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번째 억지
나는 소개팅앱을 종종 사용하곤 한다. 세 가지 목적에서. 첫 번째 목적은 소개팅앱 본연의 목적인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 두 번째 목적은 서비스적인 관점에서 특히, 어떻게 사람들에게 과금하게 하는지를 보기 위해-솔직히 별로 대단한 방법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즘 사람들의 생각을 그들이 프로필에 적어둔 사항들을 통해서 조금은 유추해 보기 위함이다. 내가 소개팅앱에서 보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남자를 볼 이유도, 필요도 전혀 없다. 그렇게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여성들이 본인의 프로필 혹은 찾고 있는 이상형을 서술하는 곳에 보면 10에 8 이상 꼭 들어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다. 얼마나 연락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랑 만나 왔길래 이런 것을 적어 뒀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 역시 사람을 만나보던 혹은 일을 하다 보면 연락을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 연락을 잘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쉽진 않지만 내가 한 연락에 잊지 않고 답을 주는 하는 사람 정도가 아닐까? '몇 분 혹은 몇 시간 내에 해야 한다.'라고 정해진 것이 없는 이상 본인 혹은 본인이 연락하는 그 상대방과 약속을 해서 정하면 될 듯하다. 난 일단 무조건 그 당일에 무조건 답을 해 준다. 이건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어서 그렇게 한다. 여자 친구의 연락이라면 보자마자 바로 혹은 그럴 상황이 안되면 최소한 1시간 이내에 답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건 나의 기준일 뿐 내가 연락하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기준이 있게 마련이고 따라서 내가 연락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의 연락에 대해 즉각적인 답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과연 어떤 이유에서 연락이 잘 안 되는지를 그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겠다.
#1. 정말 바쁘다.
주변 직장인들 중에도 직무에 따라 업종에 따라 정말 바쁜 직장인들이 있다.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직업군에 따라서는 정말 바쁜 사람들이 있다. 특히 그런 사람들 중 폰을 항상 소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이들은 현실적으로 연락이 잘 되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다. 그렇게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집에 귀가하거나 잠시 쉬는 타임이 생겨도 그간 온 연락들을 모두 처리 못할 수도 있다. 시간이 부족해서 혹은 피곤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이 들어서. 나는 그렇게 바쁜 삶을 살아본 적이 거의 없어서 잘은 모른다. 하지만 내 주변에 있는 특히 바쁜 직업들-예를 들어 컨설턴트, 디자이너 등- 은 프로젝트가 몰리게 되면 며칠밤을 세는 건 다반사이기도 해서 그들에게 연락이 즉각적으로 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최근 시즌 1이 종영한 한 의학 드라마에서도 긴급수술로 인해 여자 친구가 유학을 떠나기 전 보낸 연락들을 확인 못하고 괴로움에 소리 지르는 외과의사의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본인의 의지와 마음과는 상관없이 일 자체가 너무 바빠서 혹은 긴급하게 발생하여서 연락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바빠서 연락 못했다'라는 말이 누구나 사용하는 가장 좋은 핑곗 거리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사실이기도 하다는.
#2. 정신없는 타입이다.
부주의한 것과는 약간 다르다. 무신경한 것과 도 약간 다르다. 분주한 것과 비슷해 보여서 무언가 많은 일들을 하고는 있지만 남들이 보기엔, 심지어 본인 역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난 그런 사람들을 정신없는 스타일이라도 규정하고 그렇게 부르는 편이다. 요즘은 연락을 할 수 있는 매체들이 너무도 많아졌다. 내가 회사를 처음 다니던 시절에는 고작 이메일과 전화가 거의 전부였다. 연애를 한다고 해도 전화 혹은 문자가 전부인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연락이 가능한 매체들의 수가 너무도 많다. 기존의 이메일, 전화를 비롯하여 문자를 비롯한 갖가지 메신저들에서 연락들이 수도 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 중에는 굳이 답을 안 해도 되는 연락들도 분명 존재한다. 광고성 메시지도 너무도 많고 내가 속해 있지만 내가 굳이 답을 안 해도 되는 단톡 방 메시지들도 너무도 많다. 최근엔 재난 문자까지 하루에 몇 번 많게는 수십 번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수도 없는 연락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답을 줘야 하는 연락과 그렇지 않은 연락을 바로바로 구분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시간이 더 지난다면 구분은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정신없는 타입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여지없이 정신을 차리는 것이 더욱 어렵다. 아무것도 안 하는 상황에서 연락만 해주는 상황이라면 조금 낫겠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 혹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상황에서 이런 연락들이 쏟아진다면 그에 대한 대응은 점점 늦어질 수밖에 없고 그중 몇 개의 연락은 답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게 몇 번이 반복되면 그 사람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이 잘 안 되는 사람'으로 찍히게 된다.
#3. 관심이 없는 것이다.
꼭 남녀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동성끼리도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의 연락이라던지 혹은 참석하기 싫은 모임에 참석여부를 묻는 연락이라던지 등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수는 남녀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경우는 조금 슬프기도 하다. 처음 소개를 받은 후 연락을 하는 거든 혹은 연인 사이에서 점점 사랑이 식어서 연락을 하는 경우든 그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그리고 더 최악은 두 경우 모두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그 관계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모 소개를 받고 연락을 하는 사이라면 어느 정도는-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지 완전히는 아니다-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종종 잠수 이별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말 그대로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은 상태로 헤어짐의 모든 무게를 상대에게 전가한 상태로 이별을 하는 방법이다. 이건 이해를 해서도 안 되고 용서를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가 그런 몰염치한 파렴치한 쓰레기 같은 짓을 하겠어?라고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현실에는 참 다양한 군상들이 존재하기에. 그리고 답을 안 하는 것이 '노'의 다른 표현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번에 '채용담당자' 편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는데 '답안함' 혹은 '닶 없음'으로 답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안타깝게도 그 사람에게 혹은 그 사안에 관심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나는 인맥 미니멀리스트라서 연락이 자주 오는 편이 아니다. 그리고 연락이 와도 즉각적으로 답을 해주는 편이다. 그리고 별로 어렵지도 않다. 되게 바쁜 삶을 사는 것도 아닐뿐더러 난 연락 수단을 거의 단일화해서 사용한다. 개인적인 연락은 모두 문자로 받는 편이고 일적인 부분은 업무용 메신저가 따로 있어서 그 걸로만 받는다. 별수 없이 카톡이 깔려는 있지만 광고성 메시지들만 오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반대의 경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혹은 지인과의 만남에 있어서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사람 혹은 그 사람들의 폰은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그래서 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별로 안중요한 메시지다' 혹은 '스팸이다'라고 답을 한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 자리라서 그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다. 근데 참 신기한 건 말이 가진 힘은 무섭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연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상황으로 인해 바로 즉답을 못했지만 누군가에게 별로 중요한 연락 아니라고 말을 했다면 그 연락은 진짜 그렇게 되고 답이 늦어지게 된다. 아이러니인 것 같다. 최근에 온라인 상에서 본 글 중에 연락과 관련된 말 중 가장 와닫는 말이 있어서 그 글을 소개하고 나의 글을 마치려고 한다. 연락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인 것 같아서.