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억지
집돌이 혹은 집순이, 자발적으로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오늘은 표기의 편의 상 그냥 집돌이라고 하겠습니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때문에 바깥 활동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집돌이들이 더욱 늘어나긴 했지만 그전부터 집돌이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다양한 ott의 발전과 그전부터 배달 문화가 잘 정착된 한국은, 특히 서울은 집돌이들에겐 점점 더 좋은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복병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서 약간이 애로사항이 생길 것이다. 아무래도 집에서 하루 종일 냉방을 하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집 근처의 시간을 오래 머물러도 크게 지장 없는 커피집들로 그 장소만 옮길 뿐, 아 옷은 좀 더 챙겨 입어야 하는 것을 제외하곤 그들의 행태는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집돌이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긴 하다. 그 행위 자체가 자발적인 것인지, 아니면 슬프게도 타발적인 것인지. 오늘은 자발적으로 즉, 집에 있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부모 혹은 다른 동거인과 함께 생활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난 아직 집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자발적인 집돌이를 본 적은 없다. 집순이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혼자만의 공간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본인의 공간에서 오롯히. 나도 종종 해 보려고 노력을 하지만 난 잘하지 못하고 결국 어딘가에 나가곤 한다. 그것이 그냥 집 앞 커피집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이들이 집에서 무언가 대단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일-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 을 하진 않는다. 그럼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집에 머무르게 하는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겠다.
#1. 귀찮다.
집에 있는 행위의 반대되는 행위는 집에서 나가는 것이다. 그들은 집에서 나가는 행위 대신에 집에 있는 행위를 선택한 것이다. 인간이 무언가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귀찮음'이다. 밥해 먹기 귀찮아서 배달시켜 먹고, 버스 기다리기 귀찮아서 택시 타고 등. 이들에게 있어서 집 밖으로 나가는 행위는 대단히 귀찮은 행위이다. 그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긴 하다. 일단 나가기 위해서는 외출 준비라는 것을 해야 한다. 남성의 경우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수준, 여자의 경우 무조건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사람에 따라 조금 혹은 많은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너무도 귀찮은 것이다. 무엇을 입을 것이며, 어디서 만날 것이며, 만나면 무엇을 먹을 것이며 등등등. 그냥 집에서 침대 혹은 소파에 누워서 못 본 드라마 혹은 웹툰이나 하거나 게임이나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2. 내향적인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네 일상은 평일은 회사, 일터 혹은 학교에서 보내게 된다.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런 관계 속에서 살다 보면 아무래도 혼자 보단 여럿의 관점에서 나의 행동이나 말을 하게 마련이다. 별수 없이 누군가에게 맞춰가면서 하루하루를 살게 된다. 이런 관계들 속에서 조금 벗어나 보고자 나는 점심은 가능하면 혼자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별수 없이 약속이 생기거나 하지 않는다면. 이런 관계들 속에서 본인의 존재 이유를 찾고 그런 관계들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너무도 즐겁고 그런 시간 속에서 에너지를 받고 재충전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고 그런 시간 속에서 그간의 피로를 위로받는 사람들도 있다. 외향적 vs. 내향적으로 성격을 나눈다고 볼 때 전자는 외향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후자는 내향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이런 내향적인 사람들은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무조건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런 시간이 이런 사람들에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또 다음 주를 살아나갈 힘이 생기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은 주말에 웬만하면 약속을 스스로 잡진 않는다. 그리고 집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혼자만의 충전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던, 바빠서 보지 못했던 영화 혹은 드라마 인던 책이던.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겐 이런 혼자만의 시간- 꼭 집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지만 집이 가장 보편적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장소로 최적이기에- 꼭 필요하다, 본인의 삶을 살아나가는데. 이런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최적의 장소는 바로 자동차이다.
#3. 집 자체를 좋아한다.
나는 꽤 많은 커피집을 다니는 편이다. 커피를 좋아해서? 라기보다는 커피집 공간 자체를 좋아한다. 커피맛은 솔직히 잘 모른다. 그냥 쓴맛, 신맛, 단맛으로 구분하는 정도 수준. 집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좀 더 와 닿을 듯한데 home과 house 중 공간적 개념을 가진 것은 house일 것이다. 물리적인 공간. 이런 사람들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집 자체를 굉장히 어렵게 샀다던지 혹은 집 꾸미는 거 자체를 좋아해서 본인이 본인의 집에 인테리어를 모두 하고 그 공간 자체를 좋아하는.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보면 집 혹은 본인의 방을 꾸며서 #집스타그램으로 올리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또한 인테리어 제품 혹은 인테리어 관련 업체를 소개해주는 스타트업이 잘 나가고 있는 거 보면 이런 것들을 반증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의 생각대로 꾸민 공간에 있는 것 자체로 충분히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행복이고 휴식인 것이다.
hoxy, 이 글을 리얼 집돌이가 읽는다면 무슨 되지도 않는 말들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냥 집에 있는 게 좋은 건데 무슨 이유가 있냐? 내 집에서 내가 안 나가고 있겠다는데 무슨... 등등. 맞는 말이다. 난 집돌이가 아니어서 왜 집에만 머무는지 정확하게 이해 및 공감이 되질 않아서 혼자 생각해 본 것이니 너무 발끈하진 않았으면 한다. 난 가족들과 함께 살았을 때도, 혼자 살고 있는 지금도 집에 잘 있진 않는다. 평일도 주말도 거의 집에 21시는 돼야 들어간다. 그렇다고 밖에서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집돌이들이 집에서 하는 걸 굳이 돈 쓰면서 돌아다니면서 하고 있을 뿐. 집돌이들에 대한 생각을 마무리하면서 혹시나 진짜 만에 하나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서 언급하고자 한다. 몇 년 전 여행 다니면서 알아두면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하는 tv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호캉스와 관련되어서 한 이야기가 있다. 본인도 어디선가 봤다고 하면서 인용했던 말은 아래와 같다.
'호텔엔 일상의 아픔이 없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와 같은 맥락이었던 거 같다. 그러면서 덧붙혔던 말이 세탁기를 보면 빨래를 해야 할 것만 같고, 쌓여 있는 식기들을 보면 설겆이를 해야할 것만 같다. 하나 덧붙히자면 아픈 이별로 펑펑 울었던 나의 침대도 있다. 암튼, 위 명제가 참이라고 하면 논리학적으로 대우 명제도 참이다. 즉, 일상의 아픔이 있는 곳은 호텔이 아니다. 호텔이 아닌 곳은 정확하게 대치되는 건 아니지만 집으로 치환할 수도 있다. 다시 적으면 '일상의 아픔이 있는 곳은 집이다'이다. 집돌이들 중에는 집이라는 공간이 일상의 아픔이 배어있지 않아서 집에 머무는 것이 너무도 좋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있을 까 봐 노파심에 언급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