’의 상황인데. 그녀가 방금 메시지로 보낸 내용 역시 어제가 맞지만 내가 생각하는 ‘어제’가 아니었다. 갑자기 시공간이 뒤틀린 기분이었다. 오늘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머리가 터질 것 만 같았다.
‘난 오늘 학원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해야 하는데 오빠는 오늘 일해야 해?’
‘응 오늘은 아마도 집에서 하든 커피집 가서 하든 일을 좀 해야 할 듯해’
‘좋네 ㅎㅎ 나도 일 하니까 오빠도 일해’
그렇게 그녀와 메시지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마치 침대 속으로 파묻혀 사라질 정도로 온몸에 힘을 빼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크리스마스를 무사히 보낼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